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크니션 2에 들어서면서 (정확히는 테크니션 1 후반기 즈음부터) 하고 싶었던 움직임을 얼마 전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능숙하게 하려면 앞으로 더 신경 써서 연습해야겠지만, 우선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해지는지 감을 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깨달음으로 움직임이 크게 변한다는 건 다소 무협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깨달음을 얻고 나서의 10여분 동안 스스로 움직임이 크게 변하는 걸 느끼고 나니 그런 것도 가능하긴 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야 지금까지도 뭔가 깨달음을 얻고 움직임이 변하는 일은 있었습니다만, 이번처럼 크게 변화한 적은 없었거든요.

물론 이건 근본적으로 동작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단, 애초에 그 동작을 할 수 있었는데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아 스스로 가로막고 있었던 게 열렸다는 쪽에 가깝겠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것에 마지막 하나를 더 쌓아, 비로소 둑을 넘었다고 해도 좋겠고요. 개념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이걸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죠. 감각적으로는, 훨씬 교묘하게 쓸 수 있었던 걸 요령을 몰라 그간 좀 무식하게 운용하고 있었다는 느낌이기도 하네요. 알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깨달음이란 대개 그런 법이죠.

- 이를테면 자유롭게 움직여도 그게 영춘권인 경지를 말한다면, 그건 영춘권이 녹아들었기에 아무렇게나 움직여서 형태를 무시해도 영춘권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도 이젠 영춘권의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마음대로 행동해도 도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뭘 하든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란 뜻과 같다고 봐야겠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끝없이 자신을 살피며 수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만큼 했으니 이런 수준의 동작은 잘못하고 있을 리 없어, 라는 마음 또한 버려야 하죠. 어느 만큼 세월을 보냈건 어느 만큼 시간을 들였건 스스로의 동작에 모자란 부분을 계속 점검하고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고 말하기는 쉬우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죠. 말로는 청산유수인 사람들이야 많지만요.

- 취미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무언가를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면 일단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러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초창기에야 자신보다 잘했을 다른 사람들은 사라지고 그 시점에서 끝나버린 사람이 되죠. 우선 계속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단순히 계속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실력이 제대로 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머리를 써야 합니다. 내게 지금 모자란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채우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생각하고 신경 써서 연습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일단 계속하면 결국 언젠가는 뚫릴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런 부분에 머리를 쓰고 몸으로 수련해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 영춘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지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노력하는 사이 어영부영하고 있으면서 그걸 다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계속하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말은,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사람이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겠지요.

Posted by Neissy

- 천 가지 기술을 한 번씩 연습하는 것보다 한 가지 기술을 천 번씩 연습하는 게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습을 한 가지만 하고 있지야 않지만, 무엇보다도 깊이 있게 연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따라서 제대로 연습할 수 있는 기술의 수는 아무래도 제한됩니다. 배운 걸 잊지 않기 위한 정도로 적은 회수로만 가볍게 해주는 기술도 있기야 합니다만..

- 문제는 기술 낱개를 얼마나 하느냐만이 아니라, 몸에 새겨진 체계가 무엇이냐입니다. 상황에 따라 머리로 생각해서 기술을 내는 게 아니라, 몸이 자동으로 움직여져야 합니다. 몸에 새겨진 모든 기술들은 하나의 체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동되어야 하며, 거리와 타이밍이 잘 맞아 들어가야만 합니다. 체계가 몸에 새겨진다는 게 포인트인데, 기술을 잘 쓴다는 건 그냥 게임에서 스킬 장착하듯 하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을 잘 쓸 수 있는 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세, 근육, 반응, 모든 것들에 있어 그 체계에 최적화가 된다는 뜻이고, 한 무술을 잘한다는 말을 들으려면 그렇게 돼야만 합니다.

