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느냐고 누가 묻는다면, 전 열심히 연습하는 길밖에 없다고 답할 겁니다. 하지만 무엇을 열심히 연습해야 할까요? 감각을 위한 대인수련? 무지무지한 쿵후를 쌓는 개인수련? 지치지 않게 해주는 체력? 기본적인 힘을 보장해주는 근력? 저에게 묻는다면 물론 그 모든 것들이 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제목을 '반복의 재미'라고 적어놓은 이상, 이번에는이번에도 역시나 개인수련 쪽에 중점을 둬볼까 합니다.

편의상 대인수련과 구분지어 두긴 했습니다만 사실 대인수련 없는 개인수련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랄까,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하는 쪽이 나을까요. 제대로 된 자세와 힘을 내는 요령이 중요한 만큼, 그 만들어진 몸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용하느냐 하는 노하우도 중요합니다. 대인수련에서 얻은 노하우가 개인수련에, 개인수련에서 얻은 노하우가 다시 대인수련에 적용되죠. 목표는 높이 올라가는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축을 여러 개 쌓아야 합니다. 하나만 높이 올려서는 금방 휘청대는 데다 한계가 있겠죠. 축 여러 개가 함께 서로를 지지해줘야 점점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그중에서 개인수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제 상황 때문도 큰데, 도장에 매일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매일 영춘권을 하려면 역시 개인수련을 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요 몇 달은 코로나 때문에 도장에 아예 나가지도 못했죠) 뭐, 동작 자체를 잘하고 싶기도 한데, 그걸 잘하는 방법은 제가 알기로는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쿵후를 쌓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영춘권을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저는 꽤 자주 말했는데, 그건 영춘권이 마냥 룰루랄라 즐거워서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제가 연습하는 게 그리 즐거워 보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힘들고 지루해 보일지도 몰라요. 매일 똑같은 걸 하는데 다음날 또 그 같은 걸 하고 그 다음날 또 같은 걸 합니다. 그게 즐거워? 하고 누가 묻는다면 저는 답하겠죠. "즐거워요."

포인트는, 똑같은 걸 매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은 똑같지 않다는 점에 있습니다. 초급자의 경우 반복 횟수 자체에 신경쓰는 경향이 있는데, 성장을 알기 쉬운 척도가 '횟수의 향상'이기 때문이 클 겁니다. 그러나 계속하다 보면 횟수를 더 늘리기 어려워지는 시점이 옵니다. 연습할 게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전부 다 고반복으로 할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죠. 어쨌거나 시간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법인지라. 만약 연습 횟수나 운동 시간만으로 향상을 가늠한다면, 어느 시점이 되면 연습을 반복하는 게 그다지 재미없어질 겁니다. 향상되는 게 느껴지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연습을 반복하는 이유 자체, 즉 기술 수준 자체의 향상을 목표로 하면 횟수나 시간이 목적이 되진 않게 됩니다. 동작을 더욱 가다듬고 깔끔하게 만들어, 이상적인 동작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적이니까요. 그렇다면 어제의 동작과 오늘의 동작은 달라야 하고, 오늘의 동작보다 내일의 동작이 좋아질 수 있게 노력해야겠죠. 그런 걸 목표로 하고 있으면, 매일 똑같은 걸 하는 게 (힘드니까) 즐겁진 않지만 (발전하니까) 즐거운 게 됩니다. 늘지 않으면 재미없겠지만, 무언가 늘면 재미있죠. 무술이란 게 초심자가 원하는 만큼 빠르게 늘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또한 그만한 향상으로 보답해줍니다. 그 맛을 알게 되면,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매일 연습하게 돼요. 그리고 그렇게 매일 연습하는 게 쌓여서 일주일, 한 달, 일 년, 십 년이 지나면..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달라져 있는 거죠.

십 년을 이야기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연습을 매일 하시는 분들은 알 겁니다. 이거 하루만 빼먹어도 그 다음에 이어서 할 때 뭔가 몸이 둔해져 있어요. 저는 주말에는 연습을 약간 간략화해서 가볍게 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연습 메뉴 자체는 다 돌립니다. 극단적으로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만 상황 봐서 투로만 조금 하고요. (교통사고가 났던 날도 소념두는 했었죠) 하루를 연습하지 않으면 내가 알고, 이틀을 연습하지 않으면 사부가 알고, 사흘을 연습하지 않으면 모두가 안다.. 뭐 그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이게 중국무술계에 정말 있는 말인지, 번스타인의 말 변용인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세상사 여럿이 그렇습니다만, 현상 유지는 없다고 봅니다.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둘 중 하나뿐이죠. 현상 유지를 한다고 보이는 건 미세하게 올라가거나 내려가고 있는 거고요. 설령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저는 조금씩이라도 올라가는 쪽에 있고 싶습니다.

