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gno
안드레아 보첼리 (Andrea Bocelli) 노래/유니버설(Universal)

최근 이오공감에 Paul Potts라는 사람의 유투브 동영상이 올라왔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여기에서 확인하시면 되겠는데, 온갖 역경이 있었던 어떤 사람의, 영국의 스타만들기 장기자랑 프로그램에 출연한 동영상입니다. 겉보기에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청년, 그것도 소심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는 사람인데 노래를 일단 시작하자 이게 무지하게 멋진 오페라 테너. 처음엔 시큰둥했던 심사위원들도 그다지 관심 없었던 관객들도 다 함께 감동의 도가니. 저도 듣는 중에 소름이 돋았지요. ..라는 건 지금 감상을 간단하게 하려는 이 앨범하고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만, 여하간 저 노래를 듣고 나니 이 앨범이 땡기더군요. 그래서 요즘 또 꺼내 듣고 있습니다.

사실 이 앨범을 사게 된 계기는 어느 TV 프로그램에 삽입된 곡이었는데, 일종의 공개 소개팅 같은 거였고 남자가 고백했을 때 그 여자가 받아 줄 것이냐 말 것이냐, 그 여자가 받아들여 모습을 드러낼 것이냐 말 것이냐의 순간에서 이 앨범 삽입곡인 Mai Piu' Cosi' Lontano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말아요)라는 노래를 쓰더군요. TV 프로그램 자체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이거 노래가 멋져요, 잔잔하고 애수어린 톤과 더불어 아름다운 테너음, 그리고 감정이 잘 전달되어 오는 비브라토. 아 이건 멋지다 싶어서 찾아본 후 냅다 앨범을 구입했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사실 유명하다면 꽤 유명한 사람이라 딱히 새삼 소개할 필요 없을 것 같고 아시는 분들은 저보다 훨씬 잘 아실 것 같지만 그래도 모르는 분도 있을 테니 약간 설명만 해 두겠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는 농가의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때부터 음악을 접하며 자라났으나 12살 때에 친구들과 축구를 하다가 사고를 당해 뇌를 다치고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후 피사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했고 법정 선임 변호사로까지 활약했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해 전설적인 테너 프랑코 고렐리 (Franco Gorelli)를 찾아가 그의 문하생이 되었습니다. 그의 도약 발판이 된 이는 주케로와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barotti)인데, 주케로는 Miserere라는 곡의 데모테입을 만들기 위해 오디션을 열었고 그 때 선택된 이가 안드레아 보첼리였습니다. 노래 자체는 주케로와 부를 사람으로 이미 파바로티가 내정되어 있었으므로 단지 데모테입에 필요한 가수였을 뿐이었지만, 이 데모테입을 들은 파바로티는 자기가 아니라 보첼리가 부른다 해도 만족스러울 것이라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물론 이 노래의 녹음은 당연히 파바로티와 되었지만, 이 곡이 히트가 된 후 라이브 공연을 원하는 팬들을 위해 (파바로티는 스케줄이 맞지 않았으므로) 나오게 된 대타가 바로 안드레아 보첼리였던 것입니다. 이것을 계기로 안드레아 보첼리의 이름은 알려지게 되었고, 알려지고 알려진 끝에 한국에 있는 저까지 그의 앨범을 사서 듣게 되었다 이런 말이 되겠습니다.

안드레아 보첼리의 목소리에는 영혼을 공명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가 맹인이라는 점이 그가 목소리에 영혼을 담는 데에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 속의 찌꺼기가 씻겨 나가는 것을 느낍니다. 맑고 깨끗하며 울림이 있어요. 들어 보시지 않으신 분은 꼭 들어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