- 그런 이유로, 두 가지 이상의 무술을 동시에 잘하기는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며, 사실상 생활체육인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봐도 좋습니다. 그냥 기술만 쓰겠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서로 따로 놀기 쉽고, 무언가는 최적화가 되어있지 않겠죠. 시너지를 주기보다는 서로 상충되기 오히려 쉽습니다. 시간을 아주 많이 들여서 그 원리와 체계를 서로 이어지게 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저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이 없고, 영춘권이 가진 깊이만도 다 파고들기 벅찹니다. 제가 영춘권만 하기도 벅차다고 말하는 건 대략 이런 의미죠.

- 깊이 이야기를 하면, 사부님의 움직임을 보면서 그 깊이에 감탄하는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게 되는지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안 따라주는 건 영춘권을 배우기 시작한 지 12년이 넘은 지금에도 유효합니다. 제가 생각하던 몸 움직임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걸 깨닫는 게 반복되는데, 그래서 연습할 때 감각이나 포인트 등도 조금씩 계속 바뀌어 갑니다. 이게 계속 이어지고 나면 같은 동작 같지만 사실은 같지 않은 동작이 되어 있는 거죠.

- 그런 이유로, 초보가 무작정 기술을 반복한다고 기술이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의 향상을 위해서는 깨달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초보의 기술 반복에 의미가 없느냐 하면 그건 아닌데, 무엇보다 일정 이상 연습하지 않으면 기술이 숙련될 일이 없고, 깨달음도 오지 않으며, 고쳐질 기회도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술을 반복연습하는 가운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신경쓰고, 뭔가 깨달았다면 그걸 반영해서 계속 고쳐나가고, 그런 사이클이 돌고 돌아야죠. 제가 영춘권을 하면서 지루한 적이 없는 건 이게 계속해서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osted by Neissy

제가 영춘권을 시작한 지도 어찌어찌 만 12년이 되었네요. 제가 느끼는 감각으로서는 영춘권이 제게 특별한 무언가가 된다기보다, 그냥 저 자신을 이루는 한 부분이라는 느낌인데, 12년 정도 매일같이 영춘권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돼도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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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동 시간은 하루에 대략 3시간 정도 됩니다. 기본적인 것만 해주더라도 할 게 많습니다. 숙달하고 싶다면 연습밖에 방법이 없으며, 연습하지 않은 것은 쓰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다듬고, 계속해서 잘못된 부분을 쳐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건 일과에 가까워서, 즐겁다거나 힘들다거나 하는 걸 떠나 당연히 그냥 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영춘권을 더 잘하고 싶으면 연습해야죠, 달리 방법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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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한 지도 꽤 되었는데, 확실히 몸을 쓰는 감각이 많이 변했음을 느낍니다. 타이밍, 반응, 파고드는 감각, 몸을 다루는 법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요즘은 사부님의 움직임을 보다 보면 오싹오싹해지는데, 그 움직임이 어떤 위력을 내는지, 또한 그 움직임을 위해 얼마나 연습해야 하는지가 새삼 느껴져서 그렇습니다.

향상과 더불어, 보는 눈이 또다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보다 20년 이상 먼저 시작하시고, 현재도 저보다 많이 연습하시는 분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그 움직임과 닮게 움직이고 싶습니다. 뭐,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연습하는 방법 뿐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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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저도 영춘권을 가르치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저 자신의 향상에 더 시간을 들이고 싶습니다. 더 영춘권을 잘하게 된 다음 가르치고 싶다거나 하는 것과는 좀 다른데, 어쨌든 가르칠 수 있는 레벨 자체는 진작에 넘었고, 언제가 됐건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시간을 조정해서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한다면 안 될 거야 없겠지만, 아직은 그냥 그 시간을 온전히 제 기량 향상에 쏟고 싶을 뿐인 거죠.

언젠가는 저도 제 제자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은 해봅니다만, 그건 그것대로 신경쓸 게 많아지는 일이라.. 생각 한켠에만 놔둬 봅니다. 영춘권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기 전에는 가르치기 시작해 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긴 하는데, 어쨌든 구체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Posted by Neissy

해져버렸습니다


괜찮아요! 뒤집어서 쓰면 되니까!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