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도장에 나가는 것이 아니라면 (아니 사실 매일 가더라도) 개인적인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매일 꾸준히 개인적으로 연습하고 있습니다. 도장에 나가는 날수가 많지 못함에도 실력이 그럭저럭 향상되어온 것은 개인수련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수련에 있어서 주의해야 할 부분을 요즘 또 새삼 느껴서 끄적거려 봅니다.

가장 일어나기 쉬운 일은, 동작 연습을 횟수를 정해서 할 때 횟수를 채우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는 행위입니다. 자세가 틀어지는 걸 개의치 않고 횟수 채우기에 신경쓰는 거죠. 좋은 자세를 만들기 위해 연습하는데, 연습하는 횟수를 채우려고 이상한 자세를 거듭한다면 이만저만한 본말전도가 없습니다. 힘들더라도 바른 자세를 유지할 것, 이 부분은 명확하게 지켜야 합니다.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는 부분에 대해선데, 개인수련을 할 때 신경 써서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또 이겁니다. 도장에서 사부님이 지켜보실 때와, 개인적으로 나 혼자 연습할 때 뭔가 힘듦이 다르다면- 그리고 그게 단순히 좀 긴장돼서가 아니라 실제로 뭔가 몸이 더 힘들다면, 의식적으로건 무의식적으로건 연습할 때 어디선가 타협하고 있다는 뜻이죠.

연습하다 보면 동작이 다소 편해지는 일이 있는데, 물론 동작에 익숙해지면 좀 나아지는 것이 사실입니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나도 모르게 덜 힘든 방향으로 동작을 고쳐놓는 경우가 태반이란 거죠. 동작을 하면서 계속 올바른 자세에 대해 의식하고 있지 않으면 그렇게 되기 쉽습니다. 일례를 들면 연환충권을 할 때, 친 주먹을 제대로 회수하면서 다른 주먹을 직선으로 완전히 다 뻗어야 하는데 그걸 미묘하게 하다 말면서 대충 굴려버리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미묘하게 타협하는 일이 충권뿐 아니라 다른 것들에도 거듭되면.. 전체적으로 다 타협되어 어딘가 다른 무언가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제대로 연습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몸이 힘들죠. 나름 영춘권 덕후인지라 개인연습을 좋아합니다만, 또한 한편으로 하기 싫기도 합니다. 힘들거든요! ..하지만 이것 없이 영춘권을 잘하는 길은 적어도 제게는 없고, 전 영춘권을 잘하고 싶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계속해 나가야만 하겠지요. 어느 쪽이냐면 즐겁고 재미있지만, 또한 즐겁고 재미있지만은 않은.. 그런 게 연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

문득 돌아보면 이젠 그냥 인생이 영춘권이다 싶기도 한데, 하기야 영춘권 한 지도 10년이 넘었으니 이게 또 당연하지 않은가 싶기도 한 이야기들.


# 일하다 보면 좀 무거운 물건 (대충 10kg 정도)를 들고 몇 미터 떨어진 1톤들이 자루에 버릴 일이 있는데, 귀찮으니까 던져서 집어넣습니다. 영춘권 치사오 섹션 응용인데 편합니다.

# 다니다가, 순간적으로 좀 빨리 움직이면 좋을 듯한 순간 영춘권 보법을 응용해서 파고듭니다. 딱히 보법을 쓰려고 의식하고 있는 건 아니었어도 그렇게 됩니다.

# 누가 끌어당기거나 밀어서 이동시키려고 시도할 때, 중심을 아래로 조금 가라앉혀주면 일반인은 낑낑대다 포기합니다. 편안한 얼굴로 따듯하게 지켜봐주는 게 포인트입니다.

# 조카와 간만에 놀았는데 치사오를 응용해줬더니 힘이 부딪히지 않으면서 다 제어되어서 조카가 괴로워했습니다. 나중에 말하길 그거 좀 가르쳐달라던데, 기초만 간단히 알려준다 했더니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려달라고 답하길래 기회가 되면 그러겠다 했습니다. 제자 후보를 한 명 확보한 것 같습니다.

# 비단 치사오가 아니라 약간의 놀이로서도 가능한 이야기인데, 서로 팔이 닿으면, 대충 상대가 힘이 풀려 있는지 경직되어 있는지 제대로 텐션이 있는지, 어깨가 떠 있는지 중심이 어디쯤 있는지 감이 옵니다. 물론 잘 안 읽히는 상대도 있는데, 저보다 고수라는 뜻입니다.

Posted by Neissy

저는 성향상, 기본을 좋아합니다. 기본이라고 하면 기본기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습니다만, 이 경우에는 기본 원칙을 의미합니다. 기본 원리라고 해도 되겠군요.

