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엠
브라이언 마이클 벤디스 외 지음, 최원서 옮김/시공사

 마블 유니버스에서 꽤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화입니다. 일단 스토리 소개부터 해야겠군요. 무난하게 책 뒤의 소개글을 옮깁니다: "현실을 바꾸는 뮤턴트 파워로 마블 유니버스를 위험에 빠뜨린 스칼렛 위치를 처벌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어벤저스와 엑스맨. 한때는 동료였던 그녀를 살릴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격렬한 토론을 벌이던 중 한 줄기 흰색 섬광이 모두를 감쌌다. 그리고 마블 유니버스는 순식간에 변해 버리고 마는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 <하우스 오브 엠>. 그곳의 인류는 퀵 실버와 스칼렛 위치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 매그니토의 지배를 받는다. 뿔뿔이 흩어진 소규모 집단과 몇몇 히어로들만이 뮤턴트들의 지배에 맞서는 가운데 변하기 전 원래 세계에 대한 기억을 가진 유일한 존재 울버린이 과연 <하우스 오브 엠>을 전복시킬 수 있을까?"

 이 스토리에 약간 생각해볼만한 거리가 있습니다. 현실이 뒤바뀌고 모든 것이 뒤집혔을 때, 비록 그것이 원래대로가 아니고 인위적이며 거짓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또는 우리)가 그런 세계를 바라왔다면 과연 그 세계가 정말 나쁜 것일까? 되돌릴 수 있을지 어떨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되돌리기 위해 애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우스 오브 엠>의 세계에서, 이를테면 뮤턴트들은 더 이상 박해받지 않으며, 피터 파커의 경우에는 그웬 스테이시[각주:1]가 죽지 않았고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정말 바라왔던 것일지 모르는데, 그것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세계라고 해서 되돌려야만 하는가? 그대로 살아가도 누구 하나 무어라 하지 않겠지만 이 히어로들은 되돌리는 길을 선택합니다. 그것은 그게 고통스러워도 옳기 때문이며, 그게 바로 그들이 히어로인 이유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내용의 만화이며, 그림은 딱히 무어라 불평할 게 없도록 잘 그려졌습니다. <리젼 오브 슈퍼 히어로즈>로 유명해진 올리비에 크와플이 그렸다고 하는데 저는 이 사람은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미국 만화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맘에 들어할만한 그림체입니다.

 몇 가지 더 언급할만한 내용은, 이게 <시크릿 워>와 마찬가지로 단권이기 때문에 구입시 금전 부담이 적다는 것, <시크릿 워>처럼 캐릭터 프로필이 따로 딸려있지는 않지만 대신 페이지마다 독자가 잘 모를만한 히어로들에 대해 각주를 달아놓았기 때문에 (이게 마블 본사와의 계약 내용이었다는군요) 이해가 좀 쉽다는 것, 마블 편집장 조 케사다의 언급에 따르면 '이 작품은 40년이 넘는 마블코믹스의 역사 동안 만들어진 뮤턴트의 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여서 정리가 필요하다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고 하는 만큼 이 만화가 끝나는 시점에서 뮤턴트가 좀 대대적으로 정리된다는 것 정도가 되겠군요. 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이 <하우스 오브 엠> ㅡ나중에 '엠 데이'라고 공식화된 이 사건ㅡ의 내용은 이후 나오는 여러 시리즈와 스핀 오프에 영향을 끼치는데, 이 영향을 받은 시리즈 중 하나가 바로 <시빌 워>라는 사실입니다. (<시빌 워>도 그리 머지않아 나오겠네요)

 이렇게 미국 만화들이 차근차근 출간되는 모양은 저같은 미국 만화 팬에게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쭉 이어져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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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 메리 제인이 나타나기 전까지 피터 파커의 연인이었으며〈어메이징 스파이더맨〉#12에서 그린 고블린에게 죽임당한다······ 고 책에 각주가 붙어 있습니다. [본문으로]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