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심과 정신물리학
이차크 벤토프 / 정신세계사

 아주 간단히 말해서, 초월명상에 나름 과학적인 근거를 덧붙여보려는 책입니다. 일리가 있긴 한데 그 근거로부터 도출되는 결론에서 상당한 논리 비약이 있고, 소위 '믿을 사람만 믿는' 서적입니다. 일종의 종교서적이죠. 출판사가 정신세계사라는 점에서 이미 그게 드러나긴 합니다만······ 여하간 이런 책도 나름 재미있긴 한데, 기독교인으로서 영적인 세계가 실존한다고 믿는 저로서는 이런 방향으로 영의 세계에 접근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되는군요.

 ㅡ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기독교적 시각에서 초월명상은 악령의 힘을 빌어오는 것과 상당히 가까이 있습니다. 명상으로부터 깨달음을 얻고 에너지가 통하여 속칭 쿤달리니가 일어나는 것도 기독교에서는 악령의 역사라고 봅니다. 물론 악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요가나 쿤달리니에 대하여 저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으신 분께는 이런 생각이 별로 의미없을 겁니다. 어쩌면 그런 분들에게는 이런 책이 아주 유용할 지도 모르지요······ 제게는 경계 대상입니다만.

 여하간,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논지가 논리정연하게 쓰여있어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고 나름 흥미롭기도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잘못하다가 이쪽으로 넘어가실 것도 같아서. 글쎄, 이 책에서 말하는 것 중 몇 가지는 제가 생각하는 기독교적 진리에 위배되지 않으며, 또한 세계에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공하긴 합니다만······ 그걸 얻기 위해 굳이 이 책을 보아야 할 필요까지는 없을 듯하군요.

옛날 책이라 직접 찍은 사진으로


 어쨌든,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간단하게 간추려 보면 대강 이렇습니다:

 1. 우리의 세계는 모두가 진동하는 실체이며, 서로 다른 종류의 파동으로 가득차 있다. 우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은 들여다보면 원자와 전자인데, 이것은 진동 (振動)하는 진공 (眞空)이다. 따라서 우리가 보는 것들은 파동들이 서로 간섭하여 나오는 홀로그램과 같은 것이며, 그 실체는 공명 (共鳴)이다.

 2.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의하여, 어떤 입자의 운동량이나 위치 중 한쪽만을 측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운동량을 정확히 측정한다면 위치는 지극히 불확실해지며, 따라서 이 때 입자는 우주의 어느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 1에 연결되어, 우리의 실체는 매초 진동하고 있으며 우주 공간으로 빠르게 확장되었다가 줄어들기를 반복하고 있다.

 3. 어떤 원자에 자극이 주어졌을 때 원자가 나타나는 반응, 더 나아가 그런 원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조직체가 자극에 대해 나타내는 총량이 의식이다. 따라서 존재하는 모든 사물에 의식은 존재한다. 이 의식의 양과 질이 높아지면서 어느 시점에서 소위 '생명'이 나타나며, 그 수준에 따라 광물 · 식물 · 동물 · 인간의 순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 (물론, 이 책에서는 진화가 당연한 것으로 언급합니다. 다만 창조주가 있을 것이라고도 하면서, 창조주가 시스템을 만들어 진화시켰으리라고 말합니다)

 4. 그런 이유로 환생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의식이란 원자 자체에 담겨 있으며, 외부와 단절된 조직체 안에서는 에너지가 소멸되지 않기 때문에. 더불어 사람이나 어떤 생명이 죽는다 해도 그 의식은 남아있다. 광물의 경우 직접적인 반응을 보여주지 않으나, 인간 등의 신경계에서 발생한 에너지에 지속적인 자극을 받는다면 그 의식이 교류하게 되어서 정령이 나타날 수 있다.

 5. 그래서 결론적으로, 1에서 말했던 이 진동 주파수를 2에 의거해 우주 전역으로 확장시켜 공명하는 작업이 바로 명상이다. 우주 저편에 있을 인간보다 뛰어난 존재가 남겨놓은 의식을 가져올 수도 있고, 다른 동물이나 식물, 광물, 그리고 지구 자체와도 공명할 수 있다. 이로써 인간은 더 높은 의식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


 세부사항을 파고들어가면 좀 더 복잡해집니다만 이 감상글에서의 소개는 이 정도로만 해도 충분할 듯합니다. 조금 살펴보면 아실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전개하는 논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정'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즉, 원자가 나타내는 반응 그 자체, 그리고 그 총량이 의식이고 영 (靈)이라는 것이죠. 이 책에서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영혼의 의미로 영을 말하지 않습니다. 인체가 전기적 신호를 띄고 있고 그 실체는 공명으로 나타난 홀로그램이라거나 하는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롭습니다만, 네, 위험합니다, 이거 상당히 위험한 이야기죠.

 일반적으로, 이러한 류의 논리 비약은 이미 이런 상황을 '진리'로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집니다. 과학적인 듯하지만 과학적이지는 않죠. 다만 저는 한 가지 부분에서는 동감하는데, 과학이 전부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입니다. 과학이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과학이 미처 증명하지 못한 부분도 충분히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게 이 책이 옳다는 근거는 되어주지 못합니다만.

 물론 이런 감상은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이 기독교를 볼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줄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이런 류의 영적인 세계를 건드리는 물건은 그 사람에게 절대지 그 세계를 경험하지 않은 모두에게 절대가 되지는 못하거든요. 그게 바로 제가 '기독교가 말하는 세계가 절대적이다!'라고 외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말해봤자 씨알도 안 먹힐 걸 알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그걸 믿느냐가 결정선이라고는 해도, 그 체계 내에서 그 체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해보려는 시도에는 의의가 있습니다. 종교는 물리 법칙을 초월하는 것이지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책 괜찮으니까 읽어보라고 권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이건 제가 아는 세계관에서는 굉장히 위험한 시도를 하라고 권하고 있는 책이고, 말 그대로 악령의 역사에 사로잡히도록 권하는 책이거든요. 하지만, 뭐, 애당초 명상이나 요가에 호의적인 분이라면 제가 뭐라고 경고한다고 들을 리도 없으니까요. 다만 이 이야기가 나온 김에 요가 이야기도 좀 해두면, 그거 기독교적으로 볼 때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은 해두겠습니다. 자세들만 배울 때는 몰라도, 요가의 호흡법은 결국 영적인 세계와 깊은 관련을 맺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그리고 그 영적인 세계는 적어도 기독교의 하나님과 가까이하도록 만드는  세계는 아닙니다. ······기독교 싫은 사람은 일부러라도 찾아서 할 지도 모르겠군요. 뭐, 그렇게 사는 거야 그 사람 마음이니까.

 아무튼 그런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를 이런 방식으로 보기도 하는군'이라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추천은 안 해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