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블로그를 오래해왔습니다. 덕분에 영춘권 블로거로는 제법 네임드가 된 기분인데, 블로그를 잘 보고 있다거나 제 블로그를 보고 운동을 시작했다는 사제를 만나면 꽤 뿌듯합니다. 보람 있다 싶어지죠.

 그래서 이번에는 간만에, 이 블로그를 보실 사제들을 위한 글입니다. 수련하며 생기는 궁금증에 대한 질문에 관한 이야기죠.

 제목을 '물어보세요'라고 적어놨으니, 이 글에 리플로 질문을 해달라는 뜻인가?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겠지만 딱히 그러려고 이 글을 적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저는 실제로 보면서 이야기하는 걸 가장 선호합니다. 어차피 영춘권이란 몸으로 하는 것이고, 뭔가 설명하기엔 몸으로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게 가장 간단하고 확실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질문 이야기죠. 궁금증이나 질문은 중요합니다.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좋은 길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민 없이 강해질 순 없어요. 내게 무엇이 부족한지, 뭘 더 고쳐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항상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질문은 늘 좋습니다.

 사부님께 여쭤보시고, 사형들에게 물어보세요. 내가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게 해줄 겁니다.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조언해줄 겁니다. 단, 스스로 고민하고 궁리해본 후 질문하는 게 좋습니다. 좋은 질문은 좋은 고민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이 좋은 답변을 가져다주죠. 그러니 좋은 답변을 얻고 싶다면 좀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혼자 고민만 하고 '이건 이럴 것이다' 하고 완결짓진 말고요. 정말 어떠한지 확인하는 의미에서도, 질문하는 건 좋은 일입니다. 부담없이 질문하세요!

 저 스스로도,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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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
TAG 영춘권

완력

영춘권/수련단상 2017.11.17 14:26
 완력이 세면 좋습니다. 하지만 완력을 써선 안 됩니다.

 달리 말하면- 힘이 세면 좋습니다. 하지만 힘을 써선 안 됩니다. 힘이 있어야 하지만, 힘이 빠져야만 합니다. 힘을 빼야 하지만, 힘이 없으면 안 됩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분도 있을 거고, 아 그거 말이군 하고 쉽게 아시는 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도 여러번 했던 이야기죠.

 영춘권에서 힘이 있다는 건 근육의 힘이 강하다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근력은 필요합니다. 인간이 움직이는 데에는 근력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대로 힘을 내기 위해서는 굳어 있지 않은 부드러움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몸 전체를 유기적으로 사용해 쓰는 힘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 힘은 자연스러우며, 묵직하고 강합니다.

 중심이 떠선 안 된다는 이야기를 종종 했는데, 이 중심이란, 근력을 쓰는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완력을 쓸 때, 그 사람의 힘이 충분히 강하다면 어쨌거나 그 자체로도 위력은 나오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몸의 중심은 뜹니다. 한마디로, 들기 쉬운 (=밀리기 쉬운) 상태가 되죠.

 영춘권을 잘 몰라도 체험할 수 있는데, 어깨를 낮추고 힘을 다 빼고 있는 사람이 어깨 들어올리고 힘을 꽉 주고 있는 사람보다 훨씬 들어올리기 어렵습니다. 중심이 다르기 때문이죠. 영춘권에서 몸을 쓰는 방법은, 그 '힘을 뺀 상태'에서 힘을 쓸 수 있게 하는 법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무술식으로 말하면 방송(힘빼기)하면서 경력(근력만이 아니라 몸으로 힘내기)을 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쉽지는 않습니다. 뭐가 쉽지 않은가 하면 이걸 유지하면서 계속 공방을 주고받는 게 어렵다고 할 수 있지요. 괜찮은 상태를 유지했더라도 한순간에 자세가 깨지고 무너질 수 있습니다. 타이밍을 놓치고 반응하지 못하면 자세가 깨지는데, 자세가 깨지면 필연적으로 억지힘을 쓰게 되고, 그러면 당연히 몸도 굳고 중심도 뜨니 연타를 한다발로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됩니다. 항상 자세를 유지한다는 게 참 어려워요. 어려워서 재밌긴 합니다만.

 물론 이건 어느 정도 고급 수준이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이긴 합니다. 초급에선 힘의 흐름이고 자시고 자세를 만드는 것만도 벅차니까요. 이런 건 수련이 계속 쌓여야만 가능한 법이죠. 하지만 일단 이런 상태가 되기 시작하면, 이게 고급 기술만이 아니라 초급 기술에도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제들과 간단한 기술만 교환해봐도 격차가 크게 나는 걸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쯤 되면 같은 기술 같지만 사실 같은 기술이 아닌 거죠.

 ..같은 원리로, 사부님이 쓰시는 기초 기술도 제가 쓰는 기초 기술과는 모양만 비슷하지 완전 다른 기술인데.. ..사부님과 해보면 언제 들어오는지 뻔히 알고 있는 아주 느리고 천천히 들어오는 기본 기술 하나를 못 막습니다. .....여하간 정진만이 있을 뿐이네요.


 여담. 근력이 센 것의 일반적인 문제는, 기술 부족을 힘으로 땜질하는 경향이 생기기 쉽다는 거죠. 당장 써먹기는 편해지지만 기술이 딱히 좋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기술을 쓰는 상대나 더 큰 힘을 가진 상대를 만나면 대책이 없죠. 고급 기술을 배울 때도 고생하기 쉽고요. '이게 진짜로 강한 게 아니구나' 하는 걸 빨리 깨달을수록 좋습니다. 깨닫고 '힘이 있음에도 힘이 빠진 상태'가 되면 힘이 큰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오히려 성취 저해 요소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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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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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월백은 오백 번씩 치고 있습니다. 금년 안으로 천 번으로 올리고 싶은데 잘될지 모르겠네요. 무리하진 않겠지만, 분발해 보려고 합니다.

 펀치를 팔힘으로 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리로부터, 몸 전체를 사용해서, 중심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굳지 않게, 채찍처럼- 꽝! 하지만 오백 번쯤 치면서 슬슬 팔이 아파 오고, 펀치의 위력도 좀 줄어들면 깨닫게 되죠. '아, 팔에 힘 들어가고 있었구나.' 다시 힘의 흐름을 조정합니다. 팔에 힘 빼고, 몸을 써서, 채찍처럼- 꽝! 그럼 위력이 되돌아옵니다. 파고들어가는 맛도 다르고, 우선 소리부터가 다르죠. 매일 그렇게 조금씩 충권을 향상시키는 맛이란 굉장히 중독적입니다.

 운동을 하다 보면 느끼는데, 힘이 넘칠 때보다는 오히려 좀 지쳤을 때 깨닫는 게 많습니다. 무엇이 모자란지 잘 알 수 있게 된달까요. 이를테면 어떤 구조물이 그저 튼튼하게 서 있을 때는 어디가 약한지 잘 모르지만, 부하를 받아 우그러지게 될 때는 약한 부분부터 우그러지므로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어딘지 알게 되면, 거길 보완해야죠.

 운동은 어느 정도 지칠 때까지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칠 때 부상 위험이 좀 커지니 그건 조심해야 하지만, 어쨌거나 운동하다가 좀 지치면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무너지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그럼 거기가 평소에도 좀 문제가 있는 부분이라는 뜻이고, 거길 더 신경 써서 잡아줘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하면서 계속 여길 고치고, 저길 고치고, 그러면서 키워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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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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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사이에 눕히고 발을 만져주고 있으려니 눈이 꿈뻑꿈뻑하더니 또 잠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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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eis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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