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선
견자단, 고천락 / 엽위신
견자단에 대해서라면 사실 이제 와서 새삼 언급할만한 게 있나 싶을 만큼 무술영화에서는 알아주는 일류배우입니다. 무술영화에서 일류라는 의미는, '그가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저렇게 싸울 수 있어 보인다'는 것을 뜻하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게 가능해 보이는 무술가 겸 배우로 이소룡, 이연걸, 견자단을 꼽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기 위한 익스트림 액션이 지나쳐서 오히려 리얼리티를 깎고 마는 아쉬움을 제한다면, 토니 쟈도 들어갈 수 있겠군요.
흠, 어쨌든 견자단은 매우 유명한 무술배우이며, 특정한 무술을 표현하기 위해 제법 세심하게 그 무술을 공부한다는 의미에서도 대단한 배우입니다. 이번에 중국에서 개봉한 <엽문>의 경우에도 그가 영춘권을 영화에서 표현하기 위해 엽문 노사의 아들인 엽준 노사에게서 영춘권을 사사했는데, 견자단이 영춘권을 열심히 배워서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사실 견자단과 영춘권의 인연이란 이번 <엽문>뿐 아니라 예전에 양자경이 주연한 <영춘권> 때에도 캐스팅된 적이 있으므로 제법 되었다······고나 하겠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엽문> 개봉하고 나면 (우리나라에는 그거 언제 개봉할까요, 그런데) 제대로 한 번에 묶어서 하겠습니다. 양자경의 <영춘권>도 조만간 DVD 다시 보고 감상 올리고요.
말이 길었는데, 견자단이 이 <도화선>에서도 세심하게 MMA를 공부했다는 증거가 스탭롤에 나옵니다.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것과 영화에서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더군요. 과연과연, 역시 일류는 이런 것들을 대충 때우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영상이었습죠.
그래서 <도화선>은 어떤 영화냐? 간단하게 말하면 현대물 + 형사물입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무술 영화를 구분할 때 저는 개인적으로 ⓐ 무협물 ⓑ 근대물 ⓒ 현대물로 나눕니다. 그에 따라 무술의 표현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저로서는 견자단은 ⓑ 근대물에 나올 때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무협물이나 현대물도 나쁘지는 않죠. 왜 근대물이 가장 멋있냐 하면 무술 표현 자체가, 현대물은 전통권법 느낌이 잘 안 나고, 무협이면 전통권법이라지만 동작이 지나치게 오버되는 경향이 있고, 근대물은 깨끗한 전통권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나온 <엽문>을 아주 환영했습니다) 뭐, 그 외에도, 견자단 얼굴이 무협물이나 현대물에선 어째 뻔질해 보여서······ 라는 이유도 있긴 합니다. 요즘 나이를 들어가면서 원숙해 보이므로 젊을 때처럼 악역스럽지만은 않긴 합니다만.
어쨌든 현대물입니다. 그리고 홍콩 영화에서 참 많이 보이는 형사물이죠. 그 점에선 <살파랑>을 연상시키는군요. 액션도 <살파랑>과 많이 비슷합니다. 타격계통만 사용하지 않고, 구르고, 꺾고, 조르고- 다만 <살파랑>때보다 훨씬 본격적으로 그라운드기를 많이 씁니다. 액션에 또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살파랑에선 나이프 대 경찰봉이라는 흥미진진한 현대식 무기 격투가 있었지만 <도화선>에는 그런 건 없다는 정도. 대신 총부림이 보다 비중있어졌습니다만······ ·······총부림에 별로 관심없는 저로서는 그냥저냥, 네, 그냥저냥이었네요.
사실 저는 MMA 스타일 격투는 별로 흥미있게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려 견자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본 시기가 꽤 늦어졌습니다만, 역시 견자단은 견자단, 저한테는 영 흥미 없는 MMA 스타일인데도 "멋지다" 소리가 나오게 만들더군요. 아마 MMA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실 듯합니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견자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실망하지 않으실 듯하고요.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 대해서도 좀 언급해보면, '악당을 잡기 위하여 오늘도 형사들은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정도가 되겠군요. 악당도 이놈의 상악당들이 수틀리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형사를 죽이고 인질을 잡아가고, 아주 죽일 놈들입니다. 이런 놈들 잡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러는 과정에 좀 폭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랄까요. 폭력의 허무함을 만방에 알린 <살파랑>과는 달리 엔딩이 나름 해피엔딩입니다. 만신창이가 되긴 하지만, 어쨌든 생명은 소중하니까. 호쾌하다기보다는 좀 어두운 색채인데, 사실 액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요······ 아마 이게 <도화선>이 <살파랑>보다는 좀더 편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그다지 호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겠습니다. 보통의 형사물에 견자단이 들어가서 견자단 액션 비중에 좀 생긴 느낌이랄까 뭐랄까. 그래도 견자단의 액션이 나오는 부분만큼은 제대로 시원합니다만.
여담.
· 윌슨 (고천락)의 상대 역 (즉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줄리 (범빙빙)는 예쁩니다. 싸구려 느낌 안 나고 흐뭇하게 예쁩니다. 러브리 크리티컬.
· 베트남인 삼형제로 나오는, 주요 적들도 나름대로 쟁쟁한 라인입니다. 추조룡이라던가 석행우라던가 여량위라던가. 하지만 미안해요. 난 견자단 나오는 영화면 견자단밖에 안 보여요. (...) 아, <살파랑> 때의 홍금보는 좀 예외였지만..
· 쉽고 편한 홍콩어. "괜찮아요"가 "OK了~".
