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연습하고 계속 과제를 부여해 나아져 간다는 의미에서, 사실 신년 목표에 큰 무게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작년 초에 목표를 한번 설정해보니, 그 시점의 제가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돌이켜볼 수 있어서 나름 재미있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2022년을 맞이해 목표를 결산하고 재설정해봅니다.

우선 작년 목표..

1. 연환충권 5천번을 하고 나서도 전혀 힘들지 않은 몸이 되는 것은 꽤 이른 단계에 달성했습니다. 1만번을 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고, 그 시간에 다른 수련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5천번으로 고정했습니다. 5천번이라고 해도 월백치기나 다른 기술과 조합해 치는 충권도 따로 더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매일 치는 충권은 좀 더 횟수가 됩니다.

1-1. 월백을 최대한의 힘으로 치면서도 팔에 힘이 일절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은 어느 정도 달성하긴 했는데, 이 일절이란 부분이 어려워서, 실은 이건 얼마나 더 해도 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아주 충분하단 건 아니지만, 이건 졸업 가능한 목표는 아니란 건 알았네요. 다만 1과 연동해서 충권 자체가 훨씬 자연스럽게 되면서 느낌이 제법 바뀌었기 때문에, 어쨌든 스무스하게 더 빠르고 강한 게 가능해져서 좋습니다. 계속 정진해야죠.

2. 표지 치사오를 표지답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게 어떤 건지 감을 좀 잡긴 했는데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기까지는 역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계속된 수련과 치사오만이 답입니다. 몸 쓰는 법이 여태까지보다 한 단계 올라서야 하는데, 이건 깨달음을 얻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몸을 바꿔놓아야 하기 때문에 조급해할 일은 아니죠.

3. 충분히 빠른 발차기.. 는 전보단 좀 빨라졌는데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이쪽은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겠네요. 치사오 중에 발차기를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이쪽 비중이 낮은 원인이긴 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2022년의 목표는..

1. 충권을 보다 깔끔하게 칠 것 : 기본 중에서도 기본, 충권은 역시 제 로망입니다. 표지를 하는 단계에서 충권은 기술 상성상 그리 유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역시 충권이 강한 게 제 이상이죠. 어쨌거나 최종적으로는 표지의 원리를 녹여낸 충권을 하는 게 제 목표인지라. 월백에 치건 공중에 치건 다른 어떤 기술과 조합하건 빠르고 강한 충권을 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2. 더 빠르고 안정적인 보법 : 신년 목표라기보다 작년 중반 이후로 계속 목표였는데.. 더 자유롭고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이 되는 게 중요하다 싶습니다. 표지를 제대로 하려면 더 그렇고요. 보법 연습 횟수를 더 늘리기도 했습니다만, 실은 모든 움직임이 애초에 보법과 함께하고 있죠. 그 모든 것에서 안정적이면서도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게 목표입니다.

2-1. 작년에 이어서, 빠르고 안정적인 발차기 : 이게 굳이 말하면 보법과 이어지는 부분이죠. (그렇게 말하면 보법하고 안 이어지는 기술이 애초에 없긴 합니다만..) 발차기를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몸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읽히지 않는 발차기를 할 수 있도록 신경쓸 작정입니다.

이 외에도 각각의 기술마다 나름의 목표가 있고 그걸 계속 고쳐가며 연습해가고 있습니다만, 기초적인 부분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이것들입니다. 사실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말해도, 이게 바뀌면 다른 게 다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라 쉽다거나 수준이 낮다거나 하는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기반이 되는 것이기에 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죠.

계속해서 목표를 갱신해가는 맛을 알게 되면 개인연습은 일종의 게임과도 같아집니다. 업데이트가 끝이 없는 게임이랄지, 계속해가며 레벨을 올리는 맛이 삼삼하네요.

Posted by Neissy

초심자의 경우 동작 자체가 익숙하지 않아 움직임이 느립니다만, 좀 익숙해지고 나면 아무래도 동작이 빨라집니다.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어떤 경우엔 독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확인해서 조심할 필요가 있죠.

거듭 연습하다 보면 본래 동작은 빨라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동작이 제대로 된 상태에서 빨라져야지, 제대로 되지 못한 상태에서 빨라지면 안 된다는 겁니다. 동작의 수준이 사실 높지 않은데, 빠르니까 본인은 잘한다고 생각하게 되기 쉬운 점에서 외려 곤란하죠.

즉 영춘권을 하면서 당연히 빠른 움직임을 지향해야 하긴 합니다만, 빠른 움직임으로 때워서는 안 된다는 말이죠. 움직임이 정교하지 못하다면 오히려 느린 쪽이 나아요. 허점은 그대로 놔둔 채 조금 더 잘해 보이고 싶다고 빠르기로 얼버무리면 당장 눈앞의 상대에게는 조금 더 잘 통할지도 모르나 결국 본인의 향상이 없는 데다, 그게 그렇게 효율적인 동작도 되지 못해요.

