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우리가 가려는 곳이 도후쿠지는 아니었습니다. 바로 후시미이나리다이샤 (伏見稻荷大社) 신사. 야사카 신사를 갔으면서 왜 또 신사인가? 하면 일본에 가서 일본 전통적인 걸 보자면 결국 성, 절, 신사인데, 성은 히메지성을 보았고 절은 치온지를 보았으니 뭔가 화끈한 신사를 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네? 야사카 신사는 화끈하지 않았냐고요? 제 기준에서 말하라면, 그랬습니다. 저더러 말한다면 "신사는 도리이 (鳥居)지!"그리고 듣자하니 교토에는 굉장한 도리이가 있는 신사가 있다 하더군요. 그리고 그게 바로 후시미이나리 신사.
JR선을 탈 수 있다면 이나리역에서 내려 간단하게 갈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게도 칸사이 패스는 JR선을 지원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교토 버스를 지원해 다행이었지만, 교토 버스로는 후시미이나리 신사와 가장 가까운 데서 내린다고 해도 전철역 두 정거장 정도가 더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건 우리가 걸어야 한다는 뜻이었고, 또한 길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뜻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길을 좀 잃으면 어떠냐! 묻고, 헤매고, 묻고, 또 헤매고, 결국 찾아낸다! 그것 또한 여행의 즐거움! 순탄한 여로만 있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야!
라는 기치로, 우선 도후쿠지에서 내린 후, 근처의 일본인에게 후시미이나리 신사가 어느 쪽인지 물어보고 나서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가는 길에 보인 이런 것들을 찍어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이 건널목을 건너면 안 됐습니다.
여기서 그냥 왼쪽으로 꺾어졌어야 했어요. 그랬다면 주택가가 나왔을 테고, 맞는 길을 간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좀 더 편안하게
후시미이나리 신사를 향해 갈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위에서 일본인이 알려준 '길 끝까지 가서 꺾어진다'는 말을 '이
건널목도 건넌 후'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좀 헤매야 했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장면 좋아합니다. 그래서 찍었습니다.
그리고 길을 헤맨 데 대한 여담을 좀 더 덧붙이면, 뭔가 길을 잘못 들었다가 어딘가의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일본인들에게 길을
물어서 다시 경로를 바로잡았습니다. 그렇다 해도 결국 전혀 모르는 길인 건 마찬가지라, 원래 가야 했던 그 길은 아니고 좀
뒷길로 가게 되었지만요.
그리고 이게 그 뒷길을 가며 찍은 사진. 일본의 놀이터.
물이 말라붙은 다리
어쨌든 전철 선로가 계속 근처에 있었으니 거길 따라가면 맞는다는 확신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뭔가 좀 더 선로 가까이로 붙어 가야 할 듯 해서, 길을 파고들어 보았는데 결과적으로 그 길이 제대로였습니다.
이건 그렇게 파고드는 중에 보인 닌텐도 사.
여기의 경비에게 맞게 가는 건지 확인해 보았는데 얼추 맞더군요. 자신을 가지고 갔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이제 맞게 가고 있었습니다.
이건 도중에 보인 동네 신사 다나카 신사 (田中 神社). ..뭔가 굉장히 평범한 곳이로다.
그건 그렇고, 이 날은 아침에 먹은 규동 이후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격하게 배가 고팠습니다.
으아니! 대체 왜 식당이 없는거야! 난 햄보칼수가업서! 를 외치고 있었습니다만 사실 계속 뒷길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던게죠.
제대로 주택가로 접어들고 나서는 괜찮아 보이는 우동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오후 2시 50분경.
이런 동네 가게스러운 분위기, 굉장히 좋아합니다.
우동, 소바, 돈부리..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중에 한 컷
여행지에서 들른 식당의 분위기
제가 시킨 고기 우동 (肉うどん)입니다. 배가 고픈 탓도 있겠지만, 고기도 맛있고 우동 면발도 맛있고 국물도 맛있었습니다.
