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중에 전화가 걸려오길래 받을 수가 없어서 전화를 꺼버렸습니다만 (...) 어찌어찌 예배가 끝나고 보니 교회로 키보드가 들어와 있더군요. 일단 집에다 갖다 놓았다가 (교회 사택이라 바로 옆입니다) 오후예배까지 끝난 지금 슬쩍 사용해 보고 감상을 올립니다.
동봉된 건 30명 선착순 한정 ELECOM 22도 키보드 손목 패드입니다.
아슬아슬하게 30명째에 주문했었죠. 저 패드는 판매가격 16,500원짜리입니다.
키보드 뒤에 붙은 라벨을 보면,
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용 소감입니다만.. 일단 키감부터 말하면, 말 그대로 힘 안들이고 치는 느낌입니다. 싸구려 멤브레인에서 느껴지는 묘한 저항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며 덕분에 손가락 관절에 부담 같은 게 절대로 안 옵니다. 단, 기계식 키보드의 대명사라 불릴 정도인 클릭음은 (당연히 넌클릭이니) 없고, 또한 기계식 하면 생각하는 키압 변화도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키압 변화가 별로 없는 건 이 3484의 특징입니다만, 3484는 키 스위치를 넌클릭 갈색축을 사용하기에 변화가 미비합니다. (랄까 클릭 청색축인 3000도 만져 보고 싶군요. 근데 돈이 없으니까..)
여하간 이 키감의 즐거움은 타자를 칠 때 알 수 있습니다만, 무지하게 가볍고 리듬감있게 쳐지면서 (리듬감은 한글 자판을 세벌식을 쓰는 덕도 있지만) 이를테면 언제까지라도 이 키보드를 만지고 싶은 기분. 타자를 막 시작하고는 이 상쾌하기까지 한 키감에 "와와와와와, 이거 뭐야!?" 하고 감탄의 비명을 토했더랬습니다.
기본적인 키 레이아웃은 통상 써 오던 것과 비슷해서 문제는 거의 없습니다만, 일단 이 3484에는 한글 전환 키와 한자 변환 키가 없습니다. 애당초 한글 전환은 Shift + Space로 한자 변환은 Ctrl + Space로 하는 제게는 전혀 문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깔끔하고 스페이스 바가 넓어져서 좋기만 하긴 합니다만.
그리고 엔터키가 일자형이며 백스페이스 키 밑과 엔터 키 위에 \키가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더러 말하라면 이 배열이 더 누르기 편해서 좋군요.
아, 그리고 문자키가 전체적으로 세로폭이 조금 좁아져서, 정사각형처럼 보이지 않고 직사각형으로 보입니다. 치기 불편하지는 않고 오히려 손이 움직여야 할 폭이 더 작아진 만큼 편한 듯도 싶습니다.
아무튼 감상을 총체적으로 종합해 보면, 3484 너무 좋아요 으앙 (...) 들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타자 치는 게 즐거워지는 키보드. 쓰면 쓸수록 점점 맘에 드는군요. 사실 처음 만져 볼 때의 인상은 '어라, 그렇게 대단하진 않은 걸지도'였는데 타자를 하면 할수록 느낌이 좋은 것이.. 이 녀석이 나를 놓아 주지 않아! 으하악. 네, 네놈은 정녕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란 말이냐! 마우스조차 잡기 싫어지게 만들다니잇! ..과연 체리사의 명성은 헛것이 아니었습니다. 3484 만쉐잇.
PS. 지금까지 3484를 한시간쯤 써보고 나서, 방금 예전에 쓰던 멤브레인 키보드를 잠시 만져봤었는데.. 멤브레인이란 거, 키감 참 안 좋네요. 이건 못 써먹어요, 못 써먹어. 키감 둔하고 딱딱하고 손에 부담 주고.. 아니 여태껏 어떻게 이런 걸 써왔지!?
..우하하, 그새 손가락이 고급이 되어버렸어요. (기계식 쵝오. 체리사 만세. 3484 브라보오오오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