Posted by Neissy

어느 정도 무술을 하고 알게 된 건데, 자신과 수준이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의 경우에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수준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편차가 있긴 하고, 그렇다고 해서 방심해도 좋다는 뜻은 또 아니긴 합니다만, 경험해 온 길이기에 보이게 된달지, 알 수 있게 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게 재밌는 건 실제로 만나서 손을 섞는 것 외에, 온라인상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도 이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 사람이 말하는 것이 경험에 기반했는지 아닌지 얼추 느낌이 오고, 그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 사람의 수준도 지금 어느 정도일지 미루어 짐작이 되죠. 설령 허세를 부린다 해도, 그게 통하는 건 본인보다 못하는 사람에게뿐인 거라, 그게 뭔 의미가 있을지 싶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게 제가 누군가를 파악할 수 있다! 너는 나보다 하수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이러면서 어느 순간 생각한 게, 그렇다면 나 역시 나와 비슷하거나 잘하는 사람에게는 내 수준이 파악될 것이고, 그런 이상 실제 실력보다 잘해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죠. 뭐 온라인 상에서야 저를 포장하려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긴 합니다만- 이 이야기는 수련하면서 파트너와 엮일 때의 감각에 가깝습니다. 실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배울 걸 배우면 되지, 상대보다 강해 보이고 싶어하거나 이겨 보이고 싶다거나 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달까요. 물론,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은 마음 자체는 필요하고, 그게 수련에의 열심으로 이어져 실력 향상을 가져온다면 긍정적인 일입니다만, 어쨌거나, 포장할 필요는 없겠다는 겁니다.

결국 제가 원하는 건 강해지는 거지, 강해 보이고 싶은 게 아니니까요. 항상 누구에게든 배울 게 있으면 배우고,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그게 자신을 훨씬 더 강하게 만드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Posted by Neissy

도장에 못 나가게 된 지 두 달이 넘어버렸습니다. 작년 연말에도 4단계 격상으로 한동안 못 나갔었는데, 그때를 넘어서고 있군요.

도장에 못 간다고 영춘권 수련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개인적인 연습은 당연히 매일 하고 있고, 개인적인 만남을 통한 치사오도 미흡하게나마 이어가고 있죠. 모든 게 정상적으로 이어지진 못해도, 무언가 하나라도 향상시켜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개인수련을 할 때 수련 비중은 물론 기본기가 높습니다. 개인수련이란 게 특성상 기본기를 가다듬기 가장 좋은 탓이기도 합니다만, 그렇다고 고급기술을 전혀 할 수 없는 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가능함에도 역시 기본기 연습 비중이 확연하게 높은데, 이건 역시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게 기본기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은 표지- 즉 고급기술을 많이 쓰는 부분이죠. 상성이라고 할까요, 특성상, 표지 기술들은 기본기를 뚫고 들어가기 쉽습니다. 따라서 치사오를 '승부'로 본다면 지금 시점에서 기본기 연습 비중을 높이는 건 좀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치사오는 승부가 아니며, 기술을 연마하기 위한 연습일 뿐이죠. 그리고 제가 지향하는 건 고급기술에도 물론 능숙하지만, 고급기술까지 갈 필요도 없이 기본기로 끝내는 겁니다.

좀 더 구체적이게는, 마치 사부님이 하시듯, 기본기 자체에 고급기술의 움직임이 녹아들어 있어서 기술은 기본기이지만 움직임은 기본적이지 않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고급기술은 사용 상황이 다소 제한적인 대신 특정 상황에서 확실히 유리한 게 장점이고, 기본기는 어떤 상황에든 쓸 수 있게 범용성이 높은 게 장점이라고 할 때, 제 취향은 가장 믿음직한 기술을 겁나게 파는 거랄까요. 현실적으로 수련 시간이 아주 많기 어려우니 우선 기본기에 투자하는 느낌이죠.

