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 못하면서 쉽게 말하는 사람은 늘 있었고,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을 신경쓸 가치도 없다는 건 알지만, 정말이지 얕게 알면서 뭐가 어떻다느니 말하는 사람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하기야 얕게 알수록 더 쉽게 말할 수 있다는 건 알지만.

내가 글을 써서 그런 사람에게 뭔가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한 지 오래다. 애초에 이미 이 블로그에 쓰인 글 선에서 그게 그런 거 아니라고 이야기한 게 수두룩하다. 그러니 즉, 새삼스레 이런 글을 적든 말든 그런 사람들에겐 상관없다는 뜻이다. 상관있더라도 그걸 굳이 알려줘야 하나 싶기도 하긴 하고.

하지만 다니면서 그런 꼴을 보면 어쨌든 답답하긴 하다. 가장 위험한 건 아예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어설프게 아는 사람이란 말이 있는데, 몸이건 지식이건 마찬가지로 적용되지 싶다.

Posted by Neissy

할 수 있는 것이 계속 깊어진다. 중심의 낮음이나 동작의 깔끔함 등이 확실히 계속해서 수준이 높아진다. 어떻게 하면 사부님처럼 할 수 있을까 늘 생각하면서 연습한다. 할 수 없었던 것이 가능해지고, 목표하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씩 감을 잡아가는 것이 즐겁다.

이 길에 끝은 없고 나는 이 끝없는 여정에서 조금씩 더 나아가는 것이 너무도 재미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무언가 하나라도 더 낫게 만들려고 수련한다. 그리고 그게 쌓이면, 한 주, 한 달, 일 년이 되면 확실히 달라진다. 일 년 전의 자신에 비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다고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특별히 기념글을 위해 남겨둔 이야깃거리가 없었던지라, 이번 기념글은 이것으로 끝. 굳이 많은 이야기가 필요할까 싶기도 하다. 14년을 넘게 해도 매일 즐겁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Posted by Neissy

무술적으로 강한 위력을 내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이냐고 한다면, 사람마다 중시하는 게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그건 힘일 수도, 폭발력일 수도, 타이밍일 수도 있다.

사실 어느 하나가 다른 걸 배제하는 게 아니라, 어느 걸 상대적으로 중시하더라도 다른 것들도 따라가야 하는 것들이긴 하다. 어떤 무술은 이렇고 어떤 무술은 저렇지만 끝에 가서는 비슷해진다-는 말도 있긴 한데, 그건 모양새가 결국 똑같아진다기보단, 힘을 우선시하는 타입이라도 결국 속도는 필요하고, 속도를 우선시하는 타입이라도 결국 힘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스타일은 다르더라도 원리로서는 통하게 된다는 느낌에 가깝다고 본다.

그래서 근래의 내가 신경 쓰는 건 어떤 부분이냐 하면, 뭐 종종 적긴 했지만, 몸 전체를 하나로 움직이는 것, 즉 몸이 한덩어리가 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조여진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따로 놀게 하지 않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요는 몸 전체를 하나로 들이박고, 몸 전체를 하나로 만들어 상대의 공격을 흘려내지만, 몸은 굳어지지 않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부분이다. 대략 이런 상태를 방송이라고 하고, 이런 상태에서 힘을 내는 걸 발경 내지 발력이라고들 하는데, 스타일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상태 자체는 많은 무술에서 추구하는 것이므로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면 이 말이 어떤 상태를 가르키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나야 영춘권사니까 영춘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영춘권의 관점에서 바라보지만 다른 사람들은 다른 무술의 방식과 관점에서 바라보므로 조금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긴 하지만, 뭐 어쨌든 일정 수준 이상이면 어떻게든 말은 통하더라.

그래서 몸을 한덩어리로 쓴다는 부분인데, 이게 능숙해질수록 공격력이 올라간다. 언뜻 영춘권을 팔만 써서 공격하는 짠손공격이라고 오해하는 초보자들이 있지만, 제대로 영춘권을 할 수 있게 되면 팔'만' 쓰는 움직임은 있을 수 없다.

