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글쓴답시고 날을 새고, 새는 김에 아예 저녁까지 안 자보자 해서 아침 일찍 먹이를 찾아 킬리만자로를 마트를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우유 코너에서 이런 걸 발견했습니다.


유당분해로 장이 편안한 우유랍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Neissy는 우유 매니아입니다. 못 보던 걸 발견했으니 사먹어보는 건 인지상정이죠. 유당 제거도 아닌 유당 분해 우유라니, 한 번 먹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이놈은 무려 빨간 색. 빨간 색은 원래 세 배 빠른 겁니다. 뿔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뿔 대신 고객사은품으로 200mL 서울우유가 탑재되어 있었으니 아주 좋습니다. 다짜고짜 구입 결정이었습니다만, 다만 한 가지 걸린 건


바로 이 문구



"제품에서 나는 단맛은 유당분해시 자연스럽게 나는 맛입니다. 밥을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원리와 같습니다"라니, 아니, 이거 얼마나 달길래 이런 문구를 써 놓은 거야? 그렇게 생각한 Neissy였습니다만 뭐 그래봤자 우유겠거니 생각하고 방심했습니다. 네, 방심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언제나처럼 던킨X너츠 머그컵으로 우유를 가득 담아 마시는데


상상 이상으로 달잖아

입안 가득 감도는 새끈한 단맛. 끈적끈적하다기보다 상큼한 단 맛입니다. 그러니까 설탕이라기보다, 말하자면,



이 문구에서 뭐 또 느껴지는 거 없으세요?



말인즉슨, '소화흡수가 잘 되는 포도당과 갈락토스' ..가 아니라 '소화흡수가 잘 되는 포도당갈락토스' .. 인 겁니다. 이해하시겠지요? 혹시 모르니 과학을 다시 한 번 복습해봅시다. 포도당도 당이고 갈락토스도 당입니다. 당이란 건 단맛이 나지요. 요컨대 이 우유는 유당을 분해해서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세 배는 답니다 (..굳이 세 배를 문자적으로 해석하지는 말아주세요♡)


아니 속편한 우유라더니 속에 편한지는 몰라도 입에는 너무 달잖아 이게 우유냐 난 (혹자는 비리다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고소한 맛에 우유 먹는 사람인데 이건 무슨 설탕탔냐 뭐 이리 달아 으아앙 T_T (아, 당이 가득이던가)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이건 너무 달아요.


오늘 이 컵도 고생합니다



뭐, 그런 이유로, 이 우유는 그리 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양이야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뭐 나쁘지는 않겠지만) 저처럼 우유를 좋아하면서 유당 때문에 소화가 안 돼서 고생했던 사람들이 '오오 유당 분해라 속에 좋겠다' 하고 먹었다간 분명 gg칩니다. 이놈은 우유가 아닙니다. 우유의 탈을 쓴 그 무엇입니다. 아아, 냄새를 맡아 보면 분명 고소한데. 이 어딘가 찝찝한 단맛은 마치 코X콜라 제로 칼로리를 먹었을 때의 그 어정쩡한 단맛과 비슷한 데가 있습니다. 밥을 오래 씹을 수록 단 맛이 나는지 내가 알 게 뭐야. 난 한 두세 번 씹으면 밥 삼켜버린단 말이다 ←

그러니 혹시라도 마트에서 이놈을 발견하시고 이 멋진 빨간색에 끌리신 분들, 이 우유가 세 배는 달다는 걸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이는데요, 이놈은 분류가 우유가 아니라 (심지어 가공유도 아니라) 유음료로 써 있더군요.


샤아! 속였구나 샤아!



이상, 무려 원재료명에 락타아제가 들어 있는 속편한 우유 락토프리의 감상글을 마치겠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