The Fighting 더 파이팅
모리카와 조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는 사람은 다 알 모리카와 조지의 권투 만화입니다. 이 만화의 재미라면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역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의 박력 있는 경기, 그리고 그 경기 사이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와 서로간의 맞물림, 개그 등을 들 수 있겠군요. 전형적인 성장형 배틀 만화로서 연습해서 강해지고, 그 강해진 능력으로 더 강한 상대와 맞붙는다는 식의 이 패턴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주인공 일보 (원 이름은 마쿠노우치 입뽀. 이 만화가 정발 시작된 게 꽤 예전의 일이고, 그 때는 일본 이름 티가 너무 나면 창씨개명당했습니다 (...))는 아직 일본 챔피언으로 방어전을 거듭중이고, 세계 챔피언까지 가는 동안 이 만화로 모리카와 조지는 평생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일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각각 자신의 경기가 있으니까요. 사실 일보가 세계 챔피언 먹어도 작정만 하면 그 후 이야기도 무궁무진합니다. 라이벌인 일랑 (원 이름 미야타 이찌로)과의 시합도 대체 언제 할 지 의문이고)
실제의 권투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 작가는 박력 있는 권투 시합을 그리는 방법을 압니다. 무엇보다 80권이 되도록 시합을 그려 왔기 때문에 그 나름의 노하우가 엄청나지요. 타격감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수준입니다. 최근의 시합 상대들은 예전에 느껴졌던 그런 포스가 덜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한때는 모으는 걸 중지했습니다만) 역시 경기 장면의 파워만큼은 최고급이고, 작가 자신도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는지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듯 합니다. 사실 다른 건 접어두고 시합 장면만으로도 이 만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제가 굳이 포스팅을 하려 들지는 않았겠지요. 이 만화가 주는 감동은 '시합이 박력있다'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일보에게는 하나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강한 것은 어떤 기분일까?' 본래 집이 낚시배를 한다는 이유로 이지메를 당했던 이 주인공은 마모루 (원 이름 타카무라 마모루. 이 사람은 성을 '마'씨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마모루로 간 듯 합니다 (...))와의 만남을 계기로 복싱계에 입문하게 되고, 점점 실력을 키워 가면서 강해지게 되고 여러 강적과 상대해 승리해 갑니다. 그의 목적인 '강해지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끝이 없는 목표입니다. 육체적인 강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목표이며 정신적인 강함이 함께 해야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요.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인간의 진정한 정신적인 강함은 이 만화에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근성이나 투쟁심 같은 복서다운 정신적 강함은 강조되지만 거기에는 진짜 만족은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뭐 그거야 어쨌든간에) 그래도 일보는 계속 그 끝이 없는 목표를 향해 오늘도 달려 갑니다.
목표를 향해 도전해 가는 사람- 제가 이 만화에서 보고 감동하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이 만화에서는 '도전자'라는 단어에 상당한 강세를 두고 있습니다. 일보는 챔피언이 되어도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런 자세로 임할 때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며, 압천 (원 이름 카모카와) 관장은 일보가 도전자의 자세로 임한 것에 대하여 좋게 평가합니다. 사실, 이 만화의 캐릭터들은 다들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권투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게 더 꽤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만,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그 능력을 시합에서 시험하게 됩니다. 저는 복서가 아니니 저렇게까지 직관적은 아니어도, 무엇인가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으로 얻는 능력을 세상에서 시험당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만화에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력 있는 타격감? 중간 중간 나오는 유쾌한 개그? 그것은 만화로서의 흥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고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만, 정말로 이 <더 파이팅>이라는 만화에서 사람을 찡하게 만드는 부분은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얻어맞고 깨지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조차 날리려는 한 발의 펀치- 그러나 그럼에도 결국 닿지 못하는 아쉬움. 맞아 붓고 찢어져서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수천 수만 번이나 연습해왔던 대로 행동해 나가는 복서- 상대가 쓰러졌음에도 그것을 보지 못했기에 링 위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는 복서. 여기에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감량과 혹독한 연습으로 자신을 만들어 서로를 부딪히고 그 능력을 내보입니다.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으며, 고생 끝에 승자가 된다면 그것은 기쁜 일이지만 혹은 패배하기도 합니다. 단지 노력하고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만큼 만만한 세계는 아니니까요. 혹독한 세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력은 빛을 발합니다. 열심히 해도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감동적입니다. 인내하고 단련하며 자신을 내보인다. 어느 세계에서든 마찬가지겠죠.
