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존 르 카레 지음, 김석희 옮김/열린책들

내용이나 구성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하자면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되니 생략하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이중간첩을 소재로 하며 리얼하면서도 다소 추리소설틱한 스릴러 구성이 맘에 듭니다. 적절한 심리 표현에 뒤로 가면 밝혀지는 진실도 좋고, 무엇보다 이 소설은 주인공 리머스의 시점에서 보게 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혼동이 뒤따릅니다. 이 글의 뒤통수치기는 사람에 따라 충격이 약할 지도 강할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거의 끝에 가서야 '이건 이거 아닐까? 아니 설마 그러겠어' 하고 있다가 당했더랬죠.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스파이라는 것 자체가 상당히 비인간적이죠. 사람을 속이고 이용하면서, 소위 '대를 위해 소를 버린다'는 것이기 때문에. 말하자면 이 소설에서의 '추운 나라'는 이 비인간적인 요소들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추운 나라'라는 것부터가 좀 이중성을 띄고 있는데.. 이건 초반부에선 실제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리머스를 말하기도 합니다. 후반부의 그것은 '나라'라고 말하기 조금 뭐합니다만. (원제는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입니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 엔딩은 확실히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라고밖에 할 수 없겠군요. 리머스는 자신이 택할 수 있는 두 가지 가치 중에서 결국 '사랑'이라는 인간적 가치를 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진지한 글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천합니다. 뭐 후회하시진 않을 거예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