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틴 파워 골드멤버
제이 로치 감독, 마이크 마이어스 외 출연 / 스펙트럼(Spectrum)
한 마디로 말해서, 정신 나간 영화입니다. 골드멤버는 오스틴 파워즈의 세 번째 영화인데, 오스틴 파워즈는 전통적으로 007의 도식을 빌려오고 제목도 좀 빌려와서 거기에 독창적 (...)인 센스를 가미합니다. 그래서 골드핑거가 아니라 골드멤버. (...)
제목에다 B급 유머라고 붙였는데, 이 B급이라는 게 어느 쪽으로 B급인가 하면 성인 블랙 유머 쪽으로 B급입니다. 오스틴 파워즈 자체가 또 그런 캐릭터인데, 그의 모든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모조' (이른바 성적 에너지, '포스'의 패러딥니다) 만 봐도 알 수 있죠. 그래서 샥 (shag, sex의 영국 속어)라는 말이 은근히 자주 나온다든가, 재규어 (jaguar, 영국의 유명한 자동차 메이커)가 샤규어 (shaguar)가 된다는가 하는 식의 패러디도 있고 말이죠. 여하간 정신 나갔어요, 이 작품. (...)
여하간 그래서 빈말로라도 '건전한 웃음을 준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게 이 오스틴 파워즈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보기 추할 정도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말하자면 중도를 잘 지키고 있달까요, 어처구니없으면서도 아슬아슬한 한계선을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웃겨요. 다분히.. 가 아니라 와장창 성인 유머가 가득하고, 그리고 그게 좀 서양식 유머여서 우리 나라 사람 취향과는 좀 거리가 있다 싶기도 합니다만, 저로선 나름대로 즐길 만 하더군요.
도저히 안되겠으니까 물 마시면서 오줌 보충하고 아스피라거스도 먹고 하는데,
보다가 웃겨서 마시던 두유를 모니터에 뿜어버리는 웃지 못할 사태가 (...)
뭐 위에 소개한 오줌싸개 소년은 좀 건전한 에피소드 (...)에 속합니다만. 꽤나 다분히 성인 취향 유머라 '이런 게 15세 이상으로 가도 되나' 싶은 게 약간 있었죠. 그런 의미에서 이건 15세가 아니라 19세 이상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솔직히. (그런 개그를 15세~18세 정도에서 '제대로' 웃을지도 좀 의문이긴 하고요)
그리고 뮤지컬이랄지, 은근히 대사하면서 뮤지컬 하는 경우도 꽤 나오는데 (뭐 저쪽 영화에서는 은근히 자주 나오는 스타일이니까 익숙하실 겁니다. 어제 TV에서 봤던 슈렉2에서도 뮤지컬 자주 하더만요) 즐길 만한 수준입니다.
아, 마지막으로.. 골드 멤버가 그 골드 멤버가 아니지만, 출연진이 은근히 화려합니다. 그 화려한 출연진이 초반 10분의 오프닝으로 끝나고, 계속 이어지는 영화 자체로는 그 멤버가 계속 가지 않긴 하지만.
오프닝에서의 닥터 이블은 케빈 스페이시에, 미니 미는 데니 드 비토,
게다가 스티븐 스필버그와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찬조출연합니다. (...)
여하간 골때리는 영화입니다. 저 자신은 별 사전 정보 없이 샀기 때문에 보면서 '이게 이런 영화였구나' 깨달은 덕분에 약간 어이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습니다. 부모님께 '재미있어요'하고 추천할 영화는 절대로 못 되긴 합니다만. 으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