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문답 : 카방글의 이글루로부터 트랙백.

요즘 이게 대세인가 보더라. 왠지 자주 보이길래 요즘 딱히 포스트 거리도 없고 (사실 읽을 책이나 볼 영화 자체는 쌓여 있지만 글쓴답시고 시간을 제대로 못 내서) 이거나 해보기로 했다.


1. 자신과 동일한 연도에 태어난 동전을 보며 세월을 느껴봤다.
- 세월을 느낀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내 생년도에 만들어진 주화를 일부러 하나쯤 챙겼던 적은 있다.

2. 분위기 낸다고 엄마 와인잔에 포도주스 따라서 먹어봤다.
- 내 집에는 어머니 와인잔 같은 거 없다. 물론 아버지 와인잔도 없다. 더불어 소주잔도 당연히 없다.

3. 항상 세뱃돈 더 받는 언니 오빠(또는 형 누나)가 질투났다.
- 그보다는 나보다 세뱃돈을 더 받는 동생을 보며 분개했다. 여자라고 우대하다니 남녀차별 나빠효.

4. 나이 먹으면 띠(양띠, 원숭이띠 등)도 바뀌는 줄 알았다.
- 그럴싸하다. 그런 소리를 하는 아이를 보면 한 번 신나게 웃어준 후 머리를 쓰다듬어 주겠다.

5. 어린 시절 엄마나 아빠 둘 중에 누가 더 좋은지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 그런 것보다는 용돈 받은 오백원으로 과자를 살까 하드를 살까 하는 고민이 훨씬 심각했을 거다.

6. 선풍기 앞에 티셔츠 갖다대고 바람 넣어봤다.
- 해 보면 그거 재미있다.

7. 터널을 지날 때 끝까지 숨 참아봤다. 또는 계속 아아아 하고 소리내 봤다.
- 예전에 해본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물 속에 잠수한다는 기분으로. 폐활량 상승에는 아무 도움 안 됐을 게지만.

8. 이성으로 오해받아봤다.
- 온라인에서만 가능한 이야기다.

9. 책(혹은 동전)으로 탑 쌓기 놀이 해봤다.
- 동전으로 탑 쌓기는 어릴 적 로망이었다.

10. 베개 여러 개 늘어놓고 침대라고 이름지어 줬다.
- 당신, 센스가 있다.

11. 테이프를 뜯어 온 방에 휘감아놓고 스파이더맨 놀이를 해봤다.
- 테이프는 비싼 물건이었다. 차마 그런 짓을 할 수 없었다.

12. 100일 이상 이성과 사귀어 봤다.
- 중요한 건 지금 누구랑 사귀느냐다. 그리고 나는 지금 솔로다. 임자 없으니 작업 거세요.

13. 벌레를 잡아 다리나 날개를 하나하나 뜯어봤다.
- 심심한 날 나는 개미를 잡아 친구 삼았다.

14. 밤에 엄마 몰래 컴퓨터 하다가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봤다.
- 남자들이라면 이해할 일이다.

15. 맘에 드는 걸 사자마자 고장났다.
- 나는 메이드 인 차이나는 맘에 들어 본 적이 없었다.

16. 팬시 인쇄해서 학용품에 붙여봤다.
- 내가 그림 그려서 코팅 책받침을 만들어 본 적은 있다.

17. 친구랑 머리채 잡고 싸워봤다.
- 나는 평화주의자였다. 그나저나 남자가 유치하게 머리채 잡고 싸우는 게 뭐냐.

18. 문화상품권을 한번에 10장 이상 받아봤다.
- 상금으로 오십 만원 정도까지는 받아 봤다. 문상보단 현금이 좋은 거다. 훗.

19. 친구의 하얗게 곪아있는 여드름을 짜고 싶었다.
- 땀내나는 남자놈의 피부 같은 것에 손 대고 싶지 않았다.

20. 시험에서 찍은 게 맞아봤다
- 이런 경험은 없는 게 드물 거다. 오히려 '찍은 게 모조리 틀려봤다' 쪽이 많을 거다.

