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문견 자단,사 정봉,여 문락 / 엽 위신
우선 저는 이소룡을 제외하고 무술배우 중에서 견자단을 가장 좋아하는 인간임을 먼저 밝혀둡니다. 왜 하필 견자단이냐 하면 역시 제대로 무술을 배운 사람이라 제대로 발력이 되고 자세가 딱 잡혀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군요. 그 점은 이연걸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만 이연걸은 뭐랄까 파워보다는 스피드를 조금 더 중시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견자단보다는 덜 좋아합니다. (물론 이연걸도 좋아해요. DVD도 그럭저럭 샀고 말이죠)
자, 사설이 길었습니다만 용호문입니다. 이 영화는 이미 국내 개봉되기 전에 샤바샤바한 루트로 보았습니다만 극장 개봉된다는 걸 알고 오늘 또 극장에 나가서 보았습니다. (라기보다 친구인 카방글을 맛있게 뜯었습니다. 언제나 돈 없는 저에게는 참으로 고마운 친구입니다) 뭐랄까, 역시 같은 영화라도 거대한 스크린과 사방에서 빠방하게 몸으로 느껴지는 사운드로 보게 되면 체감이 다르달까요. 집에도 5.1채널을 구축하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영화관을 따라갈 수는 없지요. 이런 건 영화관에서 봐 줘야 하는 겁니다. (역설) ..다만, 요즘 이런 영화의 흥행부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영화관은 참으로 썰렁했습니다. 예전에 거칠마루를 극장에서 보았을 때만큼 썰렁하진 않았지만, 무려 I열 10번 자리에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앞옆으로 텅 비어서 (뒤에는 사람이 조-금 있었고) 느긋하게 앞자리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짐작하실 수 있으시겠죠. (...)
영화 자체에 대해 말하면.. 일단 결론부터 말하죠. 스토리는 ㄱ- 액션은 -_-乃 ..이렇습니다. 초장에 만화책 장면을 끌어온 듯한
그리고 -_-乃인 액션은, 전체적으로 중국 무술 영화가 화려한 스크린을 만나면 어떻게 되는가를 잘 보여 주었다고 할 만합니다. CG를 좀 과도하게 넣었다거나 스토리가 좀 에러사항이 꽃핀다거나 하는 것만 어떻게 잘 눈속임하면, 쿵푸 영화에서만 보여줄 수 있을 실전적이면서도 화려한 수기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실전적이면서도 화려한 수기>는 오로지 견자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만. (...) 더불어 이 영화는 액션 영화의 백미인 소수 대 떼거지 격투신이 무려 초반부에 나옵니다. 임팩트는 좀 있는 편입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오히려 후반부의 최종보스, 화운사신과 싸우기 전에는 떼거지 격투신이 안 나옵니다. 보통 떼거지는 최종보스 전에, 라는 게 공식이거늘. (먼산)
중심 주인공은 세 명입니다. 왕소룡 역의 견자단과, 왕소호 역의 사정봉, 그리고 석흑룡 역의 여문락. 우리의 견자단은 위명 그대로 밸런스있고 절도있으며 빠르고 강한 모습을 선보이고, 사정봉은 오로지 죽어라 발차기만 선보이며, 여문락도 외길을 가는 장인정신답게 쌍절곤만 선보여 줍니다. 이 세 명에 대한 제 감상은..
일단 사정봉부터 말하자면, 이 사람은 다리가 쭉쭉 잘 올라가기는 하는데 별로 대단하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그가 주인공인 데에는 아무래도 반듯한 마스크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싶군요. 최후에 화운사신과 싸우기 전에 왕소호 (사정봉)과 석흑룡 (여문락)은 신기술을 익혀 나가는데, 그래도 좀 뽀대가 나는 석흑룡의 신기술에 비해 왕소호의 신기술은 CG로 점철된 무한 공중 이단옆차기입니다. (...) 별로 강해 보이지도 않고 어쩐지 안습. 어차피 CG빨에 카메라 빨리 돌리기 같은 걸 동원할 거면 북두 백열각이나 스피닝 버드 킥 같은 선택지도 있었을 텐데. 사실 주인공이긴 합니다만 스토리상 중심이지 액션상으로는 오히려 석흑룡보다도 떨어집니다. 애도.
그리고 여문락. 다른 기술 없이 쌍절곤만 선보이는데, 멋지긴 합니다만 좀 아크로바트 쌍절곤 느낌도 나서 약간 아쉽습니다. 그래도 볼거리는 있으니 나쁘지 않달까요. 위에서 말했듯 화운사신과 싸우기 전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데, CG와 카메라 빨리 돌리기가 결합되어 탄생한 이 남자의 간지나는 신기술은..
멋지긴 했습니다만 문득 이게 생각나서 혼자 히죽히죽. ↓
그리고 마지막으로 견자단은.. ..이미 위에서 말할 건 다 말한 듯 싶은데, 절도있고 빠르고 각이 제대로 잡혔고 발력도 문제없습니다. 이 사람이 여태까지 주인공 역을 제대로 못한 건 오로지 그 좀 어딘가 뺀질해 보이는 마스크 때문이라고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주인공 of 주인공 자리를 맡았으니 그의 팬으로서 이 어찌 아니 기쁘겠습니까. 스토리상으로는 조금 다를 수도 있지만 액션상으로는 견자단이야말로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그저 닥치고 견자단. 님하가 짱입니다. (운다)
아, 하는 김에 곁다리로 최종보스인 화운사신에 대해서도 약간 말해두면, 이 사람은 무술가로서는 별로 대단하지 않다는 느낌입니다. 이 사람 자체로 뭔가가 있다기보다는 위의 세 사람의 기술 살려 주기 위해 나온 역이랄까요? 물론 영화상에서는 강하다는 이미지로 나오긴 합니다만 그거 다 CG빨이고, 기술이 좀 아마추어스러운 것도 그렇고 별로 그다지 발력이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또 하나 빼먹을 뻔 한 게 있군요. 극중에서 나찰녀, 로사라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가 견자단이 맡은 왕소룡이라는 캐릭터와 썸씽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에서는 이 아가씨와 왕소룡과의 에피소드를 좀 짤라먹었더군요. 그녀가 문신새겨달래서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 (?)인 번개 마크를 왕소룡이 그녀의 어깨 뒤쪽에 새겨 주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게 삭제되었습니다. 이게 있어야 후반부에 로사가 '나를 사랑하긴 했었나요' 라는 말과 그녀는 보지 못하는 그 어깨 뒤의 문신이 겹쳐져서 조금 짠해지는데 말이죠. 그리고 로사와 왕소룡의 과거 에피소드도 삭제되었습니다. 영화 전개상 그 부분이 없어도 크게 뒤틀리지는 않습니다만 좀 아쉽군요. DVD로 나올 때는 다시 복원되리라고 믿습니다. (아, DVD 나오면 전 당연히 삽니다)
자 하여간 이런 영화입니다. 스토리는 그냥 기대하지 마시고, 액션만 기대하세요. CG빨이 좀 거슬려도 그 부분만 어떻게 넘기면 상당히 볼 만합니다. (사실 CG가 지나친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사정봉이나 여문락은 그렇다 쳐도, 견자단은 CG 같은 거 없어도 얼마든지 훌륭한 액션을 뽑아낼 수 있는데. 치고 나서 절도 있게 멈추는 게 아니라 계속 공격 들어갈 수 있는데도 관객들을 배려해서 일부러 끊어주는 게 눈에 보이더군요. 크흑, 견자단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