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심까. 잊을 만하면 올리는 Neissy의 한국 여행기가 돌아왔습니다. 지난번에 어디까지 했는지 저도 잊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도 분명 잊었을 거라 생각해 다시 언급합니다만, 지난 편에서 저는 낙안읍성 구경을 모두 마치고 순천역으로 돌아가 새로운 도시로 떠나려 하는 부분까지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그 다음입니다!
기차 안에서 찍은 사진. 과연 저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답은 이곳- 보성입니다. ROKCHA!! 라는 부제에서 짐작하신 분도 아마 있을 것 같습니다만.
녹차밭 가는 곳이란 안내를 따라 육교를 건너면 (바로 위 사진이 육교 위에서 찍은 거죠) 나오는 정류장.
그냥 버스를 타고 갈까 걸어갈까 좀 고민하다가, 근처에 보인 택배기사 아저씨에게 녹차밭 얼마나 머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별로 안 멀다네요? 버스도 금방 오는 편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만, 가까운 거리라면 걸어가야지! 라는 게 제 모토인지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시간이 네시 정도였으므로 해가 지기까지는 아직 좀 여유가 있었어요.
저기 너머 어딘가에 녹차밭이 있을 거야! ..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는. ←
그리고 보이는 표지판. 왠지 익숙한 벌교.. ..1박 2일 때문이려나? 아무튼 보성차밭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오케이 오른쪽으로 꺾어지면 금방 보이겠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계속 걸어가는데.. 차밭 같은 거 보일 기미가 없네요. 어?
보성택배도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찍은 사진.
그나저나 어째 차밭 같은 게 보일 기미가 없는 게 좀 수상쩍다고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보인 표지판. 보성차밭까지 7km.. ..7Km!?
이 때 시간이 4시 20분.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7km를 걸어서 차밭까지 도착하면 해 다 지겠다 이놈들아!
..그래서 보성중학교 앞에 즈음에서 버스를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보성역에 도착해 여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이 대략 이십 분. 그동안 저를 지나쳐 가는 버스는 없었습니다. ······버스 자주 온다면서요, 택배 아저씨? (...) ..라고 말하고 생각해보면 차밭이 분명 가깝다고도 하신 기억이 납니다.. 이건 설마 바로 그것인가······ ·······산간/도서 지역의 거리/시간 개념이란 도회지 사람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그리고 버스, 안 옵니다..
10분 정도를 더 기다리고, 셀카를 찍어봅니다. 실로 여행자라는 기분입니다.
..아무튼 그리고 조금 더 지나자 온 버스를 탔습니다. 일단 타고 나면 7km는 금방입죠, 헤헤헤..
차밭에 도착하고 난 후, 떠나가는 버스를 찍은 사진입니다.
사실 이 때 버스에 탄 할머니/아주머니 분들에게 차밭이 어디쯤이냐고 어디서 내려야 하느냐고 (이 버스에 안내방송 같은 건 없었거든요) 물었는데 이분 중에 차밭까지 금방인데 뭐 버스를 타느냐는 뉘앙스로 말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야 가깝죠, 내 관념으로도 7km 정도는 걸어가도 별 문제 없는 거리지만 걸어가다간 해가 진다니깐?
암튼 뭐 그런 우여곡절 끝에 대한다원에 도착했슴다.
다원까지 가는, 이 삼나무길이 참 삼삼했습니다. (안좋은 개그)
가는 길에 이런 풍경도 좀 보이길래 찍는 여유.
사진을 보면 저도 느긋하게 저분들처럼 걸어가며 사진을 찍었다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실은 사진 찍을 때만 멈춰서고 그 외에는 제법 빠른 걸음으로 저분들을 추월해가며 갔습니다.
철이 아닌지라 그리 볼 건 없지만.. (오동도도 그렇고 순천 갈대밭도 그렇고 제철이 아닌 곳을 잘 찾아다녔다 싶슴다. 하긴 그 덕분에 사람이 별로 없어서 나름 한적한 기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만) 근접샷으로도 차나무를 좀 찍어봤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오두막집. 저기 들어갈 수는 없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좀 지나고 난 데다 적어놓지도 않아서 기억이 희미하네요.
아무튼 산을 오르면서 사진을 찍어댔습니다. 이 비슷한 사진만 수십 장은 됩니다.
