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저러니해도 1박2일을 어쨌든 계속 보고는 있다. 이번에는 웬 산골로 들어가서 야생이라고 찍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깐깐한 사람이다. 요즘 1박2일이 학대다 하는 이야기가 떠도는 모양이던데, 사실 내 생각은 이렇다:

 1. 그 산골 들어가서 자는 게 뭐가 어때서? 핸드폰이 안 터진다고 그게 뭐가 문제가 되나. 우리나라에 찾아보면 핸드폰 잘 안 터지는 곳은 쌔고 쌨다. 거기에서 난 이놈들이 이제 슬슬 배가 불렀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적당히 놀고 먹고 공연이나 하고 끝내는 게 언제까지 통할 성싶으냐. 잘 곳이 없다고? 눈오는 날, 밖에 텐트에서 자는 거나 좀 쌀쌀한 날에 비닐하우스 만들어 자는 거나 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다고 그러나. (물론 처음에는 비닐하우스라고 정해진 게 아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비닐하우스 뼈대 정도는 보일 만한 곳이었다. 딱 보면 거기서 자라는 거 알 수 있는데) 비닐하우스 안은 텐트만큼은 쓸만하다.

 2. 왜 그렇게 쓸데없이 분위기를 잡나? 1박2일을 보면서 항상 마음에 안 들었던 게 그 부분이다. 야생을 말하는 것치고는 인위적인 연출의 냄새가 너무 난다. '어쩌다보니 일이 커져버렸다'라거나, '우리 대체 어디로 가는 거야?'라면서 필요이상 겁먹는 듯한 표정을 보여주는 것들. 만들어진 야생이라는 냄새가 너무 강하다. 연출은 필요하지만, 좀 적당한 선이었으면 좋겠다.

 3. 어쨌든, 제작진들의 행태가 맘에 안 든다는 지적에는 동의한다. MC몽이 불을 피워주고 얻은 대가로 얻은 군고구마가 실은 호일 속에 돌을 넣은 것이었다는 부분에서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리고 자기네들은 낄낄대고. 이건 악의적인 괴롭힘이다.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 1박2일이 야생이어서 재미있는 건, 1박2일 팀을 '괴롭혀서' 재미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그런 상황을 나름대로 '이겨내는' 게 재미있는 거다. 물론 그 과정에는 적절하게 괴롭히는 것도 포함되고 그게 나름 재미도 있겠지만, 약속해놓고 약속을 어기는 게 무슨 재미냐? 나는 1박2일 제작진의 행태가 영 마음에 안 든다. 제작진 주제에 TV에 너무 얼굴 비추고 목소리 자주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럴 거면 아예 출연진으로 나서지 그래?

 4. 1박2일이 재미있는 건 리얼이어서가 아니다. 야생으로 끌고가서 고생해서도 아니다. 그들이 그 환경을 나름대로 이겨나가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거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소위 '초심'을 잃고 그냥 히히덕대고 공연이나 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던 거다. 그 점에서 초심으로 돌아간다고 야생을 강조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시도였다. 다만, 애들을 악의적으로 괴롭히는 건 영 보기 나쁘다. 카레 재료를 가지고 게임을 하게 하는 정도는 그리 악의적인 괴롭힘까지는 아니지만, 좀 적절한 선을 찾는 게 중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앞으로는 좀 더 이들이 '여행'하고 '모험'하는 느낌이 나는 상황이 나와주면 좋겠다. 그렇다고 억지로 감동 찾지 말고.

 그냥 내 생각이 이렇다는 소리다. 뭐 이렇게 생각한다고 1박2일에서 반영해줄 것도 아니지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