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 JUSTICE 1
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 채색, 더그 브레이스웨이트 데생, 정지욱 옮김/시공사
마블에 어벤져스가 있다면 DC에는 JLA (the Justice League of America)가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다음 히어로들을 적어도 한 번 이상 봤을 겁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또는, 플래시, 그린 랜턴, 아쿠아맨, 등등. 모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저도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외에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히어로들이었으니까요. 이름도 모르는데 그 능력이 뭔지도 알 리 없지요. 그들을 상대하는 빌란 (Villain: 히어로들의 상대 악당)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원래 히어로 만화는 설정 따져 가며 읽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저 보면서 즐기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일단 읽고, 히어로들의 활약에 감탄해 봅시다.
JLA는 간단히 말해서 DC코믹스 계열 히어로들의 연합팀입니다. <아이언 맨> 감상을 할 때 마블 코믹스의 연합팀 '어벤져스'에 대해 언급한 적 있습니다만, 간단히 말해 이런 연합팀은 각각의 히어로들의 세계관을 크로스오버시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관이며, 미국 만화를 즐기는 풍부함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저스티스>는 이 JLA의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고 그 안에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 독자들이 JLA와 그 히어로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한 후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뜻입니다. 이게 우리 나라에서는 이 만화를 제대로 다 즐기기 어려운 이유가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의외로 즐겨볼 만 합니다. 저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올스타 팀을 보는 격입니다만 원체 멋진 선수들이다보니 올스타 팀부터 즐겨도 나쁘지 않거든요. 다행인 것은 이 <저스티스>는 각 권의 마지막 부분마다 일정 분량을 할애해서 각각의 히어로나 빌란들에 대해 삽화와 함께 약간의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아, 이게 그런 녀석이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그것으로 이해하지 않고도 이미 이 히어로들을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상 그건 어렵겠죠. (그리고 저 역시 이들을 이해하는 데 그 설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스티스>는 리얼 무력 히어로물 <왓치맨> 과는 반대 극단에 서 있습니다. 말 그대로, 초월적인 히어로들의 활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만화입니다. 현실에 이런 히어로들이 있을 수 있나? 하는 논의는 이 만화에서는 불필요합니다. 그냥 있다고 생각하며 즐기면 됩니다. 실로 히어로물답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는 만화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히어로와 빌란의 차이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게 하는데, 스토리 작가인 짐 크루거 (Jim Krueger)의 말을 옮겨 보면, "그것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악당은 자신이 좋은 빌란이자 영웅이라고 믿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빌란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빌란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히어로와 빌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짐 크루거는 서문에서 "빌란은 스스로를 위해 영웅과 싸워 이기려고 하지만, 영웅은 빌란을 위해 빌란과 싸워 이기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은 적을 이기기 위한 싸움인 동시에 그 적을 구하기 위한 싸움인 것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물론, 이런 테마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히어로물을 보는 주된 이유는 고뇌하기 위해서는 아니니까요. 멋진 히어로들의 멋진 활약! 강력한 빌란들에 의해 고전하기도 하지만 결국 승리한다! <저스티스>는 이 기본에 매우 충실합니다.
그 점에서 그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연필 그림으로 원화를 그린 더그 브레이스웨이트 (Doug Braithwaite)····· 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넘어가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실례를 피하는 길입니다. 다만 만화 전체에서, 이 사람의 원화로 탄생한 컷 전체가 멋진 구도와 힘을 가졌다는 점만은 말해 두는 게 좋겠군요), 채색을 한 알렉스 로스 (Alex Ross)에 대해서는, 아, 이 사람의 채색은 최고입니다. 본디 저는 킹덤 컴 (Kingdom Come)과 미솔로지 (Mythology: The DC Comics Art of Alex Ross)로 이 사람의 만화를 접했는데, 미술의 회화법을 만화에 접목한 시도에다 더해 삽화를 그리기 위해 실제 인물을 사진 찍어서 그 모습과 음영을 옮겨 온다는 점이 굉장히 감명 깊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실제 인물과 조명을 보고 그리는 것이 더 깊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만큼 단숨에 팬이 되었고, 팬이 된 만큼 이 사람이 채색을 했다는 <저스티스>의 존재를 알자마자 냅다 전 3권을 한번에 사버렸습니다. ·····라는 이야기는 여러분께는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니 넘어가고, 그림은 역시 실제 모습을 좀 보지 않으면 이야기를 할 수 없겠죠. 그러니 좀 보시겠습니다.
