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롯을 고쳐서, 기프트 그 자체를 스토리 자체의 줄기 하나로 대두시키는 것 자체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전투신이 늘어나겠습니다만 사실 이전의 <기프트 Episode 1>의 구성보다는 이쪽이 훨씬 쓰기 편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전 작품인 <영혼의 시>에서는 말 그대로 전투를 쓰기 위해 드라마 부분을 써 갔을 정도죠. 사실 그 때 워낙 전투신을 지독하게 썼기 때문에 이번에 의도적으로 전투를 줄였던 겁니다만, 결국은 또 좀 늘어나게 되네요.

실은 이번에는 좀 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이 부분인데: "독자로서 읽고 싶은 이야기 전개란 어떤 것일까" 하는 겁니다. 아무래도 작년에 기프트 Ep1을 썼을 때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을 기반으로 거기에 기프트라는 양념을 준 것 뿐이기 때문에 이야기 전개가 그런 식이 된 것인데, <출판사에서 한 대화, 기프트에 "이 점을 더 강화했으면">이라는 포스트에 달린 사하 군의 리플을 보니 기프트라는 소재를 좀 더 살렸으면 좋았겠다는 뉘앙스가 풍겨나더군요. 그래서 제 글을 다시 몇 번 읽었는데, 워낙 도입부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확실히 기프트가 안 살아나긴 하더군요.

뭐, 이 부분은 아직 이 포스트의 포인트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이겁니다: "기프트와 오너라는 소재를 좀 더 본격적으로 살리려면, 이종족이 없는 편이 더 낫지 않으려나?" 하는 겁니다. 소위 말하는 엘프, 드워프, 호비트, 오크, 코볼트··· 등등의 소재를 쓰지 않는 쪽이 오히려 더 낫지 않겠나 하는 겁니다. 사실 세계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기프트에다 전작 <영혼의 시>의 세계관을 끌어다 붙여도 무리 없이 들어붙거든요. 사실 애당초부터 의지발현이라는 소재를 차용해 올 작정이긴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거빈 브루너는 의지발현자가 되겠죠) 기프트에서는 마족은 등장하지 않는 쪽이 낫겠지만, 몬스터는 프리크로 좀 바뀔 테고. (드래곤 같은 건 프리크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하기는 마족이 없다고는 해도 악독한 오너 집단이 <영혼의 시>에서의 마족과 비슷한 위치에 서겠다 싶습니다만.

말이 좀 복잡해 보일 지도 모르겠군요. 간단히 말하면 이렇습니다. 너무 이것저것 많아지면 이야기가 오히려 복잡해져서 집중이 안 될까 싶은 거죠. ···랄까, 말하다 보니 스스로 결론은 이미 내리는 듯 싶군요. 결국 이것저것 이종족의 이야기는 빼 버리고, 인간만의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 쪽이 Neissy라는 작가의 소설 세계관으로는 더 적합하겠죠. 그래야 '기프트'와 '의지발현'의 특이성이 더 살아나기도 하겠고요.

···네, 원래 이 포스트는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한가'를 물으려던 포스트였습니다만, 적어 보는 사이 이미 저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 내 글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옳을지를 독자에게 묻는 작가라면 영 앞길이 험난하다, 는 주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독자가 어떤 걸 읽고 싶어할 지 알아 봐서 나쁠 건 없으니까ㅡ 라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역시 저는 자기 주관이 뚜렷합니다 핫핫.

그래서 작가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세계관이나 플롯을 잡는가를 여러분께도 살짝 보여 드리는 포스트가 되었습니다. (...) 자, 열심히 쓰겠습니다. 십 년 이십 년이 지나 다시 읽어도 재미있으면서 생각할 만한 내용이 있는 글을 쓰고 싶거든요. 열심히 고민중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