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을 맞이하여 본격 일본 여행 포스트 그 아홉 번째 편을 올립니다. (뭔가 철모르는 사람 되기 쉬운 소리네 이거)
야사카 신사에서 나온 우리는,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절인 치온지 (知恩寺)로 향했습니다. 워낙 절이 많은 동네라 아무 절이든 딱히 관계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치온지로 갈 이유가 있었던 것이, 본래 호근이의 의향은 휘파람새 마루 (鶯張り)를 보기 위해 니조 성 (二條城)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제가 몸도 피곤하고 성은 이미 히메지성을 봤고 해서 다른 걸 보자는 어필을 했기 때문에 배려를 받아 여행 루트를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왜 치온지냐? 하면 뒤에 보여드리겠지만 휘파람새 마루가 그곳에도 있기 때문이죠.
그리하여, 갑니다.
길에서 발견한 앤티크 가게
니미 덴탈 클리닉!
기온 회관
교토의 골목
길 가다 에너지 보급을 위해 사마신 모리나가 밀크 캬라멜 음료. 제가 또 이런 신기한 거 보면 사먹잖습니까.
맛은 글쎄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따듯한 캐러맬 음료라는 느낌? 달고 부드러운 맛이었습니다.
당분이 필요할 때 마시면 적당할 듯 합니다.
정토종 불교 본산 치온지, 도착!
사실 말하면 절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건 왠지 일본적이라고 여겨져요
이 문 안쪽으로부터 치온지 경내가 됩니다만, 아직 좀 더 걷긴 해야 합니다
여담이지만,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동양계 외국인 말고 서양계 외국인이요.
확실히 그 쪽 외국인들은 이런 분위기를 신기해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안내도. 이런 걸 찍어야 왠지 뭔가를 안 빼먹은 느낌이 듭니다
이런 풍경으로 말하자면 한국이나 일본이나..
산몬 (三門)입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두 개의 길이 있습니다. 왼쪽에 보이는 남자의 길 (男坂)과 오른쪽에 보이는 여자의 길 (女坂),
남자의 길은 보다시피 가파른 계단이고 여자의 길은 완만한 경사입니다.
저는 사나이니까 경파하게 남자의 길을 뛰어 올라갔습니다.
길을 올라가기 전에 산몬 안쪽을 보면 이런 게 보입니다. 이런 게 절 안에 있어도 되나!?
천녀라고 자칭하고 수도자를 유혹하는 뭐 그런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불교 쪽은 잘 몰라서 확신 못 하겠습니다.
그리고 저 천녀의 맞은편에 보이는 호넨쇼닌 (法然上人).
이 사람은 정토 신앙이 일본 불교의 중심적 신앙의 하나로 확립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일본
천태종의 승려들에 의해 중국에서 들어온 정토 교리들을 배움으로써 자신의 정토 신앙을 형성했으며, 누구든지 아미타불의 이름을
부르는 염불을 하기만 하면 구원을 받게 된다고 역설했다고 합니다. 더불어 원효대사의 숭배자라고도 하더군요.
남자의 길을 좀 올라가서, 산몬을 다시 한 번 찍습니다.
가운데에 호근이 보이고, (나무에 좀 가려지긴 했는데) 왼편과 오른편에 호넨쇼닌과 천녀도 보이는군요
남자의 길은 뭐 이런 길입니다.
뛰어 올라가주지! 하고 신나게 올라가자 외쿡인 여행객이 절 보고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세이시마루 (勢至丸). 호넨 (法然)또는 호넨쇼닌과 동일인물입니다.
치온지의 본당인 미에이도 (御影堂)의 지붕 설명입니다
미에이도의 전경.
길이 76m, 넓이 58m, 높이 38m로 일본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로서,
175,967개의 기와와 927개의 마루바닥재를 사용했다 합니다.
그건 그렇고, 저 본당 지붕의 위를 잘 보면..
이렇게 기와 두 장이 올려져 있는데, 일부러 미완성이라는 의미로 남겨둔 것이라고 합니다.
재해를 피하는 의미가 있다나 뭐라나
이건 찍긴 했는데 뭔지 모르겠습니다. 뭔지 아시는 분?
보불전 (宝佛殿). 일본어 발음은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일본 웹사이트 검색능력이 아직 좀 떨어져서, 검색해도 잘 안 나오더군요.
※ 로렌스님의 제보에 의하면 일본어 발음은 호부츠덴인 모양입니다.
이런 풍경 저런 풍경
본당으로 이렇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히메지성에서 그랬듯, 신발을 비닐봉투에 넣고 이동합니다.
본당 내부. 원래는 사진 못 찍게 되어 있습니다만 ..
明照라고 적혀 있는 것은, 明照大師로서 호넨쇼닌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메이지 덴노 (明治天皇) 사망 후 다이쇼 덴노 (大正天皇)에게서 하사되었다는군요.
본당은 꽤 큽니다. 둘레를 도는 중.
긴 막대가 하나 보입니다. 이것이 치온지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잃어버린 우산 (忘れ傘)입니다.
여기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이런 게 보입니다. 막대를 들고 찾을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찾은 모습입니다. 막대 끝이 가리키는 걸 봐주세요.
치온지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의 명공 히다리진 고로 (左甚五郎)가 부적 삼아 두고 갔다는 설과
치온인 (知恩院) 제32대 오우료 레이간 쇼닌 (雄誉霊巌上人)이 본당을 건립할 때
근처의 흰여우 (白狐)가 자기가 사는 거처가 없어진다고 하여
새로운 거처를 만들어달라고 의뢰해 그것이 이루어진 답례로 이 우산을 두고 갔다는 설 두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뭐 흰여우가 우산을 두고 갈 리는 없다고 봅니다만,
아무튼 우산도 비와 관계가 있으므로 화재를 막아 주는 부적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본당 뒤편, 집회당 (集会堂)으로 이어지는 곳에 휘파람새 마루가 있습니다.
집회당 자체는 공사로 인해 가볼 수 없지만 휘파람새 마루는 구경할 수 있습니다.
처음 지나쳤을 때 이게 휘파람새 마루인 줄 모르고 그냥 공사중인 곳이려니 하고 지나쳤다는 건 비밀입니다.
대략 이런 소리가 납니다.
휘파람새 마루의 설명.
마루를 밟으면 꺽쇠가 눌려 움직이면서 마찰음으로 소리가 난다고 합니다.
니조성에서는 이게 적군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던데, 왜 절에 이런 게 있는 걸까요.
종을 찍으려는 게 아니라 오샤쿠시 (大杓子)를 찍은 사진입니다. 종의 위쪽에 뭔가 걸친 듯한 물건이 있습니다만,
만인을 구한다는 거대한 밥주걱이라고 합니다.
..근데 맞게 찾은 게 맞나? 그나마 밥주걱 (하다못해 막대기) 같은 물건은 저것밖에 안 보이던데..
그리고 절을 나와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이 시점에서 벌써 한 시 반이었는데 먹은 것이라곤 아침에 먹은 규동뿐이라 꽤 배가 고팠습니다.
우동집이 보이면 그거나 먹으려 했는데 영 안 보이더군요.
한국에서 사 간 72% 초콜릿 한 통을 까서, 네다섯 알씩 우적우적 씹으며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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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버스도 칸사이 패스로 이용 가능합니다. VIVA! KANSAI PASS!!
버스가 옵니다. ..이건 우리가 타는 버스는 아니었지만.
일본 버스는 가운데로 타서 앞으로 내리게 되어 있습니다.
탈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내릴 때 요금을 계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