화려하거나 현란한 움직임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움직임을 하건 거기에 제대로 된 기운이 실려 있길 원합니다. 영춘권을 영춘권적으로 하기 위해, 누가 봐도 '아, 제대로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역시 완전히 지켜지고 체화된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춘권을 하면서 수준이 올라가면 스스로의 움직임을 돌이켜보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더 깔끔하고 정련된 움직임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하게 되죠. 그러다 깨닫게 되는 건, 내 기본이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건 이미 영춘권 배울 초기부터 사부님께서 말씀해주셨던 것들입니다.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라고 다 알려주셨던 건데, 아직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어설픈 움직임으로 타협했던 것이죠.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던 걸 되새기게 됩니다. '이거, 원래 이렇게 해야 했었구나' 하고요.

물론.. 동작을 배운 초기부터 모든 원칙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그건 불가능하죠. 완벽하게 한다고 말해도 결코 그게 완벽할 수 없음을, 일정 기간 이상 배우고 돌아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세를 지키려면 흐름이 끊기고, 흐름을 잡으려면 자세가 망가진다-는 건 흔하게 있는 일이죠.

사실 엄격하게 따져보자면, 윗레벨에서 보자면 아랫레벨에서는 솔직히 자세나 흐름 중 어느 쪽을 중시하든 어느 쪽이건 어설픈 건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렇다고 어차피 안 된다며 놔 버리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계속 안 되는 채로만 남아있습니다. 정답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대한 정답에 근접하도록 노력해야 언젠가 정답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죠. 3.14는 정확한 원주율이 아니지만, 어차피 정확하지 않다며 원주율을 3으로 계산해버리고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올바른 답에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도 합니다. 결국 어느 레벨에서고, 그 수준에 맞는 정답이란 게 있다고요. 수준이 올라가면 다시 잡을지언정, 어쨌거나 불완전하나마 찾아가야 할 것들이 있는 것이죠.

지켜야 할 기본 이야기로 돌아가면, 그래서 시간이 흐르며 계속 자세를 가다듬고, 이해가 깊어지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원래 이렇게 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서, 다시 되잡아야 하며, 최대한 엄격하게 지켜가야 한다고, 그래야만 앞으로 계속 성장해 갈 수 있다고요. 비법은 기본 속에 있다는 말을 하는데, 정말이지 그게 정확한 말입니다. 기본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어느 수준 이상을 넘을 수 없다고 깨닫게 돼요. 내 맘대로 하면 이상하니까 영춘권을 배우는 건데, 영춘권을 배우면서 내 맘대로 하면, 제대로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내 맘대로 해도 강한 사람은 논외입니다. 다만 그런 사람은 애초에 영춘권을 배울 필요도 없겠죠)

연습하지 않고 강해질 수는 없습니다. 기본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채로 강해질 수도 없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않고 강해질 수 없습니다. 해야 하는 일들은, 싫건 좋건 상관없이 해야만 하는 거죠.

대충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연습하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

# 설 연휴에 가벼운 외출 정도는 할 예정입니다만, 매일수련은 변함없을 겁니다. 매일 연습하며 뭔가 바꿔나가는 게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그걸 멈추고 싶지 않다는 게 솔직한 심경입니다.

# 쌓아올린 것들을 바탕으로 모든 게 새로워지면서 도약하게 되는 시기가 있는데, 그게 올해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춘권 전반적으로 몸 쓰는 방법 자체를 모두 갈아엎고 있는 느낌입니다. 이전에 안 되던 게 하나둘 되기 시작했는데, 그 쾌감이란 정말이지 어떤 게임에서도 맛볼 수 없는 쾌감입니다. 오버트레이닝은 곤란하지만,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해서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습니다.

# 충권 5천번은 물론 계속하고 있습니다. 제법 할 만해졌습니다만, 어느새 동작이 좀 틀어져 있었다는 걸 알아채서 다시 고쳐가고 있습니다. 횟수를 정해놓고 할 때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자세가 부정확해지더라도 횟수를 채우려 드는 행위죠. 연습은 올바른 동작을 몸에 새겨넣기 위한 것인데, 잘못된 동작을 많이 하느니 차라리 횟수를 줄여 정확하게 하는 게 낫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횟수를 줄일 생각은 아닙니다만. 하나하나 정확하게 많이 하면 최고니까요.

# 사람들과 하면서 피드백을 받고, 사부님에게 또 깊이 있게 교정을 받으며, 제대로 영춘권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고쳐나가고, 다시 생각합니다. 도장에 오래 다녔다는 것만으로 강해지진 않습니다. 많이 나간다고 꼭 강해지는 것도 아닙니다.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고민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알았다면 그걸 고치기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합니다. 머리도 써야 하고, 몸도 써야 하죠. 둘 중 하나가 편하다? 그러면 뭔가 잘못하고 있는 겁니다.

# 승부욕은 당연히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지금 저는 치사오를 하건 고사오를 하건 스파링을 하건, 상대를 이겨야겠다는 억지를 품지는 않습니다. 그 모든 것은 제가 영춘권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고,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방편입니다. 같이하는 사람들이 저와 비슷한 실력으로 계속 올라가면서 함께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오랜 기간을 함께하며 인간적으로 친해진 것 때문이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언제까지나 무술적으로 전력을 다해 서로를 향상시키는 좋은 상대로 함께하길 원합니다. 그런 상대는 많을수록 좋아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