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61돌 한글날입니다. 작년 이 날에도 저는 세벌식에 대해 포스트를 올렸습니다만 일 년이 지나도 딱히 주위에 세벌식으로 전환했다는 분은 여전히 안 보이고, 세벌식 예찬론자로서 한글날을 맞아 세벌식에 대해 또 한 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딱딱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큰 부담 없이 읽어 주십시오.

우선은 '한글' 자체에 대해 잠깐 말해 보겠습니다. 561년 전에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이 훌륭한 문자 체계는 세계의 그 어떤 문자보다도 우수합니다. 한글의 우수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격찬하는 점은, 한글이라는 문자 체계는 하나의 형태 자체로 완전한 하나의 발음을 표기한다는 점입니다. 똑같은 발음을 각기 다른 세 개의 문자 체계로 써 보면 이러합니다. 'ビルディング' 'building' '빌딩'. 첫번째는 가타가나이고 두번째는 알파벳이며 세번째가 한글입니다. 가타가나의 경우는 한자의 형태를 기본으로 일본어에 필요한 음운을 위해 변형시킨 문자로서, 이 문자에는 자음과 모음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본디 일본어를 위해서는 히라가나를 사용하고 가타가나는 외래어 표기를 위해 사용합니다. 이 예에서는 같은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부득이 가타가나만 보여 드렸습니다) 알파벳은 자음과 모음의 요소가 나뉘고 그를 조합합니다만, 풀어 쓰는 문자가 지닌 태생적 한계로 인해 어디까지가 하나의 발음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한글은, 하나의 네모칸을 기본으로 하여 그 안에 문자를 조합함으로 하나의 단위가 분명한 하나의 발음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엄밀히 말하면, 한글은 자음 (子音)과 모음 (母音)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초성 (初聲)과 중성 (中聲)과 종성 (終聲)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하는 것은 알파벳 같은 문자체계에 최적화된 설명입니다.

이제 컴퓨터에서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인 두벌식과 세벌식이 어떤 기준에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이해되시리라 믿습니다. 두벌식은 한글을 자음과 모음으로 인식해서 키를 배치한 방법이고, 세벌식은 한글을 초성과 중성과 종성으로 인식해 키를 배치한 방법입니다. 여담입니다만 2벌식, 3벌식으로 쓰여진 것을 간혹 이벌식 삼벌식으로 읽으시는 분이 있는데, 두벌식과 세벌식이 올바른 명칭입니다. 벌식 (벌式)의 벌이란 것이, 몇 벌하고 세는 단위이기 때문에, 한 벌 두 벌이라고 읽는 것이 바른 방법이죠.

해서 세벌식은 한글의 창제 원리와 그 구조 자체를 올바르게 따르고 있는 입력 체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만, 혹자는 이런 질문을 하실 수 있겠습니다. "원래 체계가 어쨌든지간에 그냥 편하게 쓸 수 있으면 괜찮지 않으냐."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사실 특정한 상황에서는 한글의 원래 체계대로 입력하기가 도저히 불가능할 때도 있죠- 이를테면 핸드폰이 그러합니다. 워낙에 버튼 수가 없기 때문에 두벌식이 아니고서는 한글을 입력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컴퓨터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초성 중성 종성을 다 표현하기 위해 영문의 숫자키 영역까지 한글 자소를 배당하긴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문자를 넣을 수 있었으므로 우리에게는 한글의 원래 체계대로 한글을 입력할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에 대해 간단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대체로 많은 경우에서 구조가 일단 생기면 그 구조가 인식과 개념을 창출합니다. 말인즉슨, 두벌식을 쓰는 사람과 세벌식을 쓰는 사람 간에는 한글에 대한 인식 차이가 생기기 쉽다는 뜻입니다. 두벌식의 경우는 한글을 모아 쓴다는 개념보다 풀어 쓰기의 개념이 보다 강해집니다. 이를테면 '빌딩'을 입력할 때, 자음과 모음으로 구분된 원칙에 따라 'ㅂㅣㄹㄷㅣㅇ'을 입력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조합해 문자를 만들어 주는 형식입니다. 이러한 체계를 사용할 때는 '초성 중성 종성이 한 문자로서 완성된다'는, 한글이 알파벳보다 한 차원 높은 문자라는 개념을 갖기 매우 어렵습니다.