개인적으로 이 만화에서 압천 관장이 하는 말들을 좋아합니다. 힘들 때 문득 이 캐릭터가 한 말을 기억해내고 다잡곤 하죠. 크게 와닿은 것에는 두 가지가 있고, 그것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노력한 사람이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모두 예외 없이 노력했다는 걸 명심해!" (42권 156p)
"그래, 넌 지금이 피크라 이거냐? 지금 상태가 그렇게 만족스럽다 이거지?! 위를 보지 않는 인간은 미래도 없어!" (47권 27p)
전자는 마모루의 세계전에서 한 말이고, 후자는 라이벌과의 시합을 염원하는 일보가 대전을 허락해달라고 말하며 "앞으로 계속 이긴다는 것도 자신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멋지게 싸울 수 있는 기회인데···." 라고 하자 화를 내며 한 말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꽤나 여러 가지로 저를 다잡아 주는 말입니다. 솔직히 세상은 혹독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볼 수 없지요. 하지만 노력하지 않은 자에게는 기회조차도 오지 않고, 그런 이에게 진짜 생명력은 없습니다. 우울해지기보다는 그 시간에 더 노력한다는 의미로 떠올리곤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현재의 스스로에게 자만감이 들 때 떠올리곤 합니다. 지금의 내가 그렇게 대단한가?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 설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이 정말로 나의 피크인가? 현재의 자신이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지금 내 능력으로 이 세계에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통하지 않는다면 좌절해 버리게 되는 일이 있죠.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럴 때 저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결국 이런 식입니다만, 살아가는 세계는 다르다 해도 노력하고 도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만화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노력과 고생과 도전이 와 닿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겠죠. 이들 역시 잘 되기를, 그 노력이 보답받기를 바라게 된달까요. 저는 이것이 이 만화를 단지 적당히 멋진 시합을 즐기는 만화가 아니라 그 와중에서 무언가 와닿게 하는 만화로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해도 작가가 만화 너무 우려먹는다는 느낌 들게 되면 또 안 보게 되겠지만요. (낄낄)
모리카와 조지 지음/학산문화사(만화)
아는 사람은 다 알 모리카와 조지의 권투 만화입니다. 이 만화의 재미라면 여러 가지 있겠습니다만 역시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과 그 캐릭터들의 박력 있는 경기, 그리고 그 경기 사이에 이어지는 에피소드와 서로간의 맞물림, 개그 등을 들 수 있겠군요. 전형적인 성장형 배틀 만화로서 연습해서 강해지고, 그 강해진 능력으로 더 강한 상대와 맞붙는다는 식의 이 패턴은 어지간해서는 쉽게 질리지 않습니다. 주인공 일보 (원 이름은 마쿠노우치 입뽀. 이 만화가 정발 시작된 게 꽤 예전의 일이고, 그 때는 일본 이름 티가 너무 나면 창씨개명당했습니다 (...))는 아직 일본 챔피언으로 방어전을 거듭중이고, 세계 챔피언까지 가는 동안 이 만화로 모리카와 조지는 평생을 그릴 수 있을 겁니다. (게다가 일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캐릭터들도 각각 자신의 경기가 있으니까요. 사실 일보가 세계 챔피언 먹어도 작정만 하면 그 후 이야기도 무궁무진합니다. 라이벌인 일랑 (원 이름 미야타 이찌로)과의 시합도 대체 언제 할 지 의문이고)
실제의 권투와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만 이 작가는 박력 있는 권투 시합을 그리는 방법을 압니다. 무엇보다 80권이 되도록 시합을 그려 왔기 때문에 그 나름의 노하우가 엄청나지요. 타격감 하나만큼은 정말 최고수준입니다. 최근의 시합 상대들은 예전에 느껴졌던 그런 포스가 덜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만 (그래서 한때는 모으는 걸 중지했습니다만) 역시 경기 장면의 파워만큼은 최고급이고, 작가 자신도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는지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듯 합니다. 사실 다른 건 접어두고 시합 장면만으로도 이 만화는 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제가 굳이 포스팅을 하려 들지는 않았겠지요. 이 만화가 주는 감동은 '시합이 박력있다'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만화의 주인공 일보에게는 하나의 지향점이 있습니다. '강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강한 것은 어떤 기분일까?' 본래 집이 낚시배를 한다는 이유로 이지메를 당했던 이 주인공은 마모루 (원 이름 타카무라 마모루. 이 사람은 성을 '마'씨라고 우길 수 있기 때문에 그냥 마모루로 간 듯 합니다 (...))와의 만남을 계기로 복싱계에 입문하게 되고, 점점 실력을 키워 가면서 강해지게 되고 여러 강적과 상대해 승리해 갑니다. 그의 목적인 '강해지고 싶다'는 것은 어쩌면 끝이 없는 목표입니다. 육체적인 강함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목표이며 정신적인 강함이 함께 해야 의미가 있는 일이니까요.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인간의 진정한 정신적인 강함은 이 만화에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근성이나 투쟁심 같은 복서다운 정신적 강함은 강조되지만 거기에는 진짜 만족은 어렵다고 생각하거든요. 뭐 그거야 어쨌든간에) 그래도 일보는 계속 그 끝이 없는 목표를 향해 오늘도 달려 갑니다.
