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누가 제게 강해지는 법을 묻는다면, 전 연습해야 한다고, 끝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답할 겁니다. 대강 연습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신경 써서 연습해야 한다고요. 개인적으로 연습하고, 도장에서 교정을 받고, 그 교정 받은 게 다시 지적받을 일이 없도록 (현실적으로 이러는 건 쉽지 않지만) 계속 신경 쓰고, 혼자서도 연습하지만 다른 사람과도 연습하는데, 이겨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배우기 위해 대련해야 하며, 가능한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해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올바른 대처를 계속해서 몸에 새겨넣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가끔 봅니다.. 턱없이 부족한 연습량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는 사람을요. 어떤 사람과 대련하는데, 저 사람은 저게 되는데 난 안 돼서 힘들다고요. 그리고 그걸 선천적으로 갖고 나온 무언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또한 봅니다. 하지만 글쎄요, 세계 정상을 다투는 최상위의 세계가 아니라, 반쯤 취미처럼 즐기고 있는 생활무술인의 세계에서 상대가 가진 조금 더의 무언가가 그렇게나 넘을 수 없는 벽일까요?

정말 엄청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저도 영춘권을 한 지 만 12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여러 사람을 봐왔죠. 어떤 사람은 이걸 잘하고, 어떤 사람은 저걸 잘하고, 안타깝게도 어떤 사람은 이것저것 다 좀 힘들긴 하고.. 그런 게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생활무술인이 위치하는 세계는 당장 시합 나가서 이겨야만 영광을 차지하는 세계가 아니라, 계속해서 즐겨 나가는 세계입니다. 평생을 바라보고 길게 나아가는 세계죠. 대련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약점을 약점으로 두지 않기 위해 계속 수련해 가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세계입니다. 계속 남아 있는 자와 떨어져 나간 자가 있을 뿐이죠.

떨어져 나간 사람은 그 시점에서 끝입니다. 더 연습하지 않는 사람에게 향상은 없습니다. 가졌던 걸 잃어가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연습해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작건 크건 향상해 갈 겁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쌓이면, 떨어져 나간 사람과는 어느 순간 현격한 격차가 나겠지요.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자면.. 남아 있기만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어차피 어느 시점에서 상향평준화가 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느 지점에 이르면 다 비슷해진다고 할 수야 있겠지만, 실제로 그 장벽은 처음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지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그 지점을 만나지 못했죠. 전 아직 올라가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한참 더 올라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를 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적당히 연습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당한 지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향상을 원한다면 그만한 무언가를 쏟아부어야만 합니다.

그러면 너는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단 말이냐? 하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에서 처음에 했던 말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반쯤 취미처럼 즐기고 있는 생활무술인의 세계'라고요. 저는 지금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운동하고 있는데, (스스로 말하기 좀 그렇긴 한데) 이건 생활무술에서는 좀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에 속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혹은 삼십 분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봅니다. 그 점에서 열심이란 걸 말하게 되는데, 하루에 삼십 분도 운동하지 않으면서 무술을 잘하게 되길 기대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련하면서 뭔가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하는 건 좀 무리한 마음이 아닐까요?

분명히 세상에 재능이나 피지컬 차이란 게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취미 영역에서 적당(내지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영역에서 말하자면 그런 차이는 그렇게까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언하자면, 절대적인 건 연습량입니다. 연습이 전부죠. 수없이 반복해서 올바른 동작을 쌓아 올리는 것 (이랄까 쓸데없는 걸 깎아내는 거랄까), 그걸 중국무술에서는 쿵후라고 부릅니다.

기술만 있어서는 소용이 없고, 힘도 있어야 한다거나 담력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은 아닌데, 전 올바르게 기술을 익히려면 그게 다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련을 하면서 수련을 하고 있으려면 당연히 같이 붙는다고 본달까.. 힘도 담력도 없는 기술을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마, 여기서 제가 말하는 '힘'은 무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는 '힘'과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만 블로그질을 하는 데에는 좀 시들해져서 글을 안 적고 있었는데, 약간 재능과 노력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할 일이 생겨서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재능과 노력의 관계라고 하니 전 생활무술에서는 솔직히 단 하나의 재능만 있다고 생각해요. 노력하는 재능 말이죠.

Posted by Neissy

모처의 떡밥이고, 사실은 이것도 좀 지나서 쉰 떡밥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좀 생각해볼 만한 구석이 있어 적어봅니다.

영춘권이 공격적인 무술이냐 방어적인 무술이냐.. 하는 걸 굳이 말하자면, 일단 그건 가르치는 곳마다, 또한 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은 이 부분을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같은 영춘권이라고 말해도 계파마다 형태나 용법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추구하는 게 달라서 생기는 일인데, 여기는 이렇게 하는데 왜 저기는 저렇게 하느냐고 물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 다르구나, 하고 지나가야 할 일이죠.

물론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더 마음에 든다거나, 더 좋다고 생각되는 게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지요. 이건 내가 배우는 것에 있어 기준이 서고 그 안에서 옳고 그름을 가지는 것과는 다른, 타무술이나 타 계파에 대한 존중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사이비는 제외입니다. 그런 건 하등 존중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그럼 제가 하는 영춘권이 공격적이냐 방어적이냐 묻는다면.. 언젠가 내외가를 나누는 것에 대해 말한 바 있죠. 영춘권은 영춘권일 뿐이고, 내가권이어서 이렇다거나 외가권이어서 이렇다고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요. 마찬가집니다. 무술을 하면서, 때로는 달려들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야 할 때도 있죠. 상황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하고, 배우고 연습한 대로 몸을 움직일 뿐입니다. 굳이 따져서 공격적이라거나 방어적이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는 거죠.

