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영춘권을 시작한 지도 어찌어찌 만 12년이 되었네요. 제가 느끼는 감각으로서는 영춘권이 제게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기보다, 그냥 저 자신을 이루는 한 부분이라는 느낌인데, 12년 정도 매일같이 영춘권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돼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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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동 시간은 하루에 대략 3시간 정도 됩니다. 기본적인 것만 해주더라도 할 게 많습니다. 숙달하고 싶다면 연습밖에 방법이 없으며, 연습하지 않은 것은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다듬고, 계속해서 잘못된 부분을 쳐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건 일과에 가까워서, 즐겁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걸 떠나 당연히 그냥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영춘권을 더 잘하고 싶으면 연습해야죠, 달리 방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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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되었는데, 확실히 몸을 쓰는 감각이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타이밍, 반응, 파고드는 감각, 몸을 다루는 법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사부님의 움직임을 보다 보면 오싹오싹해지는데, 그 움직임이 어떤 위력을 내는지, 또한 그 움직임을 위해 얼마나 연습해야 하는지가 새삼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향상과 더불어, 보는 눈이 또다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보다 20년 이상 먼저 시작하시고, 현재도 저보다 많이 연습하시는 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그 움직임과 닮게 움직이고 싶습니다. 뭐,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연습하는 방법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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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저도 영춘권을 가르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저 자신의 향상에 더 시간을 들이고 싶습니다. 더 영춘권을 잘하게 된 다음 가르치고 싶다거나 하는 것과는 좀 다른데, 어쨌든 가르칠 수 있는 레벨 자체는 진작에 넘었고, 언제가 됐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시간을 조정해서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안 될 거야 없겠지만, 아직은 그냥 그 시간을 온전히 제 기량 향상에 쏟고 싶을 뿐인 거죠.
언젠가는 저도 제 제자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봅니다만, 그건 그것대로 신경쓸 게 많아지는 일이라.. 생각 한켠에만 놔둬 봅니다. 영춘권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기 전에는 가르치기 시작해 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긴 하는데, 어쨌든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만약 누가 제게 강해지는 법을 묻는다면, 전 연습해야 한다고, 끝없이 연습해야 한다고 답할 겁니다. 대강 연습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신경 써서 연습해야 한다고요. 개인적으로 연습하고, 도장에서 교정을 받고, 그 교정 받은 게 다시 지적받을 일이 없도록 (현실적으로 이러는 건 쉽지 않지만) 계속 신경 쓰고, 혼자서도 연습하지만 다른 사람과도 연습하는데, 이겨먹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배우기 위해 대련해야 하며, 가능한 여러 가지 방식을 사용해 여러 가지 상황에서의 올바른 대처를 계속해서 몸에 새겨넣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가끔 봅니다.. 턱없이 부족한 연습량을 가지면서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는 사람을요. 어떤 사람과 대련하는데, 저 사람은 저게 되는데 난 안 돼서 힘들다고요. 그리고 그걸 선천적으로 갖고 나온 무언가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를 또한 봅니다. 하지만 글쎄요, 세계 정상을 다투는 최상위의 세계가 아니라, 반쯤 취미처럼 즐기고 있는 생활무술인의 세계에서 상대가 가진 조금 더의 무언가가 그렇게나 넘을 수 없는 벽일까요?
정말 엄청 오래 한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저도 영춘권을 한 지 만 12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여러 사람을 봐왔죠. 어떤 사람은 이걸 잘하고, 어떤 사람은 저걸 잘하고, 안타깝게도 어떤 사람은 이것저것 다 좀 힘들긴 하고.. 그런 게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생활무술인이 위치하는 세계는 당장 시합 나가서 이겨야만 영광을 차지하는 세계가 아니라, 계속해서 즐겨 나가는 세계입니다. 평생을 바라보고 길게 나아가는 세계죠. 대련은 이기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의 부족함을 알기 위해 하는 것이고, 그걸 바탕으로 약점을 약점으로 두지 않기 위해 계속 수련해 가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세계입니다. 계속 남아 있는 자와 떨어져 나간 자가 있을 뿐이죠.