21. 중학교 올라와서 유아용 동화책 보고 재밌다고 생각해봤다.
- 지금 봐도 재미있다. 유아용 동화라고 무시하지 마라. 삶이 녹아 들어 있다.

22. 안경(혹은 렌즈) 부서트려 봤다.
- 자주 부숴먹었다.

23. 평소에 쓰던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 글씨 쓰면서 낄낄거려봤다.
- 왜 낄낄거린다는 건지 의아하다.

24. 입으로 온갖 효과음을 내며 상상의 놀이를 해봤다. (Ex : "꾸오오-", "난 잠자는 중이야")
- 어릴 땐 자주 했다.

25. 보석반지 먹고 남은 반지 끼고 놀아봤다.
- 보석반지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제품이다. 하지만 끈적해서 손이 더러워지는 것만은 슬펐다.

26. 중학생 이전에 도전 골든벨(혹은 장학퀴즈)문제 맞힌 후 좋아해봤다.
- 내 중학생 이전에 장학퀴즈가 있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장학퀴즈는 흥미있는 프로가 아니었다.

27. 시험 일주일 전에 벼락치기 해봤다.
- 무려 일주일 전에 공부하는 게 어떻게 벼락치기냐. 내 개념으로 벼락치기는 하루 전, 혹은 시험 보기 직전에 공부하는 거다.

28. 만화책 한꺼번에 30권 이상 빌려놓고 봐봤다.
- 나는 빌려보기보다는 사 보는 주의였고 지금도 그렇다.

29. 최초로 만들어본 음식이 랍스타였다.(어이)
- 이 드넓은 세상 어딘가에 잘 찾아보면 최초로 만들어본 음식이 랍스터인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외국 이야긴데 저기 어디 가면 랍스터가 서민 음식인 데도 있는 모양이더라.

30. 열심히 숙제했는데 날아가버린 적 있다.
- 열심히 숙제를 해 본 적이 없었다. 미안하다.

31. 지폐 접어서 이상한 표정 만들기 해봤다.
- 나는 손짓 하나로 세종대왕님을 울고 웃게 만들 수 있는 남자다.

32. 동전의 그림이 앞인지 숫자가 앞인지를 가지고 논쟁해봤다.
- 대인배는 그런 것으로 논쟁하지 않는다.

33. 단어를 한번에 100개 이상 외워봤다.
- 한 번에 가장 많이 외워본 게 쉰 단어 정도였나?

34. 바람의 나라 레벨 99를 만들어봤다.
- 예나 지금이나 온라인 게임은 즐기지 않는 주의다. 유일한 예외가 마비노기였군.

35. 목욕탕 가서 삼각 커피우유와 빙그레 바나나우유를 마셔봤다.
- 목욕탕의 바나나 우유는 찜질방의 계란만큼이나 정석이다. 커피우유는 난 좋아하지 않는다.

36. 가출해봤다.
-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진리를 나는 어릴 적부터 알고 있었다.

37. 버스 타고 내릴 때 카드 안 찍고 내려봤다.
- 환승하는 일이 많지 않으니 자주 있다.

38. TV출연 해봤다. (뉴스데스크 뒷 배경을 지나던 행인도 괜찮다.)
- 해수욕장에서 위를 지나가는 방송국 헬기에 손을 흔들어 본 적이 있다. 잘하면 해수욕장 인파로 나왔을 지도 모른다. 아니면 말고. 뭐 어떠냐.

39. 이런 거나 만든 사람이 이해가 안 간다.
- 괜찮다, 형은 다 이해한다.

40. 바톤 받을 사람 5명 이상!
- '이걸 누가 해 ㅋㅋ'라고 연우가 그러더라. 5명이나 바톤을 넘겨서 피라미드 회사를 만드는 데 신경쓰지 말고 이 문답 해준 사람에게 감사하는 자세를 가져라. 예전 문답에는 문제 제일 마지막에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게 있고 그랬는데 요즘 문답은 그런 것도 없이 '바톤 5명!' 이런다. 문제가 재미있어 보이면 바톤 안 넘겨도 알아서 하는 법이다.
여하간 문제 만드느라고 수고했다. 이 문답, 생각보다는 재미있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