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따뚜이
/ 브래드 버드

원래는 디워를 보려고 했다가, 요새 너무 화제라 보지도 않고 대충 어떤 거겠다 감이 잡히는 바람에 안 보고 이걸 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디워가 워낙 배우 연기도 스토리도 연출도 볼 거 없고 오직 하나 막판의 CG신만 좀 볼만하다는 소리를 <그나마 칭찬을 하는 데서> 들은 고로, 왠지 비싼 돈 주고 보고 싶지 않아졌달까요.. 같은 돈이라면 재미있는 걸 보자! 그래! 픽사다! ..라는 기분이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심감독님, 하지만 한국에서는 디워가 (<왕의 남자> 때처럼) 이상 과잉열풍이라 나 하나쯤 안 봐도 이미 한국에서는 충분할 거예요.

요컨대 반골기질 발동이었습니다만 어쨌거나 라따뚜이라는 영화 자체에 대해서는 꽤 기대를 갖고 있었습니다. PIXAR와 Disney의 힘이라면 확실히 믿을 만 하잖습니까. 전에 트랜스포머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라따뚜이의 예고편을 봤는데 '옷, 이거라면 재미있겠어!'라는 느낌이었지요. 그러므로 봤습니다. 서론이 길어서 죄송합니다만 본론은 서론만큼 길지 않을 테니 괜찮을 거예요.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이젠 스스로도 애매하다)

결론부터 말하죠. 이 영화는 최고입니다! -이런, 서론에서 갑자기 본론도 넘어가 결론으로 넘어가 버렸다? 하지만 이게 본론이니 사실은 괜찮습니다. (혼자만의 개그를 하는 Neissy라 죄송합니다) 우선 픽사 하면 생각나는 CG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놀랍도록 우수합니다. 각각의 상황에서 달라지는 - 휘날리고, 젖고, 윤기 흐르고 - 쥐 털의 질감을 놀랍도록 멋지게 재현했으며, 여성의 찰랑이는 머리칼은 엘라스틴 광고에 곧바로 나가도 될 만큼 우수하고, 광원 조명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도 가히 최고급입니다. 초반에 급류에 주인공 쥐가 휩쓸리는 장면이 있는데, 물의 표현이 엄청나서 실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습니다. "오 이런" 하고 중얼거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CG의 표현들을 살려내는 <라따뚜이> 최고의 장점은, 뭐니뭐니해도 연출입니다. '쥐가 요리를 한다면?' 이라는 가정 아래 '요리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다!', 또한 '출신이나 배경 때문에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라는 등의 기본 메시지가 녹아 들어간 스토리 라인을 기본으로, 각각의 신마다 웃음과 감동, 스릴과 감탄을 주기 위한 연출이 실로 적절합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볼 수 있을까?>를 세심하게 연구했다는 것이 전달되어 오는 그러한 장면들의 연속이었지요.

즐거웠고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이런 영화라면 몇 번을 더 보아도 즐거울 겁니다. 아직 안 본 사람에게 '이런 걸 안 보면 뭘 볼 생각인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돕니다. 역시 픽사로군요. -아, 하지만 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은 보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하실 것을 권합니다. 질감이 훌륭한 쥐떼들이 나오는 신이 조금 있습니다.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