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몬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문학동네
카버에 대해 논하기에는 내 내공이 약하고, 일단 난 이 단편집 외에는 카버의 글을 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여기서 읽은 단편들의 감상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련다. (라지만 딱히 스포일러는 없다. ..사실 스포일러할 것도 없다)
이 단편들은 모두가 일상의 한 단편을 담고 있다. (단편의 단편, 앗싸) 뭐 그렇게 특별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단편 자체도 페이지가 꽤 짧은 편이고. 다만 일상의 소소한 풍경들을 잘 잡아내고 있다. 문장은 짧고 간결하며, 차분하게 가라앉는 느낌이다.
여하간, 이 단편들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뭐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내가 보기로는 고독, 혹은 공허다. 책 뒤편의 해설에서는 '소통되지 않음'이라고 하던데.. 그럴싸하다고 생각한다.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살 법한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어느 순간 자신이 고독함,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암담하달까, 주위에 분명 사람들은 있지만 소통되지 않고 있다. 이른바 군중 속의 고독, 뭐 그런 거랑 비슷한 느낌일 지도. 여하간, 그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단편 하나하나가 끝을 맺는다. (아닌 것도 있긴 한데, 단편집 전체의 분위기를 말하는 거다) 그리고 그 감정은 아마도 회복되지 않을 공허감. 그리고 그런 채로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살아가겠지- 라는 느낌이 든다.
해설에서 나온 이야기기도 하지만, 답은 역시 '사랑'이다. ..라지만 (역시 해설에서 나온 이야기대로) 이 등장인물들이 딱히 새삼 서로 사랑하려고 애쓸 거 같진 않다.
이런 걸 읽고 나면 '난 사람들을 사랑하며 살아가야지'라고 생각하게 되긴 하는데, 문득 보면 나 역시도 내 주위의 사람들과 그다지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예전부터 있어 왔고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는 공허함이랄까. 따라서 마음에 와닿는 거다, 이 단편집에서 풍겨오는 공허함이. 문체도 내용도 내 취향이다. 암담한 분위기긴 하지만. (사실 그래서 좋다)
자, 어쨌든 그런 느낌이니.. 그런 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한번쯤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