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그러합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지도 어언 반년. 사놓고 안 읽다가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들으러 간 참에 읽기 시작했던 것입니다만 읽다 말다 읽다 말다를 반복한 끝에 반 좀 넘게 읽고 결국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아, 이거 정말 읽기 피곤하다.

 ..라고요. 네, 물론 문장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작정하고 읽으려 한다면 얼마든지 읽을 수 있습니다. 말하는 내용들이 철학적으로 깊이 있게 파고들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나름의 교훈으로서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철학책이라기보다는 거의 무슨 ─친구 모군의 말을 빌리면─ 에세이 같거든요) 하지만 뭐랄까요, 저로서는 결국 이 장광설을 다 읽기가 너무 피곤했던 겁니다. 장광설의 대가는 도스토옙스키라 말해왔지만 니체도 만만치 않아요! 역시 대가의 이름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뭐 그런 건 사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이겠습니다만. 그래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대체 무슨 내용이냐고요? 모든 신을 부정하고, 신뿐 아니라 관념적인 어떠한 절대적 가치도 부정하고, 그 어떤 진리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위버멘시 (초인- 해석을 그대로 옮기면, '매 순간 자신의 삶을 부단히 극복하고 한계를 초월하기 위해 실존적 결단을 내리는 존재')의 등장을 갈망하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사실 동의하고 말고를 떠나서 니체의 '신은 죽었다'라는 말이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저로선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나타난 것인지가 궁금해서라도 읽어본 것이죠.

 물론 저는 여전히 기독교인이며, 앞으로도 변함없을 겁니다. 그래서 사실 이 책에서 말하는 모든 이야기들을 처음부터 동의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동의할 수 없죠. 아마 이게 제가 이걸 읽기 너무 피곤했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읽기엔 이 책이 너무 두꺼웠어요. 그래도 산 것 자체에는 크게 후회는 없는데, 이 책이 이렇게 읽다 지치는 책이라는 걸 실제로 경험해서 안 것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나중에 또 좀 의욕이 생기면 도전해봐야겠습니다만, 지금은 일단 덮어두겠습니다. 사실은 다 읽는다고 해서 지금 이것보다 더 제대로 된 감상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안 들고요. (그게 중간에 그냥 감상을 쓴 이유죠, 사실)

 뭐 그렇습니다. 한 번쯤 읽어보세요. 생각보다 읽기 쉽지만 생각보다 읽기 어렵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