스캐너가 없어서 디카로 찍었습니다
클릭해도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익히 아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모습이 나오는 부분을 찍어봤습니다. 이 쯤 되면 만화라기보다도 거의 삽화집입니다. 색감, 광원, 음영, 한 컷 한 컷 들어간 정성이 느껴집니다. 부분부분이 마치 영화의 스틸컷처럼 보이기도 하죠. DC의 히어로물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딱히 DC의 히어로물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채색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이 만화는 더할나위없는 축복이 될 겁니다. 저는 이 만화를 볼 때 한 컷 한 컷을 주의깊게 보지 않는 것이 실례처럼 느껴져서 이 만화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마치 문장에 혼신의 힘을 쏟은 소설을 읽을 때 문장을 설렁설렁 넘기는 게 무례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경우죠.
번역에 대해서는, 글쎄요, 직역투가 좀 나긴 합니다만 어쨌든 읽고 이해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류의 물건에서 직역투를 그리 싫어하지 않는 탓도 있긴 할 겁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 차이가 있을 듯하긴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소장하기에 딱 좋은 형태입니다. 최고의 그림에, 고급 종이와 양장본이죠. 이 책의 제본은 양장본답게 실 제본이라, 쫙쫙 펴도 종이가 떨어져 나갈 걱정이 없습니다. 일러스트 커버를 벗기면 졸업앨범에 쓰일 법한 인조가죽 하드커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기 1권은 검은색, 2권은 갈색, 3권은 붉은색입니다. 글씨체는 모두 은박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다음 같은 모습이죠.
개인적으로는, 속에도 또 그림이 있는 것보다 이런 스타일이 더 마음에 듭니다
여하간 그림이 꽤나 멋진데다 (전 <배트맨 비긴즈>만 보고 스케어크로우가 참 찌질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만화 보니 어째 제법 간지나 보이는 것이······ 흠, 달리 보이더군요. <수퍼맨 리턴즈>에서 땅욕심만 내다가 제대로 말아먹은 렉스 루터도 여기서는 썩 지적으로 나왔고요) 그런 그림이 담긴 책을 위한 구색도 제대로 갖추어서, 한 권 만이천원이라고 해도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늘의 감상문은 왠지 책 감상이라기보다는 광고 같이 되었습니다만서도, 워낙 제대로 취향이라····· 핫핫.
덧. 이 만화에서 조커의 비중은 참으로 적습니다. 표지 일러스트에는 뭔가 할 것처럼 나오더니, 실제로는······ 흠, 뭐, 나와 준 게 어디냐 싶기도 합니다.
짐 크루거 지음, 알렉스 로스 채색, 더그 브레이스웨이트 데생, 정지욱 옮김/시공사
마블에 어벤져스가 있다면 DC에는 JLA (the Justice League of America)가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다음 히어로들을 적어도 한 번 이상 봤을 겁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또는, 플래시, 그린 랜턴, 아쿠아맨, 등등. 모른다고 해도 괜찮습니다. 사실 저도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플래시 외에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히어로들이었으니까요. 이름도 모르는데 그 능력이 뭔지도 알 리 없지요. 그들을 상대하는 빌란 (Villain: 히어로들의 상대 악당)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원래 히어로 만화는 설정 따져 가며 읽는 물건이 아닙니다. 그저 보면서 즐기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죠. 일단 읽고, 히어로들의 활약에 감탄해 봅시다.
JLA는 간단히 말해서 DC코믹스 계열 히어로들의 연합팀입니다. <아이언 맨> 감상을 할 때 마블 코믹스의 연합팀 '어벤져스'에 대해 언급한 적 있습니다만, 간단히 말해 이런 연합팀은 각각의 히어로들의 세계관을 크로스오버시켜 만들어진 또다른 세계관이며, 미국 만화를 즐기는 풍부함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저스티스>는 이 JLA의 구성 자체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듯이 넘어가고 그 안에서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 독자들이 JLA와 그 히어로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가정한 후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 뜻입니다. 이게 우리 나라에서는 이 만화를 제대로 다 즐기기 어려운 이유가 되겠습니다만, 그래도 의외로 즐겨볼 만 합니다. 저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도 모른 채 갑자기 올스타 팀을 보는 격입니다만 원체 멋진 선수들이다보니 올스타 팀부터 즐겨도 나쁘지 않거든요. 다행인 것은 이 <저스티스>는 각 권의 마지막 부분마다 일정 분량을 할애해서 각각의 히어로나 빌란들에 대해 삽화와 함께 약간의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아, 이게 그런 녀석이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물론 그것으로 이해하지 않고도 이미 이 히어로들을 알고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상 그건 어렵겠죠. (그리고 저 역시 이들을 이해하는 데 그 설명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저스티스>는 리얼 무력 히어로물 <왓치맨> 과는 반대 극단에 서 있습니다. 말 그대로, 초월적인 히어로들의 활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만화입니다. 현실에 이런 히어로들이 있을 수 있나? 하는 논의는 이 만화에서는 불필요합니다. 그냥 있다고 생각하며 즐기면 됩니다. 실로 히어로물답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는 만화라는 뜻은 아닙니다. 적어도 히어로와 빌란의 차이에 대해 조금은 생각하게 하는데, 스토리 작가인 짐 크루거 (Jim Krueger)의 말을 옮겨 보면, "그것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악당은 자신이 좋은 빌란이자 영웅이라고 믿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빌란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빌란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히어로와 빌란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짐 크루거는 서문에서 "빌란은 스스로를 위해 영웅과 싸워 이기려고 하지만, 영웅은 빌란을 위해 빌란과 싸워 이기려고 할 것입니다. 그것은 적을 이기기 위한 싸움인 동시에 그 적을 구하기 위한 싸움인 것입니다." 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물론, 이런 테마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히어로물을 보는 주된 이유는 고뇌하기 위해서는 아니니까요. 멋진 히어로들의 멋진 활약! 강력한 빌란들에 의해 고전하기도 하지만 결국 승리한다! <저스티스>는 이 기본에 매우 충실합니다.