본인이 생각하기보다 비효율적인 동작의 대표적인 사례가 힘을 쓰거나, 능력 이상으로 빨리 움직이는 경우입니다. 허점을 놔두고 있다는 점은 차치하고서도 결국 몸에 불필요한 경직을 준다는 뜻인데, 그게 바로 상대에게 읽히는 원인이 됩니다. 아무리 찰나의 순간이라도 흠칫 하고 동작이 매끄럽지 못하면 상대는 내가 뭘 할지 예측하고 반응하게 되죠. 그러면 깔끔하게 들어갈 수 없게 됩니다. 서로 억지가 좀 통할 만한 레벨끼리 그렇게라도 당장 싸워 이겨야겠다면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건 장기적인 미래를 바라보는 방식은 못 되죠.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내 움직임을 읽히지 않게 하는 게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볼 때, 그러기 위해 필요한 건 기본적인 것부터 자신의 움직임을 착실하게 가다듬어 숙련시키는 자세입니다. 속도를 (물론 파워도) 추구해야 하긴 하지만, 그게 억지로 짜내는 것으로 나와서는 안 됩니다. 반복과 숙련으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이어야 하죠. 자연스럽지 못하니 상대한테 읽히게 되고, 그에 반응한 상대도 그런 억지에 대항하겠다고 억지로 짜내면, 바득바득 투닥투닥 경직과 딜레이가 가득한 힘겨운 치사오가 되는 거죠.. ..그런 연습으로는 실력 향상이 아무래도 좀 어렵지요.

결국 치사오건 개인 연습이건 무얼 하든, 움직임이 애매한 부분을 대강 때우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어떤 동작을 하든 항상 신경 써서, 명확하고 정확하게, 잘 가다듬어진 자세로, 억지로 움직이지 않게끔, 스스로 계속 움직임을 확인하고 다듬어야 합니다. 그걸 계속해나가는 사람이 있고, 그걸 하지 않고 대강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크게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 양자간의 차이는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Posted by Neissy

이번 달부터 도장에 복귀했습니다. 개인수련은 꾸준히 해 왔고 앞으로도 변함없을 예정이지만, 역시 도장에서 교정하고 연습하는 시간이 아니고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만은 어쩔 수 없죠. 이제야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는 기분이라 즐겁습니다.

도장에 나가지 못하고 개인수련만 4개월을 해왔던 셈인데, 물론 저야 그 사이사이에 도장 사람들과 개인적으로 만나 치사오를 했기 때문에 순수하게 혼자서만 연습했던 건 아니므로 사정이 조금 다릅니다만, 어쨌든 사부님과 만나지 못한 기간이 4개월이나 된 건 처음이었고 이건 이것대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즉- 어쨌든 개인적으로 연습을 좀 해야 하는 부분도 무술에는 존재하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향상을 꾀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달까요? 무엇보다도, 혼자서 연습할 때 결코 대충 하진 않았지만, 사부님이 봐주실 때 잡히는 포인트와 엄격함이 다르기 때문에 도장에서 비로소 꽉 조여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하겠습니다.

일차적으로 앞으로 어떤 걸 목표로 삼아야 할지 좀 보였는데, 금방 되진 않겠지만 몇 년 안에는 가능해질 거라 생각합니다. 요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이 가능한 몸 자체입니다. 어떤 감각으로 몸이 움직여져야 할지 살짝 느낌이 왔습니다만, 이건 깨닫는다고 바로 될 게 아니라 계속해서 수련해가는 가운데 바뀌어갈 부분이기 때문에 역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위드 코로나로 인해 이제 도장 수련에는 별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다소 늦어졌던 발전 속도를 다시 좀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람직하네요.

Posted by Neissy

초보가 무술을 독학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려운 거야 뻔한 거지만, 그럼 역으로 숙련자가- 이를테면 10년 이상 뭐라도 배운 사람의 무술 독학은 괜찮은가? 하면..

솔직히 말씀드려 본인의 무술을 몇 년을 배웠건 간에, 배우지 않은 다른 무술을 독학한다고 말하고, 심지어 거기에서 성과를 낸다고 말한다면, 전 그 사람이 배웠다고 말하는 무술이 제대로 한 게 맞는지 심각하게 의심할 겁니다.

쉽게 말해, 무술을 배우는 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거죠. 기술을 어설프게 흉내내는 걸 지나쳐, 기술을 다듬어 숙련시킨 후 실제로 사람에게 쓰기 위해 대련을 통해 또다시 다듬어 나가야 하는데 이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거니와, 독학으로는 이중에서 초급 단계라 할 수 있는, 기술을 다듬어 숙련시키는 부분부터 이미 깔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독학으로 뭔가 했다며 성과를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사람의 기술은 숙련자가 보기에 이상하며, 적용 또한 억지인 경우가 태반입니다.

무술 초보가 굳이 독학을 하겠다고 할 때 할 수 있는 비판이 동일하게 들어갈 수도 있고요. 어차피 제대로 안 배우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서 익히는 이상 '그 무술'이라고 할 수 없는데 왜 굳이 '그 무술'을 하려고 하나요? 난 '그 무술'을 배우지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형태만으로도 제대로 '그 무술'을 재현할 수 있다니, '그 무술'은 그렇게나 만만한 것인가요? '그 무술'에 대해 이만저만한 실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애초에 숙련자라면 무술을 제대로 배우는 데 혼자 생각해서 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걸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령 그 차이를 최대한 줄여나간다고 해도 혼자 연구하는 것과 이미 시행착오를 다 거친 사람이 가르쳐주는 것에는 압도적인 효율 차이가 날 것이 뻔한데, 왜 굳이 한참 돌아가는(데다 제한적인 깨달음만 존재하는) 길을 택하나요. 동작 한두 개 흉내내서 적당히 만만한 사람한테 써서 먹힌다고 그 무술을 제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야 숙련자라면 알고도 남을 텐데요. 무술을 제대로 하는 길은 길고도 지난하고, 배운 것을 숙련시키고 다듬어 향상시키는 데에도 시간이 모자랍니다. 배우지도 않은 걸 하겠다며 한가한 짓을 하고 있을 시간 따위는 없어요.

뭘 배웠건 안 배웠건 상관없습니다. 독학 같은 거 생각할 시간에 뭐든 제대로 배우는 게 시간 아끼고 얼른 수준 올리는 길입니다. 인생은 영원하지 않고 갈 길은 멉니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