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가지고 왔으면 좋았을 걸."

J가 말했다. N은 그를 흥미로운 눈으로 돌아보았다. 두 명은 서점에 있었고, 여러 책을 둘러보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N이 경쾌한 어조로 물었다.

"사고 싶은 책이라도 생긴 거냐?"
"어··· 벌써 열 권은 생겼어."

N은 그 기분을 알았다. 언제건간에 서점에 가면 사고 싶은 책들이 한둘이 아닌 법이다. 그러나 J와 달리 N은 약간의 돈을 갖고 있었고, 그래서 확신어린 태도로 말했다.

"하지만 돈을 갖고 오면 사고 싶은 책을 고르는 데 신중해질 걸."
"그럴 거 같아."

실제로 J와 N은 서점에서 이미 한 시간 이상을 보낸 후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여하간 N은 책을 좋아했고, 책을 펼치면 나오는 새로운 세계를 좋아했다. N은 또 하나의 책을 집어들고 훑어 보다가 진열대에 되돌려 놓으며 말했다.

"뭐랄까 그런 게 있어. 빌려 볼 때는 관계 없지만, 살 작정이라면 이렇게 문단 하나하나가 짧고 여백이 많은 글은 돈이 아까워지는 거지. 빡빡한 글들이 읽기는 머리 아프고 오래 걸리지만 읽고 나면 충실감이 있어서 좋아한다구. 그래서 영미권 문학을 좋아하지. 일본 쪽 소설도 즐겨 읽는 편이지만."

J는 N이 그런 것 같다며 긍정했고, 다시 책을 훑어 보며 문득 N이 말했다.

"너무 추리나 하드보일드 테크만 타고 있어서 다른 테크를 타 볼까 하는 도전욕도 생기지만 뭔가 또 삘이 꽂히는 게 없단 말이야. 잘못 샀다가는 피보는 일도 생긴다구. 작가를 보고 사면 대체로는 안전하지만."
"작가 이름 보고 사는 거 그거 위험한데."
"보통은 안전했다구······. <핑퐁>은 예외였지만 말이지. 그건 함량미달이었어 제기랄."

그리고 이 날 N이 결국 고른 것은 예전에 동 작가의 <화차>를 보고 괜찮다고 여기고, 이 책 자체도 대체로 평이 좋은 걸 알고 있었던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였다. N은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아직도 열 권은 될 거라며 푸념을 늘어놓았지만 돈이 어느 정도 있을 때 서점에 가면 무언가 한 권 지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관념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모양이었다.
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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