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힘
조셉 캠벨.빌 모이어스 대담, 이윤기 옮김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미국 PBS(사회교육방송)에서 조셉 캠벨과 빌 모이어스가 대담한 것을 활자화해놓은 책입니다. 비교신화학의 거장인 조셉 캠벨이 풀어놓는 신화에 대한 이야기들로, 기본 메시지는 신화에 인간 삶의 진리와 원형이 녹아있다- 는 것입니다만, 불행히도 -라기보다, 아마, 당연히도- 기독교인인 제게는 꽤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요는, 조셉 캠벨은 오로지 상징적 metaphor으로 종교를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영적인 세계를 긍정하지 않고 단지 보이는 세계만 인정합니다. 이를테면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에 대하여, 하늘 위에는 누군가가 있을 '물리적' 거주처가 없다며 그것을 부정하는 일 같은 것 말이죠. 물론 인문학자로서는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겠습니다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부정하면서 기독교에 대해 논한다면 그것이 정통적인 기독신학이 될 수는 없죠.

 몇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이 사람의 견지에서는, 인간이 있은 후에 인간이 신을 만들어냈고 그 신화는 인간의 무의식 archetype으로부터 근원합니다. 따라서 기독교는 절대적이지 않으며, 사실 이 책에서 저는 조셉 캠벨이 그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비교신화학을 사용한다는 인상까지도 받았습니다. "봐라, 다른 종교에도 이런 신화의 원형이나 메시지가 있지 않으냐." 그러나 기독신학의 근본은 신이 있은 후에 인간이 있는 것이며, 인간 무의식으로부터 근원하여 비슷한 여러 가지가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전승되면서 여러 형태로 변질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위에서도 말했듯 조셉 캠벨의 견해가 인문학적인 견지에서는 옳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이 글을 보는 여러분 역시 어떤 견해든 가질 수 있죠. 그러나 어쨌든,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조셉 캠벨의 "아, 그런 게 아니지. 이게 옳아." 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가 불편했습니다. 그러니 저 같은 사람은 말하는 거죠. "아니, 그것 역시 절대적이지 않아." 이 책에서 담아내는 기독교의 정의는 '조셉 캠벨이 정의한 기독신학' -그가 만들어낸 또다른 기독교-이기 때문에 이미 제대로 된 기독신학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겁니다. 글쎄, 기독신학적인 세계관이 아니라 인문학적인 세계관을 가진 분에게는 불편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기독교가 제대로 된 기독신학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