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오리지널/신변잡기 2009. 9. 22. 15:28

 제 막내삼촌은 남아공에 삽니다. 아내는 외쿡인이고, (영국식) 영어를 합니다. 환경이 환경이다보니 아이들도 한국어를 못 하고 영어를 하지요. 큰 애가 7살, 작은 애가 5살. 간만에 이 삼촌이 마침 생일을 맞아 한국에 왔고 친척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글쎄, 제 경우 어른들과 이야기하는 것도 좋긴 합니다만 아이들과 노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아무래도 치고받는 걸 ← 좋아하기 때문에…… 랄까 그래서 애들하고 놀았는데요.

 피곤했습니다. 뭐가 피곤했냐면 애들답게 안 지쳐서 나도 엔드리스 투닥투닥 펀치펀치펀치 킥킥킥 드롭드롭 허그허그 크랩크랩…… 이 문제가 아니라 얘들이 영어를 쓰다보니 나도 같이 영어를 써야 하는데 이게 투닥질보다 훨씬 힘들어요. (...) 이놈들이 하는 말을 어찌어찌 알아듣긴 하겠는데 그나마도 신경 써야 알아듣지 신경 안 쓰면 의미가 바로 이해되진 않으니까 피곤합디다. 그래서 육체의 언어 ← 를 좀 더 선호하게 되었습죠.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여기서 육체의 언어란 바디 랭귀지라기보단 바디 투 바디.. ..아니 이건 좀 뜻이 거시기한가. 여하간 그런 겁니다)

 하여 제가 사용한 언어들이란 대체로:

 "Ahhhh-! Somebody help!"
 "If you hit me, I'll back"
 "(옆에서 구경하던 제 여동생이 피해를 보자, 그놈이 든 플라스틱 막대기를 뺏으며)  She said it hurt her. (그리고는 내가 그걸로 애들을 공격)"
 "(연타하며) Do you know Kung-fu? Adahdahdahdahdah-dahdahdah"
 "I love you. Hey come on, I'll hug you. (그리고 애들 수준에서는 좀 아프게 꽉꽉 끌어안기)"

 ······와 같은 어휘들이었습죠. 대사만 봐도 대체 뭔 짓을 하고 놀았는지 짐작이 가실 줄로 믿습니다. 뭐 애들에 비해 제가 지나치게 과격한 건 아니었어요. 아무리 봐도 얘네들, 프로레슬링을 지나치게 본 것 같더라고요 (...). 뭐 원래 남자들이란 투닥투닥하면서 친해지는 겁니다······ 그런 것 아니겠어요?

 뭐 그건 그렇다치고 제목을 영어라고 적었는데, 사실 복잡미묘한 심경이었던게- 제 영어회화능력이 5살 애보다도 좀 떨어지는 수준인게 슬프기도 했고, 그러나 굴하지 않고 어쨌든 아는 단어 다 주워섬기며 어쨌든 의사소통을 맹렬하게 했다는 점에서는 나름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려. 하지만 역시, 어휘를 좀 더 익혀야 하겠다는 마음은 들더군요. 애들하고 놀 때는 그렇다쳐도 어른하고 이야기할 때는 저쪽이 명백하게 쉬운 단어를 써주는데도 답하기가 어려웠으니. 이를테면 그 외쿡인 작은어머니가 내 머리가 길다고 했을 때 "그저 귀찮아서 미용실에 안 갔을 뿐이다"라는 답을 할 수가 없었어요. 영어로 "귀찮다"가 뭐지? 싶더군요. 확실히 평상시에 그냥 살 때는 상관없지만 이럴 때는 좀 필요를 느낍니다.

 하지만 아마 다음에 다시 만날 때는 좀 더 의사소통을 잘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나름 영어공부도 시작했고 하니. (<English Re-Start Basic: 영어로 사고 (思考)하기> 포스팅을 기억하실런지. 이걸 마치면 그래도 미쿡 중학생 수준의 영어회화는 가능하지 않겠삽나이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