떨어져 나간 사람은 그 시점에서 끝입니다. 더 연습하지 않는 사람에게 향상은 없습니다. 가졌던 걸 잃어가는 일만이 남았습니다. 그러나 남아 있는 사람은 계속해서 연습해 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작건 크건 향상해 갈 겁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이 쌓이면, 떨어져 나간 사람과는 어느 순간 현격한 격차가 나겠지요.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자면.. 남아 있기만 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어차피 어느 시점에서 상향평준화가 된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어느 지점에 이르면 다 비슷해진다고 할 수야 있겠지만, 실제로 그 장벽은 처음에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지점에 있습니다. 그리고 전 아직 그 지점을 만나지 못했죠. 전 아직 올라가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한참 더 올라가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를 보이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적당히 연습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적당한 지점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향상을 원한다면 그만한 무언가를 쏟아부어야만 합니다.
그러면 너는 그렇게 열심히 연습한단 말이냐? 하고 묻는다면, 그런 의미에서 처음에 했던 말로 다시 돌아가 봅니다. '반쯤 취미처럼 즐기고 있는 생활무술인의 세계'라고요. 저는 지금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운동하고 있는데, (스스로 말하기 좀 그렇긴 한데) 이건 생활무술에서는 좀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에 속합니다. 하루에 한 시간.. 혹은 삼십 분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봅니다. 그 점에서 열심이란 걸 말하게 되는데, 하루에 삼십 분도 운동하지 않으면서 무술을 잘하게 되길 기대하거나, 다른 사람과 대련하면서 뭔가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하는 건 좀 무리한 마음이 아닐까요?
분명히 세상에 재능이나 피지컬 차이란 게 존재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취미 영역에서 적당(내지 충분)히 강해질 수 있는 영역에서 말하자면 그런 차이는 그렇게까지 절대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언하자면, 절대적인 건 연습량입니다. 연습이 전부죠. 수없이 반복해서 올바른 동작을 쌓아 올리는 것 (이랄까 쓸데없는 걸 깎아내는 거랄까), 그걸 중국무술에서는 쿵후라고 부릅니다.
기술만 있어서는 소용이 없고, 힘도 있어야 한다거나 담력도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틀린 말은 아닌데, 전 올바르게 기술을 익히려면 그게 다 포함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련을 하면서 수련을 하고 있으려면 당연히 같이 붙는다고 본달까.. 힘도 담력도 없는 기술을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아마, 여기서 제가 말하는 '힘'은 무술을 잘 모르는 사람이 생각하는 '힘'과는 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만 블로그질을 하는 데에는 좀 시들해져서 글을 안 적고 있었는데, 약간 재능과 노력의 관계에 대해 생각을 할 일이 생겨서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재능과 노력의 관계라고 하니 전 생활무술에서는 솔직히 단 하나의 재능만 있다고 생각해요. 노력하는 재능 말이죠.
모처의 떡밥이고, 사실은 이것도 좀 지나서 쉰 떡밥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좀 생각해볼 만한 구석이 있어 적어봅니다.
영춘권이 공격적인 무술이냐 방어적인 무술이냐.. 하는 걸 굳이 말하자면, 일단 그건 가르치는 곳마다, 또한 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은 이 부분을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같은 영춘권이라고 말해도 계파마다 형태나 용법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추구하는 게 달라서 생기는 일인데, 여기는 이렇게 하는데 왜 저기는 저렇게 하느냐고 물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 다르구나, 하고 지나가야 할 일이죠.
물론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더 마음에 든다거나, 더 좋다고 생각되는 게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지요. 이건 내가 배우는 것에 있어 기준이 서고 그 안에서 옳고 그름을 가지는 것과는 다른, 타무술이나 타 계파에 대한 존중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사이비는 제외입니다. 그런 건 하등 존중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그럼 제가 하는 영춘권이 공격적이냐 방어적이냐 묻는다면.. 언젠가 내외가를 나누는 것에 대해 말한 바 있죠. 영춘권은 영춘권일 뿐이고, 내가권이어서 이렇다거나 외가권이어서 이렇다고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요. 마찬가집니다. 무술을 하면서, 때로는 달려들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야 할 때도 있죠. 상황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하고, 배우고 연습한 대로 몸을 움직일 뿐입니다. 굳이 따져서 공격적이라거나 방어적이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는 거죠.
영춘권은 온전히 영춘권으로 이해하고, 연습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깨우쳐 가야 합니다. 무엇이 더 적합한 움직임인가? 어떻게 반응해야 옳은가? 어떻게 하면 더 몸을 잘 다룰 수 있는가? ..등을 생각해야죠. 공격적이라거나, 방어적이라거나, 그런 걸 굳이 따져서 뭘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내가 해야 할 반응이 달라지는 게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