견자단, 고천락 / 엽위신
견자단에 대해서라면 사실 이제 와서 새삼 언급할만한 게 있나 싶을 만큼 무술영화에서는 알아주는 일류배우입니다. 무술영화에서 일류라는 의미는, '그가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저렇게 싸울 수 있어 보인다'는 것을 뜻하죠.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게 가능해 보이는 무술가 겸 배우로 이소룡, 이연걸, 견자단을 꼽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기 위한 익스트림 액션이 지나쳐서 오히려 리얼리티를 깎고 마는 아쉬움을 제한다면, 토니 쟈도 들어갈 수 있겠군요.
흠, 어쨌든 견자단은 매우 유명한 무술배우이며, 특정한 무술을 표현하기 위해 제법 세심하게 그 무술을 공부한다는 의미에서도 대단한 배우입니다. 이번에 중국에서 개봉한 <엽문>의 경우에도 그가 영춘권을 영화에서 표현하기 위해 엽문 노사의 아들인 엽준 노사에게서 영춘권을 사사했는데, 견자단이 영춘권을 열심히 배워서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사실 견자단과 영춘권의 인연이란 이번 <엽문>뿐 아니라 예전에 양자경이 주연한 <영춘권> 때에도 캐스팅된 적이 있으므로 제법 되었다······고나 하겠습니다만 그 이야기는 나중에 <엽문> 개봉하고 나면 (우리나라에는 그거 언제 개봉할까요, 그런데) 제대로 한 번에 묶어서 하겠습니다. 양자경의 <영춘권>도 조만간 DVD 다시 보고 감상 올리고요.
말이 길었는데, 견자단이 이 <도화선>에서도 세심하게 MMA를 공부했다는 증거가 스탭롤에 나옵니다. 체육관에서 연습하는 것과 영화에서의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주더군요. 과연과연, 역시 일류는 이런 것들을 대충 때우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해주는 영상이었습죠.
그래서 <도화선>은 어떤 영화냐? 간단하게 말하면 현대물 + 형사물입니다. 일단 무엇보다도 무술 영화를 구분할 때 저는 개인적으로 ⓐ 무협물 ⓑ 근대물 ⓒ 현대물로 나눕니다. 그에 따라 무술의 표현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죠. 저로서는 견자단은 ⓑ 근대물에 나올 때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무협물이나 현대물도 나쁘지는 않죠. 왜 근대물이 가장 멋있냐 하면 무술 표현 자체가, 현대물은 전통권법 느낌이 잘 안 나고, 무협이면 전통권법이라지만 동작이 지나치게 오버되는 경향이 있고, 근대물은 깨끗한 전통권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에 나온 <엽문>을 아주 환영했습니다) 뭐, 그 외에도, 견자단 얼굴이 무협물이나 현대물에선 어째 뻔질해 보여서······ 라는 이유도 있긴 합니다. 요즘 나이를 들어가면서 원숙해 보이므로 젊을 때처럼 악역스럽지만은 않긴 합니다만.
어쨌든 현대물입니다. 그리고 홍콩 영화에서 참 많이 보이는 형사물이죠. 그 점에선 <살파랑>을 연상시키는군요. 액션도 <살파랑>과 많이 비슷합니다. 타격계통만 사용하지 않고, 구르고, 꺾고, 조르고- 다만 <살파랑>때보다 훨씬 본격적으로 그라운드기를 많이 씁니다. 액션에 또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살파랑에선 나이프 대 경찰봉이라는 흥미진진한 현대식 무기 격투가 있었지만 <도화선>에는 그런 건 없다는 정도. 대신 총부림이 보다 비중있어졌습니다만······ ·······총부림에 별로 관심없는 저로서는 그냥저냥, 네, 그냥저냥이었네요.
사실 저는 MMA 스타일 격투는 별로 흥미있게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무려 견자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본 시기가 꽤 늦어졌습니다만, 역시 견자단은 견자단, 저한테는 영 흥미 없는 MMA 스타일인데도 "멋지다" 소리가 나오게 만들더군요. 아마 MMA 스타일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더 재미있게 보실 듯합니다. 좋아하지 않더라도, 견자단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실망하지 않으실 듯하고요.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 대해서도 좀 언급해보면, '악당을 잡기 위하여 오늘도 형사들은 목숨을 걸고 있습니다' 정도가 되겠군요. 악당도 이놈의 상악당들이 수틀리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형사를 죽이고 인질을 잡아가고, 아주 죽일 놈들입니다. 이런 놈들 잡아야지 않겠습니까? 그러는 과정에 좀 폭력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범인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라는 메시지랄까요. 폭력의 허무함을 만방에 알린 <살파랑>과는 달리 엔딩이 나름 해피엔딩입니다. 만신창이가 되긴 하지만, 어쨌든 생명은 소중하니까. 호쾌하다기보다는 좀 어두운 색채인데, 사실 액션 비중이 그리 높지 않아요······ 아마 이게 <도화선>이 <살파랑>보다는 좀더 편한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불구하고 그다지 호쾌하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겠습니다. 보통의 형사물에 견자단이 들어가서 견자단 액션 비중에 좀 생긴 느낌이랄까 뭐랄까. 그래도 견자단의 액션이 나오는 부분만큼은 제대로 시원합니다만.
여담.
· 윌슨 (고천락)의 상대 역 (즉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줄리 (범빙빙)는 예쁩니다. 싸구려 느낌 안 나고 흐뭇하게 예쁩니다. 러브리 크리티컬.
· 베트남인 삼형제로 나오는, 주요 적들도 나름대로 쟁쟁한 라인입니다. 추조룡이라던가 석행우라던가 여량위라던가. 하지만 미안해요. 난 견자단 나오는 영화면 견자단밖에 안 보여요. (...) 아, <살파랑> 때의 홍금보는 좀 예외였지만..
· 쉽고 편한 홍콩어. "괜찮아요"가 "OK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