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잘 안 쓰고 있었습니다. 쓸 게 없다기보단, 쓰는 데에 의미가 있나 하는 마음이 들고 있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말하자면 제가 배우고 깨닫는 내용은, 이제는 블로그 같은 곳에 적기에는 어려운 내용이 되었다는 것이죠. 아는 사람은 별로 설명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하고,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설명해줘도 전혀 다른 개념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그렇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근래에 들어 그걸 좀 강하게 체감해버리는 일이 있어서.. 이런 게 큰 의미가 있나? 싶어졌다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글을 거의 안 적게 된 요즘입니다만, 그럼에도 영춘권 관련으로 찾아오시는 분들이 꾸준히 계시다 보니 뭔가 적을 수 있으면 적어보자는 마음도 들긴 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그냥 단상입니다.


- 피상적으로 무술을 하고, 하다 보면 언젠가는 될 거라는 마음으로 연습하면 안 됩니다. 왜 안 되는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하나라도 고쳐보려고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향상은커녕 점점 더 망가져갈 뿐입니다. 연습은 동작을 몸에 익게 하기 위한 것이니, 대충 하는 연습은 잘못된 동작을 몸에 익게 만드는 것입니다.

개인수련을 제가 중히 여기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도장에서 내가 무엇이 모자란지 잘못됐는지 알았다면 그걸 집중해서 고치고, 올바른 동작이 기계적으로 나올 수 있게 쌓아가야 합니다. 그게 쿵후고, 제가 영춘권만 하기에도 벅차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영춘권에서 고칠 것만도 산더미 같거든요.

- 연습을 왜 하는지 명확해야 하는데, 연습은 더 잘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 눈앞의 상대를 한 대라도 더 때리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강하다고 실감하기 위한 것이 아니죠. 그러므로 대련을 할 때는, 설령 내가 상대를 압도하더라도 내가 한 것들을 돌이키고 반성하고 고칠 것을 계속 찾아야 하고, 혹 상대에게 압도당하더라도 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고쳐가야 하는지 찾아가야 합니다. 거기에는 어떤 자만심도 승부의 쾌감도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면, 몸 쓰는 법이 확실히 바뀌고 있습니다.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감을 잡아가고 있달까요. 물론 머리로 알고 아직 몸이 안 되는 이런 상황은 영춘권을 하면서 계속되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인데, 그렇게 계속 발전해 가는 게 너무 즐겁고 재미있습니다.

즉 진짜로 힘을 뺀다는 게 무언지 조금 느낌이 오고 있습니다. 힘은 빼려고 해서 빠지는 게 아니라, 빠지게 되어서 빠지는 것이죠. 그러나 빼려고 하지 않으면 빠지게 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합니다. 힘을 빼는 것은 물렁한 것도, 느린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오히려 지극히 예민한 것이죠.

대강 그런 느낌의 몸..이 되려고 하고 있는데, '힘을 빼는 쪽이 더 강하다'는 말 자체는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그때 생각하던 것과 지금 생각하는 것은 사실 많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네요. 아마 나중에 더 수준이 오르면 또 좀 달라지겠지요.

Posted by Neissy

연환충권

영춘권/영상 2023. 3. 19. 16:13

최근의 도장 풍경입니다. 때리는 쪽이 저입니다. 사부님께서 인스타에 영상을 올리셔서 공유한 김에, 블로그에도 올려봅니다.

Posted by Neissy

카카오에서 메일이 날아왔는데, 갑자기 웬 약관을 개정했다더군요. 보아하니..

블로그 내에 어디든 카카오가 원하는 광고를 낼 수 있고, 그 수익은 자기들 마음대로이며, 그런 광고를 내보내는 것을 막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생양아치같은 개정안이더군요. 아니, 오는 분 광고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다녀가시라고 저도 광고를 안 달고 있는데 자기네가 무슨 광고를 단다는 건지.

실제로 어떤 광고를 어떻게 달지에 따라, 진짜로 네이버 블로그로 이동하는 것도 고려해봐야겠습니다. 한다고 하면 아카이브를 다 옮길 생각은 없고, 그냥 깔끔하게 새로 시작하는 형태가 되겠네요. 어떻게 보면 제 영춘권 역사가 담겨 있는 귀중한 블로그이긴 합니다만, 그거야 뭐 딱히 탈퇴 안 하고 그냥 놔두기만 해도 언제든 다시 볼 수는 있으니까요. 랄까 요즘 블로그 자체를 워낙 안 하고 있기는 합니다마는.

Posted by Neissy

- 테크니션 2에 들어서면서 (정확히는 테크니션 1 후반기 즈음부터) 하고 싶었던 움직임을 얼마 전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능숙하게 하려면 앞으로 더 신경 써서 연습해야겠지만, 우선 어떻게 해야 그게 가능해지는지 감을 잡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깨달음으로 움직임이 크게 변한다는 건 다소 무협스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깨달음을 얻고 나서의 10여분 동안 스스로 움직임이 크게 변하는 걸 느끼고 나니 그런 것도 가능하긴 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야 지금까지도 뭔가 깨달음을 얻고 움직임이 변하는 일은 있었습니다만, 이번처럼 크게 변화한 적은 없었거든요.

물론 이건 근본적으로 동작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단, 애초에 그 동작을 할 수 있었는데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아 스스로 가로막고 있었던 게 열렸다는 쪽에 가깝겠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것에 마지막 하나를 더 쌓아, 비로소 둑을 넘었다고 해도 좋겠고요. 개념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이걸 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었죠. 감각적으로는, 훨씬 교묘하게 쓸 수 있었던 걸 요령을 몰라 그간 좀 무식하게 운용하고 있었다는 느낌이기도 하네요. 알고 나니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데, 깨달음이란 대개 그런 법이죠.

- 이를테면 자유롭게 움직여도 그게 영춘권인 경지를 말한다면, 그건 영춘권이 녹아들었기에 아무렇게나 움직여서 형태를 무시해도 영춘권이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하고 싶은 대로 움직여도 이젠 영춘권의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해야 옳겠습니다. 마음대로 행동해도 도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건 뭘 하든 부도덕한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란 뜻과 같다고 봐야겠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끝없이 자신을 살피며 수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만큼 했으니 이런 수준의 동작은 잘못하고 있을 리 없어, 라는 마음 또한 버려야 하죠. 어느 만큼 세월을 보냈건 어느 만큼 시간을 들였건 스스로의 동작에 모자란 부분을 계속 점검하고 바꿔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그렇게 할 거야"라고 말하기는 쉬우나, 실제로 그렇게 하는 건 쉬운 일만은 아니죠. 말로는 청산유수인 사람들이야 많지만요.

- 취미생활이라는 측면에서, 무언가를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면 일단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맞습니다.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여러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초창기에야 자신보다 잘했을 다른 사람들은 사라지고 그 시점에서 끝나버린 사람이 되죠. 우선 계속하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단순히 계속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실력이 제대로 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결국 머리를 써야 합니다. 내게 지금 모자란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걸 채우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하는지, 치열하게 생각하고 신경 써서 연습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일단 계속하면 결국 언젠가는 뚫릴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런 부분에 머리를 쓰고 몸으로 수련해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은 결코 따라잡을 수 없을 겁니다. 영춘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경지는 생각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노력하는 사이 어영부영하고 있으면서 그걸 다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계속하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말은, 일정 수준 이상에 오른 사람이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말이겠지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