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위기철 지음/청년사

 미뤄뒀던 도서 감상 Part II, <아홉살 인생>입니다. 머리 아픈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을 마치고 나니 (여러 가지 의미로) 두려울 게 없어지네요.

 <아홉살 인생>은 <논리야 놀자> <반갑다 논리야> 등으로 유명한 위기철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논리야 놀자>는 제가 초등학교 적에 꽤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었죠. 그 '논리적'인 사고에 다 찬성한 건 아니었지만 ─인생이 논리로만 이루어지면 너무 딱딱하다고 그 시절에도 생각했으니까─ 여하간 재미있긴 재미있게 읽었더래습니다. 그런 사람의 소설이라니 일단 좀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썼으려나 궁금하기도 하고, '자, 어떻게 써냈나 보자' 라는 마음으로 <아홉살 인생>을 집어들었습니다.

 내용을 우선 설명할까요. 이 소설은 산동네로 이사간 백여민이라는 아홉살짜리 어린이의 이야기입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가고, 그 속에서 인물들의 상황이 조금씩 변해가며 이야기가 계속됩니다. 큰 굴곡은 없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 책에서 작가는 자신의 관념을 독자에게 과장되게 주입하려 하지는 않는데, 만약 그랬다면 강한 거부감이 들었을 겁니다.

 비교적 무난하게 받아들여질만한 소설입니다. "MBC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 선정 도서"라는 딱지가 책표지에 붙어있습니다만, 그럴만하게도, <아홉살 인생>에서는 이 아홉살짜리 백여민의 인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간다는 걸 되돌아볼 수 있게 해줍니다. 물론, 어디서나 그렇듯, 아이들의 삶이라고 어른들의 삶과 완전히 동떨어진 다른 삶은 아닌 법이죠.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의 삶의 축소판이랄까요, 그들 역시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 마찬가지의 삶을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아홉살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여기에서 '아홉살' 자를 떼어내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가는 너무 거창하게 제목을 붙인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군요)

 물론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하긴 이건 그냥 제가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만, 이 소설의 화자─ 백여민이 상황을 서술하는 말투가 아홉살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아마 작가는 이렇게 답할 것 같습니다. '이건 화자가 어른이 된 후에 그 때를 회고하며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소설 내 여러 군데에서 '이 이야기는 예전에 있었던 일이고 나는 그 때를 회고하고 있다'고 알려주는 문장이 여러 군데 나옵니다. 따라서 이걸 굳이 지적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하는 이유는, 그 부분이 섞여버려서 조금 미묘하기 때문입니다. 문장의 일부는 아이의 사고를 지니고 있지만 문장의 일부는 어른의 사고입니다. 완전한 아이의 문장도, 그렇다고 아예 회고하는 어른의 문장도 아닙니다. 저에게는 아무래도 이 부분이 <아홉살 인생>에 대한 완전한 몰입을 방해하더군요. 어느 한 쪽으로 확실하게 해주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쨌거나 머리 아프지 않게, 피식거리거나 조금 흐뭇해하거나 또는 제법 진지하게 읽어나갈 수 있도록 부담 없이 쓰여 있어서, 나름대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겠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