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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춘권/수련단상 2021. 7. 7. 10:41

지난번에 자세나 몸 쓰는 법이 계속 바뀌어간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사실 목표로 하는 움직임 자체가 바뀐 적은 없습니다. 영춘권을 시작한 이래, 목표는 늘 사부님처럼 움직이는 거였죠.

깔끔하고 효율적으로. 사부님의 움직임이 제 이상이고 또한 기준점입니다. 목표 자체는 그런 의미에서 변하지 않았으므로, 제가 무언가를 바꾸어간다고 한다면 결국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 몸으로 어떻게 구현해내 가느냐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군요.

뭔가 배워서 내 것으로 만든다는 건 그에 대한 명확한 이미지를 새기고 그 이미지대로 몸이 움직이게 만들어 간다는 뜻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가장 첫번째가 되는 건 무엇인가? 이미지를 어떻게 잡느냐 그 자체죠.

가장 처음에 배우는 기술인 연환충권을 예로 들어봅시다. 호를 그리며 연타해 들어간다고 생각하기 쉬운 기술이지만, 스트레이트로 뻗는 주먹은 당연히 일직선으로 나가야만 합니다. 이것은 중요한 부분이며 스스로 연습하면서 계속 이미지해야 합니다. 초심자의 경우 이 부분의 이미지가 잘못되어 있기에 사부님께서 그림을 그려주시며 설명하는 일을 보는 건 도장에서 그리 생소한 모습이 아닙니다. 이미지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은 애초에 목적지를 잘못 잡았다는 말이고, 따라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게 불가능함은 물론이거니와 목적지로의 도착도 요원한 말이 될 수밖에 없겠죠.

이건 시간이 지나 영춘권을 그럭저럭 할 수 있게 됐다고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닙니다. 종종, 시간이 흐르면서 움직임이 자신만의 그 무엇이 되는 경우가 있는 거죠. 그야 어떤 무술이든 사람마다 특성에 맞게 가다듬어지긴 합니다만, 잘 맞게 가다듬는 것과, 미묘하게 틀어진 이미지를 갖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나 정도 했으면 이렇게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실력이 올라가면 올라간 만큼 기준도 올라가야 하고, 신경 쓰고 고칠 부분은 언제나 있는 게 맞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냥 마음대로 움직여도 영춘권인 경지면 신경 안 써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경지는 근시일 내로 도달할 것 같지는 않고요.

최근에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그런 말이 나왔었는데, 내 움직임이 내가 본 것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었죠. 보는 것도 공부라고 할까요. 태어나서 한 번도 무술 영상을 본 적이 없는 사람과, 무술 영상을 한두 번이라도 본 사람의 움직임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움직임과 대응은 무의식에 새겨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는 다른 움직임을 하게 되겠죠. 분명, 저도 엽문 영화를 보고 불타올랐던 지난날에 도장에서 자유공격 방어를 할 때 마무리로 엽문 영화의 돌려서 눕혀놓고 코 때리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거 도장에서 배운 적 없죠)

그래서 영상을 보는 일도 어느 정도 조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나 내가 하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요. 초심자의 경우엔 더욱이, 애초에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미지가 제대로 되어있지도 않은데 이것저것 다른 이미지가 들어오면 더 곤란하기도 할 테고요.

연습을 하다 보면 좀 지치거나 힘들 때가 있는 법이라 좀 늘어지는 날도 있긴 합니다만, 그럴 때도 사부님의 움직임을 재현해야겠다고 노력하면 둔한 느낌이 좀 빠져나가긴 하덥니다. 전에도 깨달음을 얻어 보법을 고쳤을 때 아내님이 사부님 비슷한 느낌이 난다 했는데, 참 기뻤죠. 누가 봐도 '아, 박정수 사부님 닮았다'란 느낌으로 영춘권 하는 게 제 영춘권 인생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Neissy

..같은 걸 글 제목으로 해놓으면 영춘권을 독학하려던 분들이 찾아오기 쉽다 싶습니다만, 딱히 그 목적을 주로 두고 있는 건 아닙니다. 어떻게 말하든 독학할 사람은 독학하니, 이제 와서 뭐라고 더 말할 것도 사실 별로 없고요.

각설하고, 요즘 들어 제 영춘권 수련에 있어서는 기초를 다시 바로잡는 걸 중점에 두고 있습니다. 제 블로그 글을 계속해서 읽어오신 분들은 '아, 또 기초 이야긴가'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쩔 수 없어요, 연습은 본래 당연한 걸 당연하게 계속 쌓아가는 것인지라.

기초는 지금까지도 계속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또 새삼 바로잡는다고 말하면 여태까지 뭘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인가?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기초를 뭔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데에는 두 가지 정도 원인이 있죠. 원래 제대로 해야 했지만 배웠을 당시에는 그걸 수행할 만한 몸이 아니라서 타협하고 있었다거나, 혹은 사실 수행할 수 있었지만 상대연습을 하면서 피하고 맞추는 데 급급해서 은연중 틀어져 있었다거나.

어느 쪽이건 좋은 일은 아닙니다.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인식하게 되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바로잡아야 하죠. 왜냐하면 기초는 그냥 지나쳐가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 후에 이어지는 모든 것들의 발판이 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0층짜리 건물이 있다면 그 건물의 높이가 눈에 띄겠지만, 그 건물이 굳건히 서 있는 게 성립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면 자체가 안정적일 것이 필요하다는 것과 같죠.

