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의 떡밥이고, 사실은 이것도 좀 지나서 쉰 떡밥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좀 생각해볼 만한 구석이 있어 적어봅니다.

영춘권이 공격적인 무술이냐 방어적인 무술이냐.. 하는 걸 굳이 말하자면, 일단 그건 가르치는 곳마다, 또한 쓰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는 문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실은 이 부분을 먼저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같은 영춘권이라고 말해도 계파마다 형태나 용법이 다 조금씩 다릅니다. 추구하는 게 달라서 생기는 일인데, 여기는 이렇게 하는데 왜 저기는 저렇게 하느냐고 물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아, 다르구나, 하고 지나가야 할 일이죠.

물론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더 마음에 든다거나, 더 좋다고 생각되는 게 있기야 하겠습니다만,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해도 그건 그것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문제가 아니지요. 이건 내가 배우는 것에 있어 기준이 서고 그 안에서 옳고 그름을 가지는 것과는 다른, 타무술이나 타 계파에 대한 존중의 문제입니다. (당연히 사이비는 제외입니다. 그런 건 하등 존중받을 가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를 돌려서, 그럼 제가 하는 영춘권이 공격적이냐 방어적이냐 묻는다면.. 언젠가 내외가를 나누는 것에 대해 말한 바 있죠. 영춘권은 영춘권일 뿐이고, 내가권이어서 이렇다거나 외가권이어서 이렇다고 국한할 필요가 없다고요. 마찬가집니다. 무술을 하면서, 때로는 달려들어야 할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야 할 때도 있죠. 상황에 따라 올바른 판단을 하고, 배우고 연습한 대로 몸을 움직일 뿐입니다. 굳이 따져서 공격적이라거나 방어적이라는 라벨을 붙일 필요가 없는 거죠.

영춘권은 온전히 영춘권으로 이해하고, 연습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깨우쳐 가야 합니다. 무엇이 더 적합한 움직임인가? 어떻게 반응해야 옳은가? 어떻게 하면 더 몸을 잘 다룰 수 있는가? ..등을 생각해야죠. 공격적이라거나, 방어적이라거나, 그런 걸 굳이 따져서 뭘 하겠습니까, 그런다고 내가 해야 할 반응이 달라지는 게 아닌데요.

Posted by Neissy

기어이 유행을 따라 코로나 걸리고 말았습니다. 백신 맞고 컨디션 다운되는 게 싫어서 3차도 미루고 있었는데 코로나의 습격을 받아버렸죠.

감기로 격하할 정도는 아니고, 독감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백신 맞고 힘든 거랑 비슷했긴 한데 뭔가 더 심했다고 해야 하나.. 오미크론 증상으로 알려진 증상들 (몸살, 고열, 콧물, 기침, 일시적 후각상실 등)은 다 한 번씩 훑고 지나갔네요. 호되게 앓은 게 며칠, 완전 회복까지 2주가 좀 넘게 걸려, 증상이 시작된 지 근 3주가 지나서야 컨디션이 완전히 돌아왔습니다.

컨디션에 따라 수련메뉴를 정상, 난조, 최악으로 나누는데, 2주간은 난조였다고 하겠습니다. 어제가 되어서야 정상 수련메뉴로 돌아왔네요. (정상과 난조의 수련메뉴는 같지만 횟수가 다릅니다. 이를테면 정상일 때 연환충권 5천번이면 난조일 땐 연환충권 1천번만 치죠. 훑고 지나가는 정도로 반복수를 줄인달까요) 열이 39도까지 올라갔던 날이 최악이었는데, 그래도 그 날도 소념두 한 번은 했습니다. (아내님 말로는 이쯤되면 취미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결론은 무슨 상황에서도 침대에서 자기 몸을 못 일으킬 정도만 아니면 매일수련은 가능하다.. ....가 아니라, 코로나가 못 이겨낼 건 아닌 듯하지만 역시 꽤 아프고, 몸상태를 상당히 저하시키므로 안 걸릴 수 있다면 안 걸리는 게 좋겠다는 겁니다. 오미크론이 많이 순해졌다고는 해도 제법 매웠어요.

