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올리는 여행기입니다. 오랜만이라 잊으신 분도 계실 것 같아 다시 쓰면, 여행 이틀째, 순천에 도착해 드라마촬영지를 다녀온 저는 순천만으로 가기 위해 다시 순천역 앞으로 돌아왔지요. 버스 시간을 확인해보니 여유가 조금 있어서, 정류장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이수근의 맛잡이 라면.. ..말 그대로 섞어찌개맛 납니다. 좀 고추장 맛 난다고 해야 하나?
버스 노선도를 보며 내릴 곳을 확인하고, 비교적 느긋하게 순천만까지 갔습니다. 가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사실 꽤 느긋한 마음이었습니다. 이유인즉슨 제가 탄 편의점 앞에서 같이 타서 (제가 보통 버스의 제일 뒤좌석 왼쪽에 앉는데 이 사람들은 제일 뒤 오른쪽에 앉더군요) 순천만까지 가는 모양인 군인 커플이 있었기 때문이죠. 아, 물론 군인 호모 커플이 아니라 한 명은 군인이고 한 명은 아가씨였습죠. 뭐 아무튼 이 사람들이 어리버리 타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고 있으려니 저는 그냥 여유가 생기더만요. 핫핫.
뭐 그런 건 사실 아무래도 좋고, 순천만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도 입장료 받습니다. 성인 2,000원.
여기도 사실 별로 설명할 건 없습니다······ 그냥 걸어가면서, 좋다 싶으면 무작정 찍어댔습니다.
여기 오길 잘했어! 석양시간에 맞춰서 오길 잘했어! 라고 기뻐하면서 말이죠.
그래도 나름 서두르며 갔긴 했는데, 전망대 위에서 노을을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찍을 건 찍습니다만, 아무튼 그랬던 거죠.
참고로 제가 갔던 3월은 갈대밭 보기에는 사실 좋은 계절은 아닙니다. 갈대를 잘라주는 시기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또 제철에 가면 사람이 바글바글하고.. 저로선 그냥 한적한 쪽이 좋으니 나쁘진 않았습니다.
갈 길은 멉니다. 이 길 끝에 보이는 저 산을 좀 타서 올라가면 전망대가 있는데 해 지기 전에 거기까지 갈 예정이었으니까요.
갈대밭을 잘라서 휑합니다.. 이런 부분은 좀 아쉽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다른 덴 멋있었으니 오케이.
해는 지고..
어머! 이건 찍어야해!
오리떼는 느긋하고 나는 바쁘고
꽤 걸어도 아직 산에도 도착 못했고. 좀 여유 있게 왔으면 더 느긋하게 걸었겠지만,
그래도 드라마 촬영지 다녀온 데에 후회는 없으니까!
아무튼 좋았습니다. 네입.
왼쪽은 '명상의 길', 오른쪽은 '다리아픈 길'.
어째 이거 일본 여행 중 치온지에서 본 '남자의 길'과 '여자의 길' 생각나네요.
제가 고른 길이야 물론.. '다리 아픈 남자의 길'이죠! 싸나이니까!
해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전망대까지 빨리 가려던 것도 이유긴 했습니다.
가다 피곤하면 초코바도 좀 먹고, 물도 좀 마시고, 경치 구경도 하고 사진도 좀 찍고..
그리고 전망대에 도착! 전망대 자체는 안 찍었는데, 이 풍경 찍느라 바빴기 때문이죠.
꽤나 많이 찍어댔는데, 그 중 괜찮은 것만 선별해서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순천 갈대밭은 제가 여행 다녔던 중 가장 멋졌던 경치 Best 2에 들어갑니다.
오오 신이시여 이게 정말 제가 찍은 사진이란 말입니까
해도 서산으로 넘어가고, 슬슬 왔던 길을 돌아갑니다. 돌아가면서도 사진은 찍습니다
멋지구나..
그러고보니 올 땐 바삐 오느라 이 다리를 안 찍었지? 하고 돌아가던 길에 찍었습니다.
이번엔 명상의 길 쪽으로 돌아갑니다. 가다 보니 이런 곳에 산소가 있었군요.
'명상의 길'은 이런 식으로 (비교적) 완만한 경사입니다. 이것도 나름 산길이지만, '다리아픈 길'보다는 낫긴 하네요.
모처럼 온 순천 갈대밭, 그냥 돌아갈 길만 서두르긴 아쉽죠. 사진을 찍는 중에..
날아가는 새떼들 발견! 냅다 찍습니다!
하늘을 수놓으며 날아가는 새떼들. 운치 있구만..
저 멀리 마을의 불빛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즈음에서 기념으로 셀카 한 방.
워낙 풍경 찍는 것만 좋아해서 사진에 자기 자신을 안 남깁니다만,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점점 어두워집니다..
갈대밭에도 밤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문득 보인 표지판. 이런 이유로 내가 온 지금 이 시점에선 갈대가 잘렸던 것이군..
어머! 이건 찍어야해! 그 2번째였습니다.
난 왜 이런 조금 을씨년스러운 것들에 끌리는 것일까.
나의 감수성이란.. 후훗
찍을 것 정말 많았습니다. 여긴 최고였어요.
그리고 정류장으로 거의 다 돌아와 보인 음식점 이름이 '무진'.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갈대입니다.
버스 타고 순천역으로 다시 돌아와, 김밥X국에서 적당히 찌개 먹고 모텔 잡았습니다.
하룻밤에 3만원이면 괜찮은 잠자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긴 욕조도 있네요! VIVA! (욕탕메 몸 담그는 것 무지 좋아함)
TV도 나오고 컴퓨터도 되고 이것저것 되고.. 모텔이란 참 좋은 곳입니다.
순천에 와서 가본 두 군데, 드라마촬영지와 순천만이 꽤나 멋졌기 때문에 순천에 대한 호감도가 상당히 올라간 상태로, 저는 다음날 갈 곳을 생각하며 알람을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팜플렛을 보고 나서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