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는 홍초

감상/먹거리 2006. 12. 30. 22:26
월급 받은 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자금에 여유가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전부터 먹고 싶었지만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식품을 구입했는데요..


바로 이놈입니다. '마시는 홍초'. 양이 줄은 건 마셔서 그렇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지만 저는 식초물을 자주 먹는 편입니다. 신 게 입에 맞고, 또 신 걸 먹으면 활력이 생기는 체질이거든요. 보통은 발효사과식초 1.8L짜리를 사서 먹습니다만,


뒷맛이 그리 깔끔하지가 않습니다. 좋은 원료를 정성들여 발효시킨 게 아니라서.



이 발효사과식초라는 게 그리 질이 좋은 식초는 아니기 때문에 좀 고급인 식초를 먹고 싶은 생각이 있었죠. 뭐 지금 어머님께서 사과식초와 포도식초를 만드시는 중입니다만 (식초란 건 일단 과일이 발효해서 과실주가 되고, 거기서 다시 발효하면 식초가 되는 겁니다) 아직 식초가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죠. 그래서 사왔죠. 부드럽게 마시는 (무려) 웰빙 과실초인 마시는 홍초를.

라벨에 붙은 '희석 비율'을 보니 진한맛이 홍초1에 생수2, 베스트맛이 홍초1에 생수3, 순한 맛이 홍초1에 생수4 ..라고 쓰여 있긴 합니다만, 저는 저 사과식초도 그냥 생짜로 마실 수 있는 사람입니다. (보통은 식초1에 생수3~4정도의 비율이긴 합니다만) 석류식초 비율이 37.8%일 뿐인 이런 대중취향 식초에 약한 모습 보일 사람이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그냥 마셨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이거 뭐 이리 달아?!

..네, 너무 달았습니다. 이건 뭐 이 바로 아래 포스트의 케찹소스만큼이나 달더군요. 하지만 라벨에는 합성보존료, 색소, 설탕을 전혀 넣지 않았다고 써 있었는데? ..그러나 저는 이내 깨달았습니다. 여태까지의 경험을 볼 때, 설탕을 넣지 않았다고 당이 안 들어간 건 아니라는 사실을. 게다가 문득, 석류식초 비율이 37.8% 였다는 게 다시 기억났습니다. 이봐, 그럼 나머지 62.2%는 대체 뭐냐?!

습관처럼 원재료명을 살펴봅니다.


올리고당 5%와 벌꿀 1%는 그렇다치고..



..대체 저 액상과당과 저감미당의 정체는 뭐냐? 게다가 퍼센테이지도 안 적혀 있고. 아무래도 62.2%의 대부분을 저놈들이 차지하고 있지 싶은데.. 이봐요들, 설탕만 안 들어갔으면 다가 아니잖습니까. ㄱ-

..해서 별로 달지 않으면서 저 사과식초만큼 독하지 않은 음료를 먹어보려던 저의 계획은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이게 어디가 식초야.. 그냥 음료수지. 청X원 잊지않케따..

여담이지만 희석해 먹으라는 이 (식품유형상) 음료베이스도 식초 함량이 40% 미만이라 이렇게 단데, 대체 '음료수'로 판매되고 있는 현X사랑초는 식초 함량이 몇일까 궁금해서 마트 가서 살펴봤더니, ..흑초 함량이 3%더군요. 나머지 97%는 다 뭡니까.. 흑초 함량 3%라니, 3%는 숏다X 오징어의 조미료 함량 수준인데 말이죠 (...)

여하간 너무 단 이 음료에 절망한 저는


웰치스 적포도 주스. 좀 비싸지만 돈 있을 때 질러봅니다



그냥 이 놈을 사왔습니다. 포도과즙 100%라면서 왜 포도향과 구연산이 원재료명에 포함되는 건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어쨌건 액상과당 같은 건 안 들어가니까. 그리고 실제로 이놈이 저 마시는 홍초보다 오히려 담백 (...) 합니다.

뭐.. 마시는 홍초도, 신 거 잘 못 먹는 사람들이 식초를 먹는 방편으로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재료도 일단 나름 고급을 쓰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아무튼 너무 달았어요. 식초를 기대했다가 음료수를 만나고 배신당한 기분. ..뭐 음료를 원하시는 분은 괜찮겠지만. 역시 제가 기대를 잘못했던 걸까요. 흑흑.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