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

영춘권/수련단상 2023. 6. 20. 17:13

- 힘빼기는 헐렁함이 아님. 덜렁거리는 것도 아님. 조여져 있어야 하고 쫀쫀한 맛이 있어야 함. 당연히 굳어지는 것과는 다름.

- 힘을 뺀다고 표현하기 때문에 뭔가 느슨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은 지극히 예민해야 함. 초보운전자가 굳어서 힘은 힘대로 들지만 제대로 반응도 못하는 것처럼 하지 말고, 카레이서처럼 쓸데없는 힘은 없지만 즉각 반응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검에는 날이 살아 있어야 하는 법이다.

- 왜 반복을 하는가? 바로 그 힘빼기 상태를 돌발상황에서도 쓰도록 몸에 박아넣는 것.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은 다르다.

- 그냥 느슨한 대련놀이에서야 나도 영춘권 외의 다른 무술 흉내가 가능하고, 심지어 상대가 반응이 딸린다면 그걸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다급한 (다른 말로, 쫄리는) 상황에서는, 정말로 내가 쓸 수 있다고 믿는 것만이 나오는 법이다. 자다가 깨도, 40도에 이르는 고열이 나도, 나는 영춘권이 나온다.

- 물론 그냥 튀어나오는 것과 그게 위력적인 형태로 튀어나오는 건 또다른 문제. 그 때문에 도장에서 계속 교정하고 또 무한반복하며, 그 고치고 몸에 박아넣은 동작을 사람과 대련하며 다듬어가는 것이다.

- 싸울 때 영춘권 동작이 그대로 나오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그건 싸움이란 여러 돌발상황이 있기 때문에 동작이 깨끗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이지, 동작이 아예 달라지는데 그 안에 영춘권이 있다는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연습해서 막상 동작은 다른 식으로 쓸 거면 뭐하려고 그걸 연습하겠나? 자기가 정말 쓸 동작을 연습하는 게 백번 낫지.


Posted by Neissy

문피아 표지를 위한 그림입니다. 전문적인 그림쟁이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표지를 그리진 않으려고 했었는데, 그래도 이게 기본 표지보다는 좀 더 성의있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쨌거나 그런 이유로 그렸기 때문에 이쪽에도 올립니다. 오랜만의 그림이네요.

 

Posted by Neissy

제목은 <용사는 사라져야 한다>.
16년 전 완결했던 작품인 <영혼의 시>를 이제 와서 리메이크합니다.
가벼운 소설은 아니지만, 읽기는 수월할 겁니다.

5월 1일을 기점으로, 매주 월요일 연재됩니다.
본격 영춘권 블로그가 된 요즘입니다만, 글쟁이로서의 제게 관심이 있어서 찾아오시는 분에게는 괜찮은 소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문피아에서 뵙겠습니다.

https://library.munpia.com/neissy/novel/detail?novelId=359791

Posted by Neissy

블로그에 글을 잘 안 쓰고 있었습니다. 쓸 게 없다기보단, 쓰는 데에 의미가 있나 하는 마음이 들고 있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말하자면 제가 배우고 깨닫는 내용은, 이제는 블로그 같은 곳에 적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되었다는 것이죠. 아는 사람은 별로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고,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 그걸 좀 강하게 체감해버리는 일이 있어서.. 이런 게 큰 의미가 있나? 싶어졌다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글을 거의 안 적게 된 요즘입니다만, 그럼에도 영춘권 관련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꾸준히 계시다 보니 뭔가 적을 수 있으면 적어보자는 마음도 들긴 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그냥 단상입니다.


- 피상적으로 무술을 하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거라는 마음으로 연습하면 안 됩니다. 왜 안 되는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하나라도 고쳐보려고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향상은커녕 점점 더 망가져갈 뿐입니다. 연습은 동작을 몸에 익게 하기 위한 것이니, 대충 하는 연습은 잘못된 동작을 몸에 익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인수련을 제가 중히 여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도장에서 내가 무엇이 모자란지 잘못됐는지 알았다면 그걸 집중해서 고치고, 올바른 동작이 기계적으로 나올 수 있게 쌓아가야 합니다. 그게 쿵후고, 제가 영춘권만 하기에도 벅차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영춘권에서 고칠 것만도 산더미 같거든요.

- 연습을 왜 하는지 명확해야 하는데, 연습은 더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눈앞의 상대를 한 대라도 더 때리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강하다고 실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죠. 그러므로 대련을 할 때는, 설령 내가 상대를 압도하더라도 내가 한 것들을 돌이키고 반성하고 고칠 것을 계속 찾아야 하고, 혹 상대에게 압도당하더라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고쳐가야 하는지 찾아가야 합니다. 거기에는 어떤 자만심도 승부의 쾌감도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몸 쓰는 법이 확실히 바뀌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감을 잡아가고 있달까요. 물론 머리로 알고 아직 몸이 안 되는 이런 상황은 영춘권을 하면서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인데, 그렇게 계속 발전해 가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즉 진짜로 힘을 뺀다는 게 무언지 조금 느낌이 오고 있습니다. 힘은 빼려고 해서 빠지는 게 아니라, 빠지게 되어서 빠지는 것이죠. 그러나 빼려고 하지 않으면 빠지게 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힘을 빼는 것은 물렁한 것도, 느린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오히려 지극히 예민한 것이죠.

대강 그런 느낌의 몸..이 되려고 하고 있는데, '힘을 빼는 쪽이 더 강하다'는 말 자체는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그때 생각하던 것과 지금 생각하는 것은 사실 많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네요. 아마 나중에 더 수준이 오르면 또 좀 달라지겠지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