어쨌거나 종식이란 말을 좀 더 기대감 있게 할 만큼 코로나 시기의 끝이 다가오고 있긴 한 것 같은데, 모쪼록 여러분들은 아프지 않고 마지막까지 지나가시길 기원합니다.

Posted by Neissy

잡설

영춘권/수련단상 2022. 2. 12. 16:12

무술은 약한 자가 강한 자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라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전 강한 자가 더 강한 자를 이기기 위한 기술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약한 채로 누군가를 이길 수 있지 않으며, 누군가를 이기겠다고 생각한다면 당연히 강해져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 전 저보다 강한 사람을 이길 자신은 없습니다. 저보다 약한 사람을 이길 수 있겠죠.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하면, 누군가는 그럼 뭐 하러 무술을 배우냐, 약한 사람 이기는 거 누가 못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제가 말하는 '저보다 약한 사람'이란 건 모든 면에서 저보다 약한 사람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제가 추구하고 단련하고 수련한 영역에서 저보다 약한 사람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이죠.

조금 다르게 말해볼까요. 무술마다,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전략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타격을 잘하는 사람이 있겠고 그래플링을 잘하는 사람이 있겠죠. 타격을 잘하는 사람은 잡히고 꺾이는 상황을 피해 타격을 하고자 할 테고요. 그 와중에서 상대방보다 무언가 하나라도 자신이 나은 부분을 찾아 거기에서 승부를 거는 게 맞을 겁니다. 제가 말하는 '저보다 약한 사람'이란 건 그런 의미에서 저보다 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제가 하는 건 영춘권이고, 저는 영춘권이 좋습니다. 치사오 거리- 즉 상대방과 팔과 팔이 닿는 거리에서 공방하는 걸 저는 그럭저럭 괜찮게 할 수 있고, 따라서 제 전략은 여기에서 승부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보법 연습은 이것 때문이기도 한데, 상대방이 원하는 거리는 제가 원하는 거리와 늘 같은 것이 아니니 제가 좋아하는 거리를 만들어내려면 파고들거나 흘리고 빠지는 것도 할 수 있어야만 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도장에서도 자주 연습합니다. 중요한 연습이죠)

혹 영춘권이 강한 부분 이외에서도 강하고 싶다며 다른 무술을 함께 섞어 배우는 걸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게 높은 수준으로 가능하다면 좋겠지만 저처럼 하루 두세 시간 연습하는 수준에서도 충분한 연습량이 나올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서 제가 선택한 건 제가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의 수준을 확실하게 올려둔다는 겁니다. 이렇게 말하면 거창하게 들리지만, 한마디로 그냥 영춘권 하기만도 벅차다는 뜻이죠. (ㅋㅋ)

결국 이런 건 성향이긴 한데, 제가 기본기 연습에 투자하는 건 어쨌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가장 범용성이 높을 기술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술이야말로 충분히 강할 필요가 있죠. 연환충권만 매일 오천 번쯤 치고 있으면, 영춘권 펀치가 위력이 없다거나 하는 말은 나올래야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삼천 번 정도만 쳐도 괜찮습니다. 아니어도 천 번 정도는 해주는 게 좋고요) 기본 중의 기본 기술이 위력적이지 않다면 그 후에 전개될 어떤 기술도 위협적이지 않겠죠. 충권이 막히면 다른 걸로 바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충권으로 끝낼 수 있으면 그냥 충권으로 끝내버리는 게 이상적입니다. 이런 건 상대적인 문제라 위에는 또 그 위가 있는 법이라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만큼 해야 그다음을 논할 자격이 있겠죠.

사실 즐거워서 하고 있는 영춘권임에도, 세월이 흐르면서 뭔가 저도 영춘권과 관련해 뭘 증명해야 할 것만 같은 묘한 책임감을 느끼는데, 그렇다고 또 그렇게 거창하게 뭘 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 것도 같고, 어쨌든 계속 연습하고 무언가 연구해보고 그러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Posted by Neissy

매일 연습하고 계속 과제를 부여해 나아져 간다는 의미에서, 사실 신년 목표에 큰 무게를 두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작년 초에 목표를 한번 설정해보니, 그 시점의 제가 어땠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돌이켜볼 수 있어서 나름 재미있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2022년을 맞이해 목표를 결산하고 재설정해봅니다.

