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나쁜 기억'만 골라 지우기 성공했다


나쁜 기억만 골라 지워 주는 시대 열린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은 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떨쳐버리려 애 쓸수록 더 끈질기게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나쁜 기억의 속성이다.

11일 네이처 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대학교의 조셉 드루 교수 등 연구팀은 쥐들에게 공포의 기억 두 가지를 심어주었다. 두 가지 톤의 음악을 들려주는 동안 전기 충격을 줘서 그 음악들을 무서워하게 만든 것.

그런데 절반의 쥐에 제한적 기억 상실을 유발하는 특정 약물을 주입한 채 공포의 음악 중 하나를 듣게 했다. 그 결과 이 쥐들은 약물의 영향 아래에서 들었던 음악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또 다른 음악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점이 특별히 주목할 대목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기억을 놔둔 채 하나의 기억을 지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약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조셉 드루 교수 등은 다른 기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특정 기억에만 간섭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고 싶어 했고 그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드루 교수의 이번 실험은 뇌의 편도(amygdala)의 기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무서운 기억이 생성될 때 편도 속 뉴런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데, 이번 실험에서는 약물 투여 쥐의 경우 그 상호작용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의 기억과 공포에 떠는 반응 사이의 연결을 끊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기억을 실제로 지울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한 과학자는 미래 정신과 치료의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했다.

이번 논문은 ‘네이처 신경과학 ’에 실렸다.

이나무 기자 (저작권자 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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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드 님의 이글루에서 나쁜 기억을 골라 지운다고?.. 라는 포스트를 보고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이미 갖고 있는 기억 중에서 좋지 않은 기억만 골라서 제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기사 내용만으로는) 자세히 살펴 보면 이야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이것이 아직 사람이 아닌 쥐에게 실험한 내용이라는 건 둘째치고, 이 나쁜 기억이라는 게 통상 말하는 나쁜 기억과는 좀 다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나쁜 기억이란, '음악을 들려주는 동안 전기 충격을 줘서 그 음악들을 무서워하게 만든 것'을 말합니다. 이건 그 음악 자체가 공포라기보다 음악이 들리면 전기 충격이 오는 걸 알게 되어 두려워하게 되는 일종의 학습효과입니다. 그리고 '제한적 기억 상실을 유발하는 특정 약물을 주입한 채 공포의 음악 중 하나를 듣게' 하는 것으로써 이 음악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했다는데, 이건 다른 의미로 생각해 보면 음악이 들릴 때에 충격이 찾아온다는 학습효과를 상실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기억은 어떤 의미에서는 학습입니다. 그러나 저 경우의 공포의 기억이란 파블로프의 개에서 보여준 것 같은 아주 기초적인 학습이로군요. 실제 인간의 심리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만한 기억은 저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약물을 주입한 채 그 상황 (예시에서는 음악)을 반복하되 공포 (예시에서는 전기 충격)는 반복되지 않는 상황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건 저 실험을 한 과학자들도 잘 알고 있겠지요.

이건 MIB에 나오는 기억제거기와는 다릅니다. 인간의 기억 영역을 찾아내 그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어 버리는 어떠한 학습효과를 상황 재현에서 상실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세뇌에 악용될 수 있다거나 좋은 기억도 없앨 수 있다거나 하는 건 이 실험을 보고 도출할 수 있는 우려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싶군요. 사실 저로서는 이게 몸의 반사적인 반응을 제거하는 일로 보일 뿐, 정말 '기억'에 손대는 건지에는 글쎄요입니다. 음악이 들릴 때 전기충격이 찾아와 음악을 무서워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를테면 살인을 눈앞에서 봤다거나 강간을 당했다거나 하는 '기억'을 저 방법으로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덧붙여 저 '약물'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한적 기억 상실을 유발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뇌에 손상을 가하는 것이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당연히 부작용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결론은, 이번에도 기사 제목이 낚시다? (...)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