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진지하게 쓴 글… 이라는 말을 저는 사실 좋아하지 않습니다. 많은 소설에서, 소설가가 진지하게 써냈다고 말하면 그것은 곧 엔딩이 비극적임을 의미하기 때문이죠. 마치, "그렇게 잘 될 리가 있겠어? 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구"라고 할 때의 현실적이란 말이 좋은 울림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써낸 소설들은 더 편하게 읽히고 받아들이기 쉬운데, 어째서 그 작가가 진지하게 써내면 그 글은 암울해지는지, 그것 참. '진지하게 쓴다 = 각잡고 암울하게 쓴다'일까요? (이를테면 김영하의 <검은 꽃>도 그랬죠. 작정하고 암울하게 만든 글이었달까요) 아무튼, 그렇습니다. <비를 바라는 기도>의 데니스 루헤인이어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겠다고 기대했지만, 이 단편집 <코로나도>는 제 취향과는 좀 맞지 않았습니다.

 물론, 못 쓴 글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누누히 말하지만 이런 경우, 단지 제 취향에 맞지 않을 뿐이지, 글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게 제가 별점을 절대로 안 붙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별점이란 결국 주관성을 객관성으로 포장하는 작업일텐데 그건 실제로 객관이란 그 누구에게도 가능하지도 않다는 제 철학과는 맞지 않기 때문으로서 … 블라블라) 아무튼, 이 글에서 주인공들은 암흑 속을 달리고 있으며, 그 어두움은 마치 콜타르처럼 찐득찐득하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때로 그 어둠의 형체는 분명하지 않으며, 혹은 주인공 자신이 그 어둠의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버둥거리는 인간의 모습 그 자체를 그려내었는데, 수준을 묻는다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취향과 맞지 않았다면 무슨 이유에선가? 간단한 이유에서인데, 이 책의 뒤표지에서는 이 책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광고하고 있습니다. "부조리와 범죄가 만연한 사회를 살인, 음모, 치정, 보복, 추적으로 그려낸 다섯 편의 하드보일드" 네, 그렇습니다, 제가 환장해 마지않는 바로 그 하드보일드입니다. 여러분은 하드보일드라면 무엇을 기대하십니까? 제 경우는 썩어빠진 사회에서 나름의 고고함을 지니는 주인공과, 그 사회 자체를 바꿀 수는 없어도 주위의 무언가를 바꿔놓는 주인공의 모습을 좋아합니다. 그게 제가 필립 말로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죠. 하지만 이 <코로나도>에서는 그만큼의 힘조차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거대한 부조리 앞에서, 주인공들은 그 무엇도 바꿀 수 없습니다. 이 단편집 중의 어떤 단편도 명쾌한 결말이 지어지는 단편은 없습니다. 그들은 단지 해답을 찾고 있을 뿐입니다. 찾아질 리 없는,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 헤매고, 헤매는 채로 결말지어집니다.

 그러니 하드보일드라고 해도 제 취향에 안 맞지요. 하긴 제가 정말 좋아하는 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이니까요. <코로나도>는 어느 쪽이냐 하면 헤밍웨이나 카버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그보단 좀 더 과격하고 우울하죠. 이런 류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볼 만 할 겁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