두벌식의 경우는 초성과 종성이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오타도 자주 나죠. '없다'를 '벗ㅇ다'로 쓴다거나 하는 오타 말입니다. 초성 중성 종성의 원칙이 확실한 세벌식에서는 초성용 ㅇ와 종성용 ㅄ이 완연히 따로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ㅄ자체도, ㅂ과 ㅅ을 따로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종성용 ㅄ의 키가 따로 배당되어 있습니다) 저런 오타는 작정하고 일부러 '벗ㅇ다'라고 쓰지 않는 한 일어나지 않습니다. 세벌식은 확연하게 하나의 음절이 하나의 글자로 조합됩니다. 따라서 종성을 먼저 쓰고 초성을 나중에 써도 글자가 알아서 조합됩니다. '없다'에서 종성을 실수로 먼저 쳐서 두벌식에서 'ㅂ 벗 벗ㅇ 벗ㅇ다'의 형태로 오타가 났다고 가정해 봅시다. 세벌식의 경우라면 이렇게 됩니다. 웹에서는 폰트가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관계로 (이것도 인식 문제라고 할 만합니다) 캡춰 화면을 보여드립니다.


이것이 바로 한글의 '모아 쓰기', 세벌식의 '모아 치기'입니다


초성의 ㅇ과 종성의 ㅄ은 처음부터 구분되며, 초 · 중 · 종성의 원칙 하에 어떻게 '한글'이 완성되어 가는지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보통은 초성 · 중 · 종성의 순서대로 써 나가는 것이 원칙이며, 그 원칙이 제대로 지켜진다는 가정 하에 두벌식도 성립합니다. 그러나 두벌식의 경우 초성과 종성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려는 문자가 아닌 문자가 중간에 나오는 속칭 '도깨비불' 현상이 등장하며, 이로 인해 망가지는 글자는 오타 확률을 높이는 한 이유가 됩니다. 두벌식에서는 'ㅇ 아 악 아기' 로 쳐질 것이 세벌식에서는 'ㅇ 아 아ㄱ 아기'라고 쳐진다는 이야기도 이미 예전 포스트 <한글날: 한글 원리에 맞는 세벌식>에서 간단하게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세벌식이 이러한 멋진 자판이라는 것을 알아도 실제적으로 사용자들이 쓰기를 꺼려 하게 만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합니다. 일단 그 문제점부터 간단하게 짚어 보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해야 하는 자판 수가 많아서 두벌식보다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이건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선택지가 두벌식밖에 주어지지 않았고 이미 두벌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자판이 많다고는 말해도 어디까지나 '두벌식에 비해 많다'는 겁니다. 사실 막상 세벌식을 써 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대개의 불편함은 이미 두벌식을 능숙하게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새로 자판을 익히고 쓰려니 당장 타이핑하는 속도가 더뎌져서 갑갑하기 때문에 옵니다. 영문으로 치면 DVORAK 자판이 훨씬 효율적인데도 이미 QWERTY 자판에 익숙한 사람들이 난 이게 편하다며 안 익히려는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QWERTY자판은 우리가 보통 쓰는 영어 자판이며, 키 배치 상단 첫 줄의 알파벳 순서를 그대로 따 와 명칭이 되었습니다. 이 자판은 예전 타자기 때에 타자수가 너무 빨리 치면 키가 엉켰던 탓에 자주 쓰는 키들을 최대한 멀리 떨어지게 함으로서 타자 수를 오히려 늦추게 함으로 키를 엉키지 않게 만들기 위한 어처구니없는 이유에서 만들어진 자판입니다. 두벌식은 그 정도로 어처구니없는 이유에서는 아니고 키 배치도 나름대로 나쁘지 않기는 합니다만 정밀하게 과학적인 자판은 못 됩니다)