영춘권은 온전히 영춘권으로 이해하고, 연습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깨우쳐 가야 합니다. 무엇이 더 적합한 움직임인가? 어떻게 반응해야 옳은가? 어떻게 하면 더 몸을 잘 다룰 수 있는가? ..등을 생각해야죠. 공격적이라거나, 방어적이라거나, 그런 걸 굳이 따져서 뭘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내가 해야 할 반응이 달라지는 게 아닌데요.

Posted by Neissy

기어이 유행을 따라 코로나 걸리고 말았습니다. 백신 맞고 컨디션 다운되는 게 싫어서 3차도 미루고 있었는데 코로나의 습격을 받아버렸죠.

감기로 격하할 정도는 아니고, 독감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백신 맞고 힘든 거랑 비슷했긴 한데 뭔가 더 심했다고 해야 하나.. 오미크론 증상으로 알려진 증상들 (몸살, 고열, 콧물, 기침, 일시적 후각상실 등)은 다 한 번씩 훑고 지나갔네요. 호되게 앓은 게 며칠, 완전 회복까지 2주가 좀 넘게 걸려, 증상이 시작된 지 근 3주가 지나서야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왔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수련메뉴를 정상, 난조, 최악으로 나누는데, 2주간은 난조였다고 하겠습니다. 어제가 되어서야 정상 수련메뉴로 돌아왔네요. (정상과 난조의 수련메뉴는 같지만 횟수가 다릅니다. 이를테면 정상일 때 연환충권 5천번이면 난조일 땐 연환충권 1천번만 치죠. 훑고 지나가는 정도로 반복수를 줄인달까요)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던 날이 최악이었는데, 그래도 그 날도 소념두 한 번은 했습니다. (아내님 말로는 이쯤되면 취미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결론은 무슨 상황에서도 침대에서 자기 몸을 못 일으킬 정도만 아니면 매일수련은 가능하다.. ....가 아니라, 코로나가 못 이겨낼 건 아닌 듯하지만 역시 꽤 아프고, 몸상태를 상당히 저하시키므로 안 걸릴 수 있다면 안 걸리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오미크론이 많이 순해졌다고는 해도 제법 매웠어요.

어쨌거나 종식이란 말을 좀 더 기대감 있게 할 만큼 코로나 시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긴 한 것 같은데, 모쪼록 여러분들은 아프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나가시길 기원합니다.

Posted by Neissy

잡설

영춘권/수련단상 2022. 2. 12. 16:12

무술은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전 강한 자가 더 강한 자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약한 채로 누군가를 이길 수 있지 않으며, 누군가를 이기겠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강해져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전 저보다 강한 사람을 이길 자신은 없습니다. 저보다 약한 사람을 이길 수 있겠죠.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그럼 뭐 하러 무술을 배우냐, 약한 사람 이기는 거 누가 못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제가 말하는 '저보다 약한 사람'이란 건 모든 면에서 저보다 약한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추구하고 단련하고 수련한 영역에서 저보다 약한 사람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죠.

조금 다르게 말해볼까요. 무술마다,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전략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타격을 잘하는 사람이 있겠고 그래플링을 잘하는 사람이 있겠죠. 타격을 잘하는 사람은 잡히고 꺾이는 상황을 피해 타격을 하고자 할 테고요. 그 와중에서 상대방보다 무언가 하나라도 자신이 나은 부분을 찾아 거기에서 승부를 거는 게 맞을 겁니다. 제가 말하는 '저보다 약한 사람'이란 건 그런 의미에서 저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제가 하는 건 영춘권이고, 저는 영춘권이 좋습니다. 치사오 거리- 즉 상대방과 팔과 팔이 닿는 거리에서 공방하는 걸 저는 그럭저럭 괜찮게 할 수 있고, 따라서 제 전략은 여기에서 승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보법 연습은 이것 때문이기도 한데, 상대방이 원하는 거리는 제가 원하는 거리와 늘 같은 것이 아니니 제가 좋아하는 거리를 만들어내려면 파고들거나 흘리고 빠지는 것도 할 수 있어야만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도장에서도 자주 연습합니다. 중요한 연습이죠)

혹 영춘권이 강한 부분 이외에서도 강하고 싶다며 다른 무술을 함께 섞어 배우는 걸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높은 수준으로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저처럼 하루 두세 시간 연습하는 수준에서도 충분한 연습량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건 제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의 수준을 확실하게 올려둔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한마디로 그냥 영춘권 하기만도 벅차다는 뜻이죠. (ㅋㅋ)

결국 이런 건 성향이긴 한데, 제가 기본기 연습에 투자하는 건 어쨌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범용성이 높을 기술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술이야말로 충분히 강할 필요가 있죠. 연환충권만 매일 오천 번쯤 치고 있으면, 영춘권 펀치가 위력이 없다거나 하는 말은 나올래야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삼천 번 정도만 쳐도 괜찮습니다. 아니어도 천 번 정도는 해주는 게 좋고요) 기본 중의 기본 기술이 위력적이지 않다면 그 후에 전개될 어떤 기술도 위협적이지 않겠죠. 충권이 막히면 다른 걸로 바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충권으로 끝낼 수 있으면 그냥 충권으로 끝내버리는 게 이상적입니다. 이런 건 상대적인 문제라 위에는 또 그 위가 있는 법이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그다음을 논할 자격이 있겠죠.

사실 즐거워서 하고 있는 영춘권임에도, 세월이 흐르면서 뭔가 저도 영춘권과 관련해 뭘 증명해야 할 것만 같은 묘한 책임감을 느끼는데, 그렇다고 또 그렇게 거창하게 뭘 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도 같고, 어쨌든 계속 연습하고 무언가 연구해보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