물론 고급기술도 열심히 연습하긴 해야 하는 게, 애초에 고급기술이 없이 기본기만 해서는 고수준으로 올라가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기본기의 발전에는 고급기술의 이해와 숙련이 필요해요. 다만 어느 쪽이건, 고급기술을 쓰고 싶다고 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려면 역시 기본기부터가 위협적이어야 하겠죠.

대강 그런 생각으로 매일 충권을 연습중입니다. 허공에 충권 5천번, 월백에 5백번을 기본으로, 허공에 스텝 충권, 월백에 스텝 충권, 발차기와 조합한 충권, 방어기술과 조합한 충권, 탭볼에 충권.. ..같은 거 하고 있습니다. 하루 연습 시간이 대강 2시간 반에서 3시간쯤인데, 이 중 충권에만 한 시간 정도 투자하고 있군요. 다른 연습과 조합해서 충권 레벨 올리는 맛이 삼삼합니다.

사실 도장에 나가서 대인수련도 더 하고 교정도 받으면서 해야 더 빨리 늘 텐데, 아무래도 피드백이 적으니 도장에 나가는 것보다 레벨업이 훨씬 더뎌지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래도 뭐,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대로 해둬야죠.

Posted by Neissy

시간은 더디게 흐르는 듯하면서도 의외로 빠르게 지나가서.. 어느덧 제가 영춘권을 시작한 지도 만 11년을 채웠습니다. 가볍게 자축하면서, 여태까지 그래왔던 대로 기념삼아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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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가 쌓이는 게 뿌듯하긴 한데, 사실은 그 한편으로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말하자면, 11년쯤 했다고 하면 이러니저러니 변명을 대기 어려운 연차라는 거죠. 나는 이 연차에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실력을 갖고 있는가? 내가 보기에 나는 아직 모자란 게 너무나도 많은데, 좀 더 열심히 해왔어야 했던 건 아닐까? 싶어지는 거죠.

제가 영춘권을 대표하진 않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어쨌거나 영춘권은 이렇다 저렇다 블로그에서 이야기해왔던 건 사실이죠.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말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한 법이고, 말한 것들이 스스로를 부끄럽진 않게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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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을 시작했을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많이 다른데, 영춘권 실력이야 뭐 당연히 많이 늘었습니다만 여기에서 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요즘 느끼는 달라진 점은 역시 그겁니다. 제가 이제.. 40대가 코앞이라는 거죠.

아직 그리 큰 문제는 없습니다. 30대가 되고서는 20대 때처럼 몸을 굴렸다간 아픈 데가 생긴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적당히 몸을 달래가며 쓰는 법을 익혔고, 기본적으로 영춘권 하는 데 문제가 있을 만한 일은 없습니다. 없기는 한데-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체감하는 게 있습니다. 회복력. 회복력이 떨어졌단 말이죠.. 이건 늘 하는 운동을 하던 대로 하고 있을 때는 문제가 없습니다. 리듬이 맞춰져 있어서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하지만 평소에 잘 안 하던 걸 한다거나, 뭔가 새로운 걸 시작해본다거나 하면- 그리고 그걸 좀 빡세게 하면, 뭔가 예전보다 몸이 회복되고 새 메뉴가 몸에 붙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는 걸 느낍니다. 쌩쌩한 상태로 돌아오는 데 더 오래 걸린단 말이죠. 빨리 무언가 달성하고 싶다고 무리했다가는 대미지가 안 풀려서 오히려 더 돌아가게 돼버리니,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뭐 조금 회복력이 떨어지기는 했다지만 그래도 아직은 한창이라고 할 만한 나이고, 잘 굴려가면서 열심히 해봐야죠. 일순위는 몸을 다치게는 하지 않을 것, 하지만 다치게 하지 않는 수준에서는 열심히 할 것. 도달하고 싶은 경지는 아직도 멀리 있습니다. 설렁설렁 걸어만 가면, 그냥 서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도착점이 여전히 너무 멀 겁니다. 전력질주는 못한다 해도 어느 정도는 뛰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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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을 배우기 시작한 것은 제가 살아오면서 해온 여러 선택 중에서도 확실히 좋은 선택이었다고 자부합니다. 평생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무술을 찾았죠. 살아가면서 무얼 어떻게 하게 될 지 모르는 게 인생이라지만, 아마 영춘권은 계속 함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