위의 문제에 이은 또 하나의 문제로, 숫자키 부분인 최상단 글쇠까지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사용 빈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키들을 최상단에 배치하긴 했습니다만 원래 국어를 쓰다 보면 모든 키를 다 조합하기 마련입니다. 손이 작은 사람인 경우 최상단 글쇠를 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문제는 올바르지 않은 타이핑 자세를 교정함으로 해결될 수 있긴 하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입니다) 세벌식의 경우 중성의 ㅛㅠㅑ 가 456의 위치에 배정되어 있는데 모두 왼손 검지로 치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세벌식을 일 년쯤 쓴 결과 익숙해져서 이제 별 문제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간혹 오타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하나, 마지막 문제는 특수 기호의 배치가 영문의 그것과 다르며 어떤 특수기호들은 삭제되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한글 세벌식 자판은 어디까지나 한글을 치는 데에 최적화된 자판이기 때문에, 키를 배당하기 위해 위치가 모두 변경되었고 국문에서 크게 쓰이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특수 기호는 삭제되었습니다. 위치 변경에 대해서는, '인터넷용 글'이 아니라 '국문'을 쓰는 데에는 하등 문제가 없으며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더 편리하고 (이 점에 대해서는 후술하겠습니다), 정히 필요한 경우에는 영문으로 전환해서 특수 기호를 넣으면 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대체적인 문제는 우리가 이미 두벌식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생긴다는 점을 알 수 있겠습니다. 익숙해진 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세벌식이 한글 원리를 따른 좋은 자판이라고는 하지만 이제 와서 바꾸기는 불편하지 않겠느냐,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세벌식을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겠죠. 물론, 여태까지 이 글을 읽어 오실 분이라면 이미 대답을 짐작하시겠지만, 제 대답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입니다. 한글을 사랑한다면 한글 구성 원리에 따른 자판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 라는 호소 말고도 세벌식에는 한글 구성 원리를 따름으로 나온 몇 가지 훌륭한 장점이 존재합니다. 이제부터 그것들을 설명하겠습니다.

이미 위에서도 설명했습니다만, 세벌식은 철저하게 초 · 중 · 종성 구조를 따라 입력하기 때문에 모아치기가 가능합니다. '없다'를 쓰는 과정에서 보여드렸죠. 다만 이건 윈도우즈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세벌식 입력기에서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 기능을 사용하고 싶다면 다른 세벌식 입력기(*1)를 구해 깔 필요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날개셋 입력기 (<김 용묵의 절대공간>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링크를 클릭하면 그 홈의 세벌식 프로그램 항으로 바로 이동합니다)를 사용하고 꽤 만족스럽게 쓰고 있습니다만 또 다른 세벌식 입력기도 이것저것 있으므로 꼭 이것만을 이용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혹여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분은 다른 입력기를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

또한 한글 구성 원리를 따른 덕분에 타이핑에 리듬감이 존재합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일단 두벌식과 세벌식의 자판 구조를 비교해 보는 쪽이 좋겠군요.


현재 국가 표준인 두벌식 자판


세벌식 391, '최종' 자판
이미지 출처는 <세벌식 사랑 모임>입니다


먼저 간단한 설명을 덧붙이면 세벌식 391의 391이란 것은 판형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세벌식은 지속적인 개량을 거쳐 왔고, 현재 세벌식이라고 하면 보통 이 최종을 가리킵니다. (10년 전 제가 처음 세벌식을 접했을 때만 해도 390까지만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에 리뷰했던 <한메 타자 교사>도 세벌식이 390이었죠)

자판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여러분이 보통 쓰시는 자판인 두벌식은 자음 (연두색)과 모음 (주황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자판으로 '빌딩을 세웠다'를 치면, 왼손을 L이라 하고 오른손을 R이라 할 때 'LRL-LRL-LRL-LR-LRL-LR'을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세벌식으로 치면 이러합니다. 'RLL-RLL-RLL-RL-RLL-RL'. (치다 보면 예외가 한두 개 존재하지만) 반드시 왼손에서 종료되도록 구성되어 있고, 초성 (연두색) - 중성 (주황색) - 종성 (붉은색) 영역을 보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자판을 한 번 훑으면 글자가 완성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다시 말하면, (당연하지만) 자판의 배치 자체에서 한글의 구성 원리를 실현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자판에서는 한글을 치면서 자연스레 리듬감이 붙게 되고, 리듬이 살아나면 손의 피로도 줄고 오타율도 줄며 속도도 빨라집니다. 바로 이러한 점들이 세벌식을 두벌식보다 나은 자판이라고 단언할 수 있게 하는 요소입니다. 두벌식의 장점은 두 가지죠. 초기 접근성이 좋다는 점과 자판 수가 적어도 한글을 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명약관화입니다.