그리고 산 꼭대기까지 오르며 찍는 사진.
정상에 가까워서는 계단도 제법 가파릅니다. 가볍게 등산한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꼭대기에서 사진을 찍어봤습니다. 아래쪽에는 차밭이 보이고, 위쪽 저 너머 산 너머로는 바다도 보입니다.
그리고 올라온 김에 길을 따라 더 들어가 보면..
이쪽으로도 내려가는 길이 있습니다만, 이쪽으로는 안 내려가고 다시 왔던 길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어차피 해도 거의 져가고 있었고, 그냥 왔던 포인트나 다시 잡고 싶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이 사진 찍은 즈음에서 어느 커플 사진을 부탁받아 찍어줬는데, 그 사진 잘 나왔으려나 모르겠습니다. 후후 전 남들에게 사진을 부탁받는 선한 인상의 남자입지요.. ←
차밭에 해가 집니다.
그리고 다시 내려오는 길에 찍은 녹차 전문 음식점.. ..인데 여기 안 했습니다. 녹차 아이스크림 이런 것도 못 먹어봤습니다.
그래도 차 직영 판매장 이런 건 있어서, 들어가서..
작설차를 구입했습니다. 타먹기 편한 티백 작설차입니다. 아이 러브 그린 티.
돌아가는 길에 또 찍어본 삼나무길. 슬슬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정류장까지 거의 다 돌아와 보이던 주차장이며 판매장.
판매장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개들과 화기애애해 보이는 주인이 보이길래 슬쩍 찍고 갑니다.
여기까지 왔을 때는 이미 여섯 시경. 녹차밭 관계자들도 퇴근해서 승합차 타고 돌아가더군요..
그리고 여기가 돌아가는 정류장. ..인데.
'여기 올 때 버스가 안 왔다'는 걸 혹시 신경써 주셨나 모르겠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돌아갈 때도 버스는 꽤나 안 왔습니다. 3월이었으니 아직 나름 추웠는데 버스는 안 왔어요.. 실로 구슬픈 일이었습니다만, 사실 전 외롭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낙서라든가,
이런 흔적들이라거나,
요런.. ..이곳에 왔던 다른 사람들의 흔적을 보고 있노라니 모두와 있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죠. (...)
암튼 뭐 이런 낙서들 보면서 낄낄대다가, 시간도 남고 날도 쌀쌀하고 해서 몸에 열도 좀 낼 겸 소념두 두어 번 하니 버스가 오길래 그거 타고 보성역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래서 보성역에 도착해, 다음 목적지로 떠날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보성에서는 안타깝게도 일이 좀 꼬였습니다. 돌아가니 6시 반이었는데 순천으로 돌아가는 열차가 9시 8분에나 있지 뭡니까. 별 수 없이,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이수근 맛잡이 라면에 이은 강호동 화통 라면),
역 맞이방에서 닌텐도DS로 야구게임 한 판 했는데도 시간이 지나치게 여유있어서 결국 인근 PC방에 가서 9시까지 시간 좀 때우다가 다시 역으로 갔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PC방 같은 데는 안 가려 했습니다만 이 때만큼은 별 수 없었습니다.
여하간 그래서 밤 기차를 타고.. 다시 출발합니다.
그리고 순천역에 돌아왔죠 (...)
예정으로는 보성에 갔다 다시 남쪽으로 돌아 통영으로 가려 했는데 보성에서 지체한 시간이 워낙 길어져서 별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다시 순천에 도착한 게 열 시 십 분, 이리 된 김에 그냥 순천에서 한 밤 더 자기로 하고 지난 밤에 갔던 그 모텔 다시 가서 투숙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피곤한데 잠이라도 잘 자야죠.
그리고 생각난 김에 찍어둔, 여행 다니며 신은 등산화입니다.
한국 여행을 다닌다는 건 대개는 경치 좋은 데를 돌아다닌다는 뜻인데, 한국에서 경치 좋은 데란 결국 바다며 산입니다. 혹은 바다와 산이 같이 있는 곳일 수도 있겠죠. 섬도 평평한 섬 같은 건 거의 없고 다소의 등산은 필수고요. 그러니 등산화는 필수입니다. 여행 다니는 내내, 등산화 신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