뭐 비단 영춘권만의 이론은 아닌지라, 일정 수준 이상의 무술가를 보면 언뜻 팔만 움직이는 듯해도 그게 팔이 아니라 전신을 사용하는 것임을 알 수 있는데, 꼭 무슨 중국무술이 아니라 복싱을 봐도, 초보자들이 알기 쉽게 몸을 회전시키지 않고 그냥 팔을 날리는 듯한데 그걸 맞으면 상대가 퍽퍽 쓰러지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단순히 팔을 날리는 게 아니라 몸 전체를 한덩어리로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움직임이 작고 미세하더라도 그것은 몸을 가만히 두는 것과는 다르며, 몸 전체를 사용해서 무게를 날리는 움직임이므로 매우 강하다. 몸 전체를 사용한다고 하면, 특히나 서브컬쳐에서, 발끝으로부터 끌어올려 몸 전체에 회전을 가하며 그것을 손실 없이 손끝까지 전달한다.. 는 식의 묘사를 볼 수 있는데, 그게 그 자체로 틀렸다고는 못하겠지만 거기에서 중요한 건 회전을 하는 게 아니라 손실 없이 힘이 전달되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즉 관절이 풀어졌다거나 각도가 잘못되었다거나 힘이 과하게 들어갔다거나 해서 몸을 두 부분 이상으로 따로 놀게 쓰면 안 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물론 이것에도 수준이 있어서, 수련하고 다듬어 갈수록 점점 더 정교해져서 움직임이 깔끔해지고 심플해진다. 이게 영춘권을 하면서 아주 재미있는 부분인데, 몸이 단단하면서 부드러워지며, 무거우면서 가벼워진다. 어느 정도 무술을 한 사람은 이게 무슨 표현인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듯한데, 어쨌거나 내가 계속 블로그에서 써 왔던 그 내용들이다. 무겁지만 민첩하며, 강하지만 딱딱하지 않다. 그게 점점 더 심화되어, 이전에는 무겁다고 느끼던 걸 무겁지 않게 느끼게 되며, 억지로 빠르게 움직이려 하지 않아도 더 스무스하게 파고들 수 있게 된다. 이런 맛을 알아버리면 무술에 단단히 빠지게 되어, 누가 칼 들고 협박하는 게 아니어도 알아서 수련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 말해도 결론은 사실 늘 이건데, 그래서 영춘권을 하는 건 정말 즐겁다는 거다. 어떤 무술이 누구에게 맞느냐 하는 건 솔직히 상성 문제도 있긴 하다고 생각하는데, 난 제대로 찾아낸 것 같다.

Posted by Neissy

# 기초는 계속 심화한다. 단순히 다른 것의 발판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수준이 아니라, 실제로 그 자체로 가장 자주 쓰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보는 게 맞다.

# 이를테면, A의 수준이 낮거나 하는 이유로 상황상 잘 쓰지 못한다면, A가 안 통하는 상황에서는 B를 쓴다? 혹은 C도 익힌다? 이것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준이 높아진다는 것은, A가 안 통하는 상황에서 A가 통하도록 A의 수준을 올린다거나, 애초부터 A가 통하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도 포함한다. 그 정도의 수준이 되었을 때에 A에서 B, C로 이어지는 것도 더 유의미해진다.

# '기술을 수집한다'는 행위에 대해 경계한다면 그래서다. 수준 낮은 기술을 여럿 모으는 것보다, 수준 높은 기술 몇 가지를 가지고 있는 쪽이 쓰기 좋다는 뜻이다. 수준 높은 기술로 여럿을 알고 있는 게 낫지 않느냐고? 물론 그러면 좋다. 당신의 시간과 에너지가 그렇게 수준 높게 여럿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있다는 전제하에. 수준 높은 이종격투기 선수급의 기술이라면 아주 좋겠지만, 그걸 일반적인 취미 수준에서 수준 있게 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특히 생활체육 수준에서라면, 상대적으로 적은 기술을 수준 높게 파는 게 충분히 효율적이라고 본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적당한 기술 여럿보다 정말 자신 있게 써먹을 수 있는 기술 하나가 낫다.

# 결국 기초로부터 모든 기술이 이어져야 옳다. 가장 기본적인 연습이 실제로 사람에게 쓸 때 들어가는 방법까지 모두 이어져야 한다. 연습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은 없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