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리언 2020 (원제 피치 블랙)
데이빗 트오히 감독, 빈 디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항간에 에이리언 2020, 혹은 에일리언 5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바로 그 물건입니다. 단언하는데 에일리언이라는 이름에 속아서 에일리언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봤다가는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실 겁니다. 외계생명체가 나오긴 하지만 이 놈은 에일리언이 아니거든요. 사실 저도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거 뭐야 싶었습니다만, 이게 '에일리언 시리즈가 아니다'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보기 시작하자 이게 또 맛깔스러운 물건이더군요. 1급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에일리언 5라는 이름이 쓸데없이 붙어서 이 영화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달까요. 엄연히 다른 물건을 이런 식으로 시류편승한 제목을 붙였다가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만 초래하는 겁니다. 원제 피치 블랙, 이거 좋잖아. 에이리언 2020이 뭐냐.. 2020 원더키디도 아니고. (아 원더키디 보고 싶네)
일단 시작은 자그마한 우주선인데, 운석우에라도 휩쓸렸는지 구멍이 뻥뻥 뚫리고 선장도 죽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 승무원들이 동면에서 깨고 마는데, 우주선 상태는 안 좋고 근처의 행성으로 불시착하게 됩니다. 컴퓨터가 그 행성을 잡아낸 이유는, 적당한 산소도 있고 기온도 적당해서, 인간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이런 SF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입니다만,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한 행성이라면 '다른 무언가'도 살고 있기 마련이지요- 태양이 세 개나 되어 절대로 밤이 찾아오지 않는 이 행성은 사막이었고, 예전에 생명체가 살았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마치 코끼리 무덤처럼, 거대한 무언가의 뼈들이 가득했지요. 죽은 별인가 하고 절망하기 시작할 무렵 예전에 인간들이 찾아와 세운 건물과 비상용 우주선을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흔적이 가득했고 우주선의 연료도 떨어졌으나 그건 불시착해 망가진 우주선에서 가져오면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행성에는 어두운 곳에서 숨어 사는 모종의 생명체가 있었고, 부주의하게 그 생명체가 있는 곳에 들어갔다 사망하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다만 이 생명체는 밝은 곳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낮만 계속되는 이 행성에서는 괜찮으리라고 생각했으나,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예전 이 행성에 왔던 인간들, 지질학자가 만들었던 이 행성과 주위 항성의 모형도에 의하면: 거대한 행성 때문에 태양들이 모두 가려져 기나긴 일식이 찾아오는 겁니다. 그것이 22년 전 이번 달에 일어나는 일. 그리고 지금은 그 후 22년 오늘. 그리고 바야흐로, 일식이 찾아와-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드리웁니다. 어둠 속에서 무시무시한 수로 나타나는 '그 생명체'들. 과연 인간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뭐, 이런 영화라는 거죠.
빈 디젤이 (전 잘 몰랐는데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던가보군요. 트리플 엑스에도 나왔다던가. 그걸 봤어야지) 죄수로 출연합니다. 살인자이고 오랜 기간 갇혀 있었습니다. 그 범죄자들의 도시는 어둠 뿐이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눈을 의사에게서 수술받아,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어둠 속에서만 오히려 잘 볼 수 있습니다. 이 남자가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긴 전반부에서도 중요하긴 합니다. 불시착하고 그 후 혼란의 틈을 타 탈주하는 탓에 사람들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거든요. 이 사람, 명실상부한 악당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만 설명하면 '왜 이런 멋진 영화가 아직까지 묻혀 있는가!'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지 몰라 설명하는데, 소재는 쓸만합니다만 플롯이 아주 잘 짜여졌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미묘하게 허술한 부분들이 눈에 보이고, 보다 보면 캐릭터들이 굼떠서 갑갑하다 싶은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세 개의 태양 중 하나는 푸른빛을 발하기 때문에, 그 태양이 떠 있을 때의 행성은 온통 푸른 빛이라 보는 관객도 눈이 피로해집니다. (...) -뭐 사실 전반적으로 톤 자체가 좀 편안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하면 '그거 몹쓸 영화로구만' 하고 생각하실 분도 또 있을 거 같아서 덧붙여두면, '어둠 속에서만 활개치는 이형의 생물체'를 사용한 압박감과 연출이 굉장합니다. 일례로, 빛이 있으면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일식이 찾아왔을 때 다들 빛을 두르고 가는데, 한 사람이 도중에 잘못해서 떨어져 나갑니다. 이 사람이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가 도수 높은 술을 마시고 뿜어 한순간 주위가 환히 보이게 만드는데, 그때까지 주위가 어둠이라 보이지 않았다가 그 한순간 사방을 빠곡하게 들어찬 '그 놈들'이 드러나고,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암전됩니다. 뭐 이런 연출들은 정말 꽤 잘 만들었다고 감탄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꽤 볼만합니다. 잘 말해도 일류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절대로 삼류는 아닙니다. B급 SF호러로서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구할 수 있다면 한 번쯤 보시길 권합니다.