더불어 세벌식이 글쇠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시프트를 많이 누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같은 문장을 칠 때 두벌식이 시프트를 훨씬 많이 칩니다. 예전 포스트에서 사용했던 예문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바보가 여기에 있습니다 어이쿠 그랬어요 오예 아싸 좋구나 :)

위의 예문에서 세벌식을 사용하면 위의 말을 치면서 단 한 번도 시프트 키를 누르지 않습니다. 초성에서 쌍자음이 나올 때도 Shift를 안 치고 키를 두 번 연타합니다. 두벌식에서 그렇게 하면 ㅅㅅ 가 되겠지만 세벌식에선 그냥 ㅆ가 됩니다. '아싸'에서 시프트를 안 치면 두벌식에선 앗사 라고 쳐지지만 세벌식은 아싸가 되죠. 결국 키를 보다 간단하게 쳐도 된다는 점에서 세벌식은 두벌식보다 오타유발 횟수가 기본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글쇠 수가 적다고 꼭 간단하게 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죠. 핸드폰의 한글 입력방식을 보시면 이해하실 텐데, 그건 외워야 하는 키 수는 적지만 입력은 키보드보다 불편합니다)

또 하나, 세벌식에서는 숫자키의 위치가 독특함을 보실 수 있으실 텐데 이게 숫자키패드와 배열이 달라서 그렇지 이 개념에 익숙해지면 굉장히 편리합니다. 더구나 시프트를 누른 상태에서 영문 위치로 'N'이 - 이 나오고, 시프트를 누르거나 안 누르거나 ,. 이 똑같이 ,. 로 나오기 때문에 손가락을 별로 이동시킬 필요 없이 010-2131-2130 라든가 1.2 등을 간단하게 입력할 수 있습니다. 상단에 숫자키가 있는 것보다 훨씬 접근성이 좋으며 한글을 치다가 곧바로 숫자를 칠 수 있고 또 손을 움직일 것도 없이 다시 한글로 돌아갈 수 있어서 편합니다. 이런 건 일단 써 보셔야 이해되실 부분이겠지만, 이것 하나 때문에라도 세벌식을 버리기 힘들 정도라면 조금은 전달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세벌식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이걸 읽고 '두벌식 말고 세벌식이라는 자판이 있구나'라는 수준을 넘어서서 '저도 세벌식을 쓰게 되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겠습니다.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에서든 효율성 그 자체를 추구하는 마음에서든 세벌식은 매력적인 자판입니다. 저는 두벌식도 현재 같이 병용할 수 있습니다만 세벌식에 일단 익숙해진 다음에 두벌식을 다시 써 보면 두벌식이 얼마나 국문에 비효율적인 자판인가가 뼈저리게 느껴집니다. 글쎄, 저는 없는 말은 안 한다니까요.


*1) 입력기: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서 키보드로 친 신호가 내부에 전달되어 우리가 보는 문자로 나타나기까지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① 키보드의 키를 누르면 키보드에서 특정 스위치가 눌렸다는 신호를 컴퓨터에 보낸다. ② 컴퓨터의 운영 체제가 신호를 전달받고 그 키가 무엇인지 확정하여 키에 맞는 반응을 취한다. ③ 문자인 경우 언어 입력기에서 그 언어의 자판에 맞는 방법으로 키를 제공받고 조합하여 문자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키보드가 어떤 것이냐는 ①의 단계이므로 자판을 무엇을 쓰느냐와는 전혀 무관합니다. 키보드 자판에 인쇄된 것은 편의를 위해 제공된 것으로, 설령 이 키보드 위에 알파벳만 쓰여 있거나 히라가나가 적혀 있거나 혹은 아랍 문자가 적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한글을 적을 수 있습니다. ②의 단계와 ③의 단계는 솔직히 정확히 모르긴 합니다만 대체로 이런 개념입니다: 일단 윈도우즈의 경우는 문자를 입력하는 데에 입력기 차원에서 처리하도록 세분화해 하청을 줍니다. 그 입력기에서 문자를 조합하는 일을 담당하는데, 윈도우즈 기본 입력기로는 세벌식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합니다. 한글을 초 · 중 · 종성으로 보지 않고 자 · 모음으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치는 키 위치의 차이 정도로만 구현될 뿐더러 모아치기도 없죠. 따라서 모아치기를 쓰기 위해서는 이 하청 업체를 바꾸어서, 세벌식 원리를 제대로 구현하는 입력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