목표를 향해 도전해 가는 사람- 제가 이 만화에서 보고 감동하는 부분입니다. 특히나 이 만화에서는 '도전자'라는 단어에 상당한 강세를 두고 있습니다. 일보는 챔피언이 되어도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그런 자세로 임할 때에 좋은 결과가 나왔으며, 압천 (원 이름 카모카와) 관장은 일보가 도전자의 자세로 임한 것에 대하여 좋게 평가합니다. 사실, 이 만화의 캐릭터들은 다들 무엇인가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권투의 세계이기 때문에 그게 더 꽤 직관적으로 드러납니다만,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그 능력을 시합에서 시험하게 됩니다. 저는 복서가 아니니 저렇게까지 직관적은 아니어도, 무엇인가에 대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노력으로 얻는 능력을 세상에서 시험당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만화에서 사람을 감동시키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력 있는 타격감? 중간 중간 나오는 유쾌한 개그? 그것은 만화로서의 흥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고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원동력 중 하나입니다만, 정말로 이 <더 파이팅>이라는 만화에서 사람을 찡하게 만드는 부분은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얻어맞고 깨지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조차 날리려는 한 발의 펀치- 그러나 그럼에도 결국 닿지 못하는 아쉬움. 맞아 붓고 찢어져서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수천 수만 번이나 연습해왔던 대로 행동해 나가는 복서- 상대가 쓰러졌음에도 그것을 보지 못했기에 링 위에서 계속 나아가고 있는 복서. 여기에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감량과 혹독한 연습으로 자신을 만들어 서로를 부딪히고 그 능력을 내보입니다.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으며, 고생 끝에 승자가 된다면 그것은 기쁜 일이지만 혹은 패배하기도 합니다. 단지 노력하고 꾸준히 한다는 것만으로 좋은 결과가 나올 만큼 만만한 세계는 아니니까요. 혹독한 세계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노력은 빛을 발합니다. 열심히 해도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감동적입니다. 인내하고 단련하며 자신을 내보인다. 어느 세계에서든 마찬가지겠죠.
개인적으로 이 만화에서 압천 관장이 하는 말들을 좋아합니다. 힘들 때 문득 이 캐릭터가 한 말을 기억해내고 다잡곤 하죠. 크게 와닿은 것에는 두 가지가 있고, 그것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노력한 사람이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모두 예외 없이 노력했다는 걸 명심해!" (42권 156p)
"그래, 넌 지금이 피크라 이거냐? 지금 상태가 그렇게 만족스럽다 이거지?! 위를 보지 않는 인간은 미래도 없어!" (47권 27p)
전자는 마모루의 세계전에서 한 말이고, 후자는 라이벌과의 시합을 염원하는 일보가 대전을 허락해달라고 말하며 "앞으로 계속 이긴다는 것도 자신없습니다. 지금이 가장 멋지게 싸울 수 있는 기회인데···." 라고 하자 화를 내며 한 말입니다. 전자의 경우는 꽤나 여러 가지로 저를 다잡아 주는 말입니다. 솔직히 세상은 혹독하고, 노력한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고는 볼 수 없지요. 하지만 노력하지 않은 자에게는 기회조차도 오지 않고, 그런 이에게 진짜 생명력은 없습니다. 우울해지기보다는 그 시간에 더 노력한다는 의미로 떠올리곤 합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현재의 스스로에게 자만감이 들 때 떠올리곤 합니다. 지금의 내가 그렇게 대단한가? 더 공부하고 노력해서 높은 곳으로 올라 설 수 있지 않은가? 지금이 정말로 나의 피크인가? 현재의 자신이 아직 부족함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지금 내 능력으로 이 세계에 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통하지 않는다면 좌절해 버리게 되는 일이 있죠.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그럴 때 저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결국 이런 식입니다만, 살아가는 세계는 다르다 해도 노력하고 도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만화에서 보여주는 이들의 노력과 고생과 도전이 와 닿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이겠죠. 이들 역시 잘 되기를, 그 노력이 보답받기를 바라게 된달까요. 저는 이것이 이 만화를 단지 적당히 멋진 시합을 즐기는 만화가 아니라 그 와중에서 무언가 와닿게 하는 만화로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해도 작가가 만화 너무 우려먹는다는 느낌 들게 되면 또 안 보게 되겠지만요. (낄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