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관계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황금가지

 사립탐정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그 세 번째 작품, <신성한 관계>입니다. 제목이 왜 하필 신성한 관계인가 하면 이번 편은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무게를 실었기 때문입니다. 후반에 가면 이 자체로 제목이 되는 이유가 또 나오기도 합니다만, 단지 그 한 부분 때문만은 아니겠죠.

 <전쟁 전 한 잔>의 소재는 인종 차별 & 갱 & 학대였고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는 살인 자체였으며 세 번째 작품인 <신성한 관계>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것들은 일견 다른 소재인 듯 하지만, '비인간화'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 성격을 같이 합니다. 하드보일드의 감성이라는 말을 저는 좋아합니다만, 이 하드보일드의 감성이란 게 '타락한 세계에서 어떻게든 순수하게 살아가려는 주인공의 모습'을 말한다면 켄지&제나로 역시 그걸 가지고 있는 거죠. 대실 해밋-레이먼드 챈들러-로스 맥도널드처럼 묵직하고 씁쓸한 감성이라기엔 좀 경쾌한데다 심지어 헐리우드 분위기까지 나긴 합니다만, 작품 내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타락한 인간군상들과 비교되어 깨끗하고 인간답게 살려고 하는 맛을 보여줍니다.

 작품 자체로는 편하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예정된 반전이 몇 차례 나옵니다만, 충격적이기보다는 '그래 이 정도는 해줘야 흥미진진하지!'라는 느낌이며 딱히 부담은 없습니다. 그렇다지만 미리 말해버리면 읽을 때 재미 없어지니, 어쨌든 그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앞의 두 편에서 부바 로고프스키가 너무 강력한 빽으로 나와주었기 때문에, 이번 편에서는 좀 제한을 걸어 둔 게 눈에 뜨입니다. 하지만 켄지&제나로가 악당들을 상대하다 힘에 부칠 때, 켄지와 제나로에게 호의를 갖고 있는 힘 있는 우리 편이 등장해서 그 문제를 해결해주는 상황이 나오는 것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 점에서 보자면 켄지&제나로 시리즈는 홀로 걸어간다기보다는 수많은 우리 편의 도움을 받는다는 인상이 강한 하드보일드라 할 수 있겠네요. 하긴 부제부터 '켄지&제나로'입니다마는.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재미있습니다. 이전 편들이 그러했듯,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