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존 카펜터 외 감독, 커트 러셀 외 출연 / 유니버설 (Universal)

뭐 이걸 제목을 '괴물'이라고 짓는 건 약간 거시기하달까. 역시 원제인 'The Thing'이 좀 더 분위기가 난달까요. 라지만 괴물은 괴물이니까 괴물이라고 해도 좋고 아무튼 이걸 꺼내 본 계기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라이프로그에서 에러나서 이 '괴물'이 되어서입니다만..

무슨 말을 하는 거냐 횡설수설스럽긴 합니다만 여하간 '괴물'입니다. 같은 이름을 지닌 봉준호 감독의 '괴물'과는 이름만 같을 뿐이고 비교하면 안 됩니다. 두 개를.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이 쪽 '괴물'은 완전 제 취향이었던 것입니다. (두둥)

영화 자체는 어쩔 수 없는 B급입니다만, 원래 저는 B급을 좋아하고, 사실 B급이 어감이 그래서 그렇지 좋은 거 많습니다.

영화 자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이건 1950년대에 나왔던 '괴물'을 존 카펜터 감독이 1982년에 리메이크한 겁니다만, 1950년대 작품보다 오히려 원작 소설에 더 충실했다고 하는군요. 마지막 부분에서 살짝 이야기할 겁니다만 이 영화의 앗싸리한 마무리도 원작 소설을 그대로 살렸다고 합니다.

스토리 라인은 대략 이렇습니다. 남극: 웬 헬기가 시베리안 허스키(라고 생각됩니다) 한 마리를 쫓아가며 총을 쏘아댑니다. 죽이려고 별 수를 다 쓰지만 소용이 없었고 이 개가 결국 미국 탐사기지까지 도주하죠. 미국 탐사기지의 사람들이 나와보는데 저 헬기의 사람들이 개를 쏴 죽이려고 사람까지 쏘고 (이때 언어가 안 통했습니다) 그래서 미국 탐사기지의 대장이 그 헬기 쪽 사람을 쏘아 죽입니다. 단순한 헤프닝으로 끝날 수가 없는 문제였고 미국 탐사대는 자기측 헬기를 띄워 그 노르웨이 기지로 찾아갑니다. 그러나 거기에 있었던 것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 때문에' 기지가 박살난 흔적이었고, 이후 전개를 통해 단순한 개로 알았던 '그것'은 개가 아니라 외계생명체라는 것이 밝혀지고 그것은 세포를 잠식, 복제하여 피생명체의 모습으로 변화하고 숨어 있으면서 또 다른 생명체들을 자신으로 잠식시키는 괴물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짐작하실 수 있으시다시피,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되는' 심리 표현이 일품입니다. 물론 이 일품인 심리 표현에는 고립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남극이라는 배경. 영화 전체적으로 풍겨나는 음습하고 춥고 어두운 이미지. ..그리고 꽤나 흉물스러운 괴생명체의 모습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지요.

괴생명체의 모습이라 말하자면 미끌미끌하고 울긋불긋한 끈적끈적해 보이는 피부에 여러 개로 벌려지는 아가리와 더럽게 많은 이빨들과 신체 비율 따윈 무시하는 제멋대로 몸구조, 애당초 지구상의 것도 아니니 열라 괴기하고 거기에 덧붙여 무려 촉수들이 한가득. 이거 참 예쁘장하죠. 기본적으로 확실히 B급 호러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가 이부분인데 끔찍스럽고 흉물스러운 부분을 감추지 않고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가 지저분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 부분이 맘에 들더군요. 딱히 흉물스러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분위기를 위한 흉물스러움 가미? 그리고 여기서 괴물은 절대로 흉물스러워야 옳습니다. '무큐 무큐' 이러는 깜찍한 털복숭이 외계인으로 변해 보아야 '아 저렇게 변한다면 변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지도 몰라'하는 생각 들지도 모르니까 (...))

여하간, '서로를 믿을 수 없다는', 바로 이 부분의 표현이 일품입니다. 여기다가 제목만 같아서 불쌍하게 끌려오는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비하라면 그쪽 괴물은 보다 보면 '사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그 부분이 짜증나게 표현되었는데 이건 보다가 짜증나거나 그런 거 없었습니다. 요컨대 '감독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 같은' 영화가 아니었다는 뜻입지요.. 랄까 영화 감상에 사적 감정을 개입시켜서 죄송합니다만 역시 봉준호 감독의 '괴물'은 현서를 죽인 걸 용서할 수 없었어요 (먼산)

뭐 여하간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더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설명할 필요도 없고요. 직접 보면서 느끼시라, 그런 이야깁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면, 위에 살짝 언급했던 이 영화의 엔딩에 대해서 말인데요. 이런 엔딩을 싫어하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무언고 하니..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상대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브라보'를 외쳤지요. (낄낄)

20년도 전의 영화입니다만 시놉시스며 특수효과며 모든 게 지금 보아도 크게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필히 보세요. SF호러의 명작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