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케이블카를 내려와 다시 중앙시장 부근으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가려던 곳은 어디었는가? (이 여행기 중에서) 며칠 전에 낙안읍성에 갈 때 버스를 같이 탔던 분에게 듣기도 했으며, 이 통영에 간 날 여객선 터미널에서 관광안내를 받을 때 가보면 좋다고 권유받기도 한, 동피랑 벽화마을이었습니다.
벽화마을이란 뭐 말 그대로 마을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곳입니다.
벽화가 그려져 있는 것만 제외하면, 그냥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과 다를 게 없습니다.
그러나 벽화가 그려져 있음으로 인해 한번쯤 가볼 만 한 곳이 되죠.
실제 생활공간이므로 존중해 달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사생활을 존중하는 문화시민인 저는 ← 부담 없이 벽만 찍기로 했습니다.
느긋하다면 느긋하고, 부지런하다면 부지런하게 걷습니다.
쓰레기 봉투에서 생활감이 느껴집니다.
초상화.
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이런 표지판이 있습니다. 후일에 가면 복원된 동포루도 볼거리가 되겠지요.
뭐, 지금 당장은 그냥 이렇게 통영 시내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서 높이 보는 경치와는 또 다른 맛이 있습니다.
어쨌거나, 해가 지고 있었습니다.
이 즈음이 꼭대기였으니 이제 내려가는 일이 남았지만,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할 일이 있었죠: 뭐 아직 안 찍은 벽화를 찍는 것도 일이기는 했습니다만.
기다리는 게 있었거든요. 뭘 기다리느냐? 그야 사진기 들고 해 질 무렵에 꼭대기에 올라가서 할 일이란 뻔하죠.
사진은 기다리면서 그림자로 찍어본 제 모습임다.
기다리던 것: 노을입니다.
산 위에 걸린 태양이 마을을 비추는 모습을 조리개를 잠가서 이렇게 찍어보고 싶었어요.
해가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수십 장쯤 찍었습니다만,
어쨌거나 다 비슷비슷한 사진이니까 느낌 괜찮은 한 장만 올립니다.
노을도 찍고 싶던 만큼 찍었으니 이제 내려갑니다.
올라올 때와 다른 길로 내려가니, 못 보았던 다른 벽화를 또 볼 수 있습니다.
찍고
또 찍고
그러는 사이 달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찍는 게 남는 겁니다.
바야흐로 날이 저무는 동피랑.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라고 쓰여있지만 전 여기서 나가는 참.. 이제 동피랑을 벗어납니다.
다시 여객선 터미널 부근으로 돌아왔습니다.
저녁에는 이런 느낌- 여기로 돌아온 건 역시,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죠.
어디가 좋을까 하다가 그냥 방송에도 나왔다는 데 들어갔습니다.
여행기 올리면서 이 사진 보니 다시 충무김밥 먹고 싶네요. 저녁 먹었는데 왜 또 먹고 싶지..
그리고 이 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요.
일찍 잠든 이유야 뭐- 뻔하겠지요? 지난 글에 적었듯 소매물도를 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데, 배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매물도는 제가 이 여행에서 가본 곳 중 아주 좋았던 곳 Best 2에 드는 곳입니다. 그럼, 그 이야기는 <110318 - 한국 여행 다섯째날 Part I: 소매물도로!>에서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