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조니 뎁,올랜도 블룸,키이라 나이틀리 / 고어 버빈스키

무슨 영화나 마찬가지입니다만 3쯤이나 오면 저는 스토리의 탄탄함 같은 건 그다지 기대하지 않습니다. (반지의 제왕 같은 경우는 조금 예외였습니다만, 물론 그건 원작이 소설로 이미 완성된 거였으니까요) 그런 이유로 남들이 혹평하던 스파이더맨 3도 충분히 재미있게 보았고, 캐리비안의 해적 3도 아주 즐겁게 보고 왔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도 있을 테니 스포일러는 최대한 줄이도록 하죠.

자고로 이런 영화를 즐기는 법은 오로지 한 가집니다. 다른 건 신경쓰지 말고 캐릭터와 액션을 즐겨라!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캐리비안의 해적은 그 부분만큼은 절대로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애당초 캐리비안의 해적이란 영화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가 죠니 뎁 열연의 캡틴 잭 스팰로우 때문이 아니었겠습니까? 1을 볼 당시, (그때 저는 혼자 보았습니다만. 딱히 정보도 뭣도 없었는데 왠지 보고 싶었던 건 역시 죠니 뎁의 힘이었을지도) "저, 저 인간, 리듬을 타고 있어!"라고 외치게 만들던 그 살아 있는 캐릭터는 이번에도 여전합니다. 능글맞고, 흔들거리고, 심지어 그걸로도 부족해 스미스 요원처럼 여러 명이 나옵니다. 이건 유쾌하지 않을 수가 없죠.

올랜도 블룸의 윌 터너는 스탠더드하게 할 일은 다 하고, (사실 이 사람은 좀 캐릭터가 약하다고 생각하지만, 캡틴 잭 스팰로우와 비교되면 승산이 없슴다.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제일 마지막 부분의 커스츔 변경은 꽤 괜찮았습니다) 2편에서 숏컷으로 등장해 숏컷 모에인 Neissy를 하악거리게 만들었던 키이라 나이틀리의 엘리자베스 스완은 3편에서는 싸우는 아가씨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해적왕이라는 부분에서 원피스가 생각나서 순간 풉. (나름 스포일러니 괜찮은 분만 긁어보세요) 제프리 러쉬의 캡틴 바르보사도 3에서는 아주 비중이 높은 역입니다. 극단적으로 흘러가기 쉬운 다른 캐릭터들을 중간에서 잘 잡아 주는 느낌이죠. 윤발이 형의 샤오펭은 생각보단 비중이 낮았습니다만 존재감은 충분했습니다. 연기야 물론 좋았고요. 더불어 문어선장 데비 존스의 팬에게 기쁜 소식 하나. 여기에서는 그의 맨얼굴도 볼 수 있습니다! (라고 해도 저야 뭐 아무래도 좋았습니다만)

배신하고 배신하고 배신이 연속되면서도 용케 살 놈들은 삽니다. 정신없이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에서도 주인공들은 여유가 있고, 확실히 주인공이 아니었으면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했을 겁니다. 여하간 난장판, 난장판, 그리고 또 난장판. 유머가 있고 그런 주제에 은근히 잔인합니다. 뭐 어쨌거나, 마지막 소용돌이에서 블랙 펄 호와 플라잉 더치맨 호의 대결은 실로 절품이었습니다. 대미를 장식하기에 실로 어울리는 장면이었죠. 2편에서 계속 이어진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이만큼 마무리로 어울리는 것도 없습니다. (딱히 그것으로 바로 엔딩이 되는 건 아니지만)

여하간 즐거운 해적영화였습니다. 영화 중간에서 엘리자베스가 해적정신을 부르짖는 부분에서는 '그런 거 있었나' 했지만 뭐 로망이 있는 영화니까 그렇다 치고 (...), 2시간 4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 꽤 금방 지나갔습니다. 꽤 길다 싶었긴 했습니다만 영화 끝나고 시간 보고 식겁했습지요. 아, 마지막으로 여담: 스탭롤이 다 지나간 다음에 추가영상이 있는 걸 알기 때문에 기다렸는데, 저 말고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그러나 괜히 돈을 많이 들인 영화가 아니라, 영화에 참여한 스탭들이 엔간히 많아 스탭롤이 끝이 안 났지요. 한 7분쯤 지났나 'Special Thanks to'가 올라오자 기다리고 있던 관객들 사이에서 무려 박수 (...)가 흘러나왔다는 전설이. (낄낄) 추가영상은 딱히 그리 길진 않지만 1때처럼 아주 짧지도 않은데다 이걸 봐야 나름 이해되는 부분도 있으니 보시길 권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