그 점에서 그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군요. 연필 그림으로 원화를 그린 더그 브레이스웨이트 (Doug Braithwaite)····· 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넘어가고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게 실례를 피하는 길입니다. 다만 만화 전체에서, 이 사람의 원화로 탄생한 컷 전체가 멋진 구도와 힘을 가졌다는 점만은 말해 두는 게 좋겠군요), 채색을 한 알렉스 로스 (Alex Ross)에 대해서는, 아, 이 사람의 채색은 최고입니다. 본디 저는 킹덤 컴 (Kingdom Come)과 미솔로지 (Mythology: The DC Comics Art of Alex Ross)로 이 사람의 만화를 접했는데, 미술의 회화법을 만화에 접목한 시도에다 더해 삽화를 그리기 위해 실제 인물을 사진 찍어서 그 모습과 음영을 옮겨 온다는 점이 굉장히 감명 깊었습니다. (그림을 그릴 때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고 따라 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아무래도 실제 인물과 조명을 보고 그리는 것이 더 깊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만큼 단숨에 팬이 되었고, 팬이 된 만큼 이 사람이 채색을 했다는 <저스티스>의 존재를 알자마자 냅다 전 3권을 한번에 사버렸습니다. ·····라는 이야기는 여러분께는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니 넘어가고, 그림은 역시 실제 모습을 좀 보지 않으면 이야기를 할 수 없겠죠. 그러니 좀 보시겠습니다.
여러분도 익히 아실 슈퍼맨과 배트맨의 모습이 나오는 부분을 찍어봤습니다. 이 쯤 되면 만화라기보다도 거의 삽화집입니다. 색감, 광원, 음영, 한 컷 한 컷 들어간 정성이 느껴집니다. 부분부분이 마치 영화의 스틸컷처럼 보이기도 하죠. DC의 히어로물에 관심이 있다면, 혹은 딱히 DC의 히어로물에 큰 관심이 없더라도 채색 그림에 관심이 있다면 이 만화는 더할나위없는 축복이 될 겁니다. 저는 이 만화를 볼 때 한 컷 한 컷을 주의깊게 보지 않는 것이 실례처럼 느껴져서 이 만화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마치 문장에 혼신의 힘을 쏟은 소설을 읽을 때 문장을 설렁설렁 넘기는 게 무례한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같은 경우죠.
번역에 대해서는, 글쎄요, 직역투가 좀 나긴 합니다만 어쨌든 읽고 이해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류의 물건에서 직역투를 그리 싫어하지 않는 탓도 있긴 할 겁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 차이가 있을 듯하긴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소장하기에 딱 좋은 형태입니다. 최고의 그림에, 고급 종이와 양장본이죠. 이 책의 제본은 양장본답게 실 제본이라, 쫙쫙 펴도 종이가 떨어져 나갈 걱정이 없습니다. 일러스트 커버를 벗기면 졸업앨범에 쓰일 법한 인조가죽 하드커버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각기 1권은 검은색, 2권은 갈색, 3권은 붉은색입니다. 글씨체는 모두 은박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다음 같은 모습이죠.
여하간 그림이 꽤나 멋진데다 (전 <배트맨 비긴즈>만 보고 스케어크로우가 참 찌질해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이 만화 보니 어째 제법 간지나 보이는 것이······ 흠, 달리 보이더군요. <수퍼맨 리턴즈>에서 땅욕심만 내다가 제대로 말아먹은 렉스 루터도 여기서는 썩 지적으로 나왔고요) 그런 그림이 담긴 책을 위한 구색도 제대로 갖추어서, 한 권 만이천원이라고 해도 결코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봅니다. 오늘의 감상문은 왠지 책 감상이라기보다는 광고 같이 되었습니다만서도, 워낙 제대로 취향이라····· 핫핫.
덧. 이 만화에서 조커의 비중은 참으로 적습니다. 표지 일러스트에는 뭔가 할 것처럼 나오더니, 실제로는······ 흠, 뭐, 나와 준 게 어디냐 싶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