데이빗 트오히 감독, 빈 디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항간에 에이리언 2020, 혹은 에일리언 5라는 이름으로 떠도는 바로 그 물건입니다. 단언하는데 에일리언이라는 이름에 속아서 에일리언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봤다가는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실 겁니다. 외계생명체가 나오긴 하지만 이 놈은 에일리언이 아니거든요. 사실 저도 처음에 이 영화를 보았을 때는 이거 뭐야 싶었습니다만, 이게 '에일리언 시리즈가 아니다'라는 점을 확실히 인지하고 보기 시작하자 이게 또 맛깔스러운 물건이더군요. 1급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에일리언 5라는 이름이 쓸데없이 붙어서 이 영화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는 점이 아쉽달까요. 엄연히 다른 물건을 이런 식으로 시류편승한 제목을 붙였다가는 오히려 더 나쁜 결과만 초래하는 겁니다. 원제 피치 블랙, 이거 좋잖아. 에이리언 2020이 뭐냐.. 2020 원더키디도 아니고. (아 원더키디 보고 싶네)
일단 시작은 자그마한 우주선인데, 운석우에라도 휩쓸렸는지 구멍이 뻥뻥 뚫리고 선장도 죽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원래 가야 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중간에 승무원들이 동면에서 깨고 마는데, 우주선 상태는 안 좋고 근처의 행성으로 불시착하게 됩니다. 컴퓨터가 그 행성을 잡아낸 이유는, 적당한 산소도 있고 기온도 적당해서, 인간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이런 SF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소리입니다만, 인간이 살 수 있을 만한 행성이라면 '다른 무언가'도 살고 있기 마련이지요- 태양이 세 개나 되어 절대로 밤이 찾아오지 않는 이 행성은 사막이었고, 예전에 생명체가 살았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마치 코끼리 무덤처럼, 거대한 무언가의 뼈들이 가득했지요. 죽은 별인가 하고 절망하기 시작할 무렵 예전에 인간들이 찾아와 세운 건물과 비상용 우주선을 발견합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흔적이 가득했고 우주선의 연료도 떨어졌으나 그건 불시착해 망가진 우주선에서 가져오면 해결될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행성에는 어두운 곳에서 숨어 사는 모종의 생명체가 있었고, 부주의하게 그 생명체가 있는 곳에 들어갔다 사망하는 사람이 생겨났습니다. 다만 이 생명체는 밝은 곳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낮만 계속되는 이 행성에서는 괜찮으리라고 생각했으나, -놀라운 사실이 밝혀집니다. 예전 이 행성에 왔던 인간들, 지질학자가 만들었던 이 행성과 주위 항성의 모형도에 의하면: 거대한 행성 때문에 태양들이 모두 가려져 기나긴 일식이 찾아오는 겁니다. 그것이 22년 전 이번 달에 일어나는 일. 그리고 지금은 그 후 22년 오늘. 그리고 바야흐로, 일식이 찾아와- 빛 한 점 없는 어둠이 드리웁니다. 어둠 속에서 무시무시한 수로 나타나는 '그 생명체'들. 과연 인간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뭐, 이런 영화라는 거죠.
빈 디젤이 (전 잘 몰랐는데 나름 유명한 사람이었던가보군요. 트리플 엑스에도 나왔다던가. 그걸 봤어야지) 죄수로 출연합니다. 살인자이고 오랜 기간 갇혀 있었습니다. 그 범죄자들의 도시는 어둠 뿐이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도 볼 수 있는 눈을 의사에게서 수술받아, 빛이 없으면 볼 수 없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어둠 속에서만 오히려 잘 볼 수 있습니다. 이 남자가 이 영화의 후반부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하긴 전반부에서도 중요하긴 합니다. 불시착하고 그 후 혼란의 틈을 타 탈주하는 탓에 사람들이 목숨의 위협을 느끼거든요. 이 사람, 명실상부한 악당입니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만 설명하면 '왜 이런 멋진 영화가 아직까지 묻혀 있는가!'라고 생각하실 분도 있을지 몰라 설명하는데, 소재는 쓸만합니다만 플롯이 아주 잘 짜여졌다고는 말하기 힘듭니다. 미묘하게 허술한 부분들이 눈에 보이고, 보다 보면 캐릭터들이 굼떠서 갑갑하다 싶은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또한 세 개의 태양 중 하나는 푸른빛을 발하기 때문에, 그 태양이 떠 있을 때의 행성은 온통 푸른 빛이라 보는 관객도 눈이 피로해집니다. (...) -뭐 사실 전반적으로 톤 자체가 좀 편안하지 않은 탓도 있습니다만..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하면 '그거 몹쓸 영화로구만' 하고 생각하실 분도 또 있을 거 같아서 덧붙여두면, '어둠 속에서만 활개치는 이형의 생물체'를 사용한 압박감과 연출이 굉장합니다. 일례로, 빛이 있으면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일식이 찾아왔을 때 다들 빛을 두르고 가는데, 한 사람이 도중에 잘못해서 떨어져 나갑니다. 이 사람이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가지고 있다가 도수 높은 술을 마시고 뿜어 한순간 주위가 환히 보이게 만드는데, 그때까지 주위가 어둠이라 보이지 않았다가 그 한순간 사방을 빠곡하게 들어찬 '그 놈들'이 드러나고,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암전됩니다. 뭐 이런 연출들은 정말 꽤 잘 만들었다고 감탄했지요.
그런 의미에서 꽤 볼만합니다. 잘 말해도 일류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절대로 삼류는 아닙니다. B급 SF호러로서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어요. 구할 수 있다면 한 번쯤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