보통 우동 하면 생각하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이건 호근이 시킨 야끼소바 (燒蕎麥). 한 입 얻어 먹어봤는데, 어딘가 짜장 같은 느낌도 났습니다.
위에서 사진을 올려서 조금 보입니다만, 이 우동집의 주인은 초로의 할머니였습니다. 이제 와서 말이지만 호근은 오사카 사투리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오오끼니 (おおきに)"라는 걸 배워두고 여태껏 계속 나름대로 사용해왔는데 반응이 없었어요. 이 쯤 되어서는 오오끼니라는 말을 쓰지 않았는데 이 할머니가 썼더군요. 그래서 나중에 호근은 선수를 쳤으면 이분이 오사카 사투리를 안다며 반가워했을 거라고 분개했습니다. (...)
-라는 건 그렇다치고, 이 식사를 마친 후 이 할머니께 후시미이나리 신사가 어디냐고
물어보자 이분이 거기를 찾아가느냐고 바로 코앞이라는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대답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바로 코앞이었습니다
주황색 도리이를 지나 들어가자 이런 회색 도리이가 보이고
또 이런 길과 저 편의 신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에 보이는 어린이들은 하교길이었던 듯했는데, 신나게 팔자걸음을 하며 종종종종 뛰어가더군요.
재미있는 광경이라 찍어두었습니다.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후시미이나리 신사
저기 보이는 빨간 목도리 두른 여우는 오이나리상 (お荷さん)으로서 오곡의 신을 의미한다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딱히 코멘트할 건 없네요
아무튼 참 일본적인 풍경입니다
저기에 보이는 현수막이, 우리가 보려던 게 가까워졌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센본도리이 (千本鳥居). 천 개나 되는 도리이가 있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실제론 천 개를 넘어가요.
그래요, 모처럼 일본에 와서 신사를 왔으면 이 정도는 보고 가줘야지!
전통복을 대여하는 곳이었던 듯한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말 동상이 있습니다. 무슨 신마 (神馬)라나 뭐라나..
안내도
그리고 드디어 나타난 센본도리이
많긴 많습니다.
이제 와서 여담입니다만, 도리이는 일종의 결계입니다. 불경한 곳 (일반적인 세계)과 신성한 곳 (신사)을 구분짓는 경계.
그리고 이 도리이들의 뒤를 보면 이런 이름들이 적혀 있습니다.
이것은 바로······ THE · 기부자의 이름.
그리고 이 도리이가 시간이 지나 썩으면 (나무니까 썩습니다. 게다가 여긴 습하고···) 다시 또 돈을 내야 새로 도리이를 세웁니다.
네, 이게 다 돈입니다.. 돈이에요.
이쪽은 좀 작습니다. 개인도 도리이를 세우는 모양이더군요
모처럼이니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안내도. 안내도에 보이는 저 도리이의 길이 보이십니까?
오른쪽 아래편에 현위치라는 문구가 말칸으로 표시되어 있는데, 우리는 거기까지만 갔습니다.
더 돌아도 뭐 어차피 도리이가 가득하겠지..
여우를 모시는 곳이다보니 소원을 비는 패도 이런 식으로 여우 디자인이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얼굴을 그려놓은 것도 꽤 보이는군요.
난 이게 더 이상 결계 같은 것으로 보이지 않아
돈으로 보일 뿐이지
뭔가 봉납 (奉納)하는가본데, 마침 촛불이 켜져 있더군요
..이것도 다 돈이지!
그리고 저는 여기서 아랍어?도 발견하였습니다
이것은 무거워 가벼워 돌 (おもかる石),
소원을 빌고 이 돌을 들었을 때 가벼우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번쩍 들리는군요. 물론 소원은 빌지 않았습니다
호근도 들 수 있는 걸 보면 이거 가벼운 듯..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기념품
고양이상에 달마상에 복너구리상에.. 일본 만화 좀 보신 분들은 익숙한 물건들일 듯도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