그런 연유로, 그동안 사소하게 지나쳤던 모든 것들을 다 하나하나 고쳐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쓸 때에야 좀 틀어지더라도 어쩔 수 없는 게 있겠지만, 적어도 연습할 때에는 완벽한 정자세를 추구하려 한다고 할 수 있겠군요. 골반이 틀어지지 않게 한다거나, 어깨가 말리거나 뜨지 않게 한다거나, 등이 굽지 않게 한다거나.. '설마 여태까지 그런 거 신경 안 썼나' 하고 생각하신다면 물론 그런 건 아닙니다만, 한편으로 그걸 완벽하게 지켰느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좀 타협하고 있었다는 게 진실이죠. 계속해서 정자세를 유지하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고, 그러니 그걸 의식해서 계속 지키지 않으면 어느 순간 타협해버리고는 그 잘못된 자세를 정자세인 양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타협들이 나중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내죠. 적어도 제가 그 차이가 아주 크다는 걸 체감할 수 있는 레벨은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라고 하는 건 역으로 저랑 같이 연습하는 사람들도 그 차이를 인식할 수 있는 레벨이 되었다는 뜻이므로, 그 차이는 결코 작지 않은 게 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약간의 차이가 가져다주는 성과를 체감할 수 있기에, 그 약간의 차이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죠.

그래서 다시 돌아와 독학 이야기를 잠깐 해보자면, 기초는 어렵지 않으니까 기초만 대강 독학하겠다는 유의 사람이 종종 있는데 저로서는 기초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말릴 수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다만, 무술 덕후가 의외로 흔히 가질 수 있는 태도인 '기초는 너무나 중요하기에 나는 기초를 완벽하게 쌓으며 배워가겠다'는 입장에도 다소 회의적이죠. 왜냐면 어차피 초보 입장에서 기초를 완벽하게 쌓는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일단 몸 자체가 안 되고, 머리로 이해하는 것에도 그렇습니다. 운동을 계속하면서 쿵후가 쌓이면 동작 자체가 변할 거고, 또 계속함에 따라 몸 다루는 법에 대한 이해가 또 변하겠죠. 위에서 제가 '기초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면서도 타협해왔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그건 지금 와서 돌이켜볼 때 이야기지, 예전의 저는 그때의 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단 말이죠. 영춘권을 계속해오면서 몸 쓰는 법에 대한 이해 자체가 달라진 건데, 이건 한두 번 대오각성해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물론 뭔가 느껴서 변화할 때마다 나름 레벨업으로 계단식 성장을 하긴 합니다만) 수련하면서 계속 변해가는 겁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변해갈 테고요.

이렇게 변해가는 것에 대해서 전 '그때의 수준에 맞는 답이 있다'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의 모습이 최종적인 게 아니라고 해도, 결국 최선을 다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점점 더 완전해지는 것이지, 전에 걸 버리고 영판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비록 지금 하는 게 어차피 완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완전하지 않으니 대충 하자'는 태도로는 그 수준을 백날 가도 벗어날 수 없다고 할 수 있겠죠.

Posted by Neissy

아주 오랫동안 (한시적) 연재 중단 상태인 <탐정은 심판하지 않는다>를 간만에 읽어보았습니다. 글쓰기는 고되고, 피드백은 없어 상당히 지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요즘은 얀 트로닉의 다음 이야기들을 좀 더 적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다시 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조만간 다시 쓰기 시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성격이 아예 캐주얼 하드보일드로 (그런 용어가 있다면) 바뀌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 어차피 분위기가 중요한 소설이었지 추리 자체가 페어한 소설은 아니었으니 크게 상관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블로그에 제 글에 관심있는 분이 아직 오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Posted by Neissy

하루 개인수련시간은 대체로 2시간 반~3시간 정도입니다. 게임 시간을 포기한 덕분인데, 그래도 스파2 정도는 가볍게 해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사형과 하는 치사오는 일주일에 두 번 하는데, 할 때마다 한 시간 정도씩 하니까 개인수련에 추가되는 느낌으로 그럭저럭 나쁘지 않습니다.

요즘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은 보법입니다. 보법 수련량 자체를 늘리기도 했고, 기본 수기는 물론 당연히 연습하고 있습니다만 그걸 보법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정확히 말하면 몸 전체가 하나로 움직이도록- 하는 걸 중시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감각을 얻었는데, 덕분에 더욱 부드러워지고 안정적이어진 건 물론이고 더 빨라지고 강해졌습니다. 한 단계 도약할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더욱 신경쓰고 있지요. 역시 비법은 보법이었습니다.

보법에 이어지는 몸놀림의 연장선에서, 충권 느낌이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허공에 연환충권 5천번이 보다 깔끔해진 데다 별로 힘들지 않게 되었고, 월백에 칠 때 묵직함이 더 좋아졌습니다. 느낌이 좋아진 김에 촌경 연습도 다시 시작했는데, 충권보다야 확연히 약하지만 근거리에서 바로 때린다는 느낌이 보다 분명해져서 마음에 듭니다.

아마 월백 영향이 제일 크지 않을까 싶지만, 어깨와 팔이 조금 더 굵어졌습니다. 한 치수 더 올라가면 일반적인 기성복은 입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근육이 커지는 일은 최대한 피하고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커져버리는 건 뭐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최대한 상체에 부하가 안 걸리는 방향으로 가려고 합니다. 정말 강해지려면 그게 맞기도 하고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