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이 책을 제가 산 것은 아니고 지르엣에게서 이 책의 1·2·3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를. 여하간 감사를 잊지 않아야 훌륭한 새나라의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읽기 시작하는 데 꽤나 오래 걸렸습니다만 읽는 데는 전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가볍게 감상해 보죠.
황당무계. 아스트랄 사이드에서 날아온 아스트랄 사이드의 이야기. 유쾌발랄 블랙유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하 <히치하이커>로 수식)에는 어처구니없을만치 자유로운 상상력과 그럴싸한 입담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소재 하나하나가 발랄한 글이면 이야기 전개가 부실하리라 생각되기 쉽지만 전체 줄기를 꿰뚫어 가는 이야기 전개도 썩 볼만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소설이로군요.
SF라고 해서 톱니바퀴처럼 세밀하고 세심하게 짜여진 설정과 헤비한 전개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아이와도 같은 자유로운 상상을 어른의 적당히 그럴싸한 어휘력으로 써낸 SF도 있는 법이죠. <히치하이커>는 바로 그런 소설입니다. 이를테면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 우주선이라는 괴상한 물건이 나오는데 그 어떤 것도 무한 불가능 확률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매우 불가능할 뿐'이라는 의미에서 통상으로는 불가능할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우주선입니다. 당연히 그런 게 있을 리 없지만 적당히 (이 적당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럴싸한 입담으로 유쾌하게 받아들여지게 해 주죠. 물론 양식 있는 -뭐, 이 책이 여러 가지 의미로 정신 나간 글이긴 하지만 양식 없지는 않으니까요-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주제의식도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상상력과 주제의식 중 이건 어느 쪽이 양념이고 어느 쪽이 메인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한 면이 있습니다. 아닌 것 같아도 밸런스가 꽤 잘 잡혔거든요. 저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의 개발에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저 장치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대응을 보여주는데, 이게 또 볼만한 블랙유머인지라 낄낄 웃으면서도 현실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듭니다.
즉 그런 소설입니다. 자유로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에 적당히 있어 보이는 설명을 붙여 너스레를 떨며, 현실을 꼬아낸 블랙 유머로 사람을 웃기는 소설이죠. 화장실에 들고 가서 일 보면서 낄낄거리기에도 무방한 녀석입니다. 조금은 정신 나간 소설이지만 그걸 하나하나 따지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히치하이커>는 독자의 적절한 엔돌핀 분비에 일익을 담당해 줄 겁니다.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책세상
이 책을 제가 산 것은 아니고 지르엣에게서 이 책의 1·2·3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를. 여하간 감사를 잊지 않아야 훌륭한 새나라의 어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읽기 시작하는 데 꽤나 오래 걸렸습니다만 읽는 데는 전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럼 가볍게 감상해 보죠.
황당무계. 아스트랄 사이드에서 날아온 아스트랄 사이드의 이야기. 유쾌발랄 블랙유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하 <히치하이커>로 수식)에는 어처구니없을만치 자유로운 상상력과 그럴싸한 입담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소재 하나하나가 발랄한 글이면 이야기 전개가 부실하리라 생각되기 쉽지만 전체 줄기를 꿰뚫어 가는 이야기 전개도 썩 볼만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소설이로군요.
SF라고 해서 톱니바퀴처럼 세밀하고 세심하게 짜여진 설정과 헤비한 전개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린 아이와도 같은 자유로운 상상을 어른의 적당히 그럴싸한 어휘력으로 써낸 SF도 있는 법이죠. <히치하이커>는 바로 그런 소설입니다. 이를테면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 우주선이라는 괴상한 물건이 나오는데 그 어떤 것도 무한 불가능 확률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매우 불가능할 뿐'이라는 의미에서 통상으로는 불가능할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그런 우주선입니다. 당연히 그런 게 있을 리 없지만 적당히 (이 적당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럴싸한 입담으로 유쾌하게 받아들여지게 해 주죠. 물론 양식 있는 -뭐, 이 책이 여러 가지 의미로 정신 나간 글이긴 하지만 양식 없지는 않으니까요- 현대인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주제의식도 들어가 있습니다. 사실 상상력과 주제의식 중 이건 어느 쪽이 양념이고 어느 쪽이 메인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한 면이 있습니다. 아닌 것 같아도 밸런스가 꽤 잘 잡혔거든요. 저 무한 불가능 확률 추진기의 개발에 관련된 에피소드에서 저 장치에 대한 물리학자들의 대응을 보여주는데, 이게 또 볼만한 블랙유머인지라 낄낄 웃으면서도 현실에 대해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듭니다.
즉 그런 소설입니다. 자유로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그것에 적당히 있어 보이는 설명을 붙여 너스레를 떨며, 현실을 꼬아낸 블랙 유머로 사람을 웃기는 소설이죠. 화장실에 들고 가서 일 보면서 낄낄거리기에도 무방한 녀석입니다. 조금은 정신 나간 소설이지만 그걸 하나하나 따지지 않고 함께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면 <히치하이커>는 독자의 적절한 엔돌핀 분비에 일익을 담당해 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