우선 작년 목표..

1. 연환충권 5천번을 하고 나서도 전혀 힘들지 않은 몸이 되는 것은 꽤 이른 단계에 달성했습니다. 1만번을 해도 괜찮을 것 같지만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될 것 같고, 그 시간에 다른 수련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5천번으로 고정했습니다. 5천번이라고 해도 월백치기나 다른 기술과 조합해 치는 충권도 따로 더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매일 치는 충권은 좀 더 횟수가 됩니다.

1-1. 월백을 최대한의 힘으로 치면서도 팔에 힘이 일절 들어가지 않게 하는 것.. 은 어느 정도 달성하긴 했는데, 이 일절이란 부분이 어려워서, 실은 이건 얼마나 더 해도 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이 아주 충분하단 건 아니지만, 이건 졸업 가능한 목표는 아니란 건 알았네요. 다만 1과 연동해서 충권 자체가 훨씬 자연스럽게 되면서 느낌이 제법 바뀌었기 때문에, 어쨌든 스무스하게 더 빠르고 강한 게 가능해져서 좋습니다. 계속 정진해야죠.

2. 표지 치사오를 표지답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게 어떤 건지 감을 좀 잡긴 했는데 자연스럽게 가능해지기까지는 역시 시간이 필요합니다. 계속된 수련과 치사오만이 답입니다. 몸 쓰는 법이 여태까지보다 한 단계 올라서야 하는데, 이건 깨달음을 얻기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몸을 바꿔놓아야 하기 때문에 조급해할 일은 아니죠.

3. 충분히 빠른 발차기.. 는 전보단 좀 빨라졌는데 아직 한참 모자랍니다. 이쪽은 좀 더 신경쓸 필요가 있겠네요. 치사오 중에 발차기를 할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게 이쪽 비중이 낮은 원인이긴 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2022년의 목표는..

1. 충권을 보다 깔끔하게 칠 것 : 기본 중에서도 기본, 충권은 역시 제 로망입니다. 표지를 하는 단계에서 충권은 기술 상성상 그리 유리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역시 충권이 강한 게 제 이상이죠. 어쨌거나 최종적으로는 표지의 원리를 녹여낸 충권을 하는 게 제 목표인지라. 월백에 치건 공중에 치건 다른 어떤 기술과 조합하건 빠르고 강한 충권을 칠 수 있도록 하려 합니다.

2. 더 빠르고 안정적인 보법 : 신년 목표라기보다 작년 중반 이후로 계속 목표였는데.. 더 자유롭고도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몸이 되는 게 중요하다 싶습니다. 표지를 제대로 하려면 더 그렇고요. 보법 연습 횟수를 더 늘리기도 했습니다만, 실은 모든 움직임이 애초에 보법과 함께하고 있죠. 그 모든 것에서 안정적이면서도 경쾌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게 목표입니다.

2-1. 작년에 이어서, 빠르고 안정적인 발차기 : 이게 굳이 말하면 보법과 이어지는 부분이죠. (그렇게 말하면 보법하고 안 이어지는 기술이 애초에 없긴 합니다만..) 발차기를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몸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좀 더 읽히지 않는 발차기를 할 수 있도록 신경쓸 작정입니다.

이 외에도 각각의 기술마다 나름의 목표가 있고 그걸 계속 고쳐가며 연습해가고 있습니다만, 기초적인 부분에서 달성하고 싶은 목표는 이것들입니다. 사실 기초적인 부분이라고 말해도, 이게 바뀌면 다른 게 다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기초라 쉽다거나 수준이 낮다거나 하는 의미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기반이 되는 것이기에 더 신경써야 하는 부분이죠.

계속해서 목표를 갱신해가는 맛을 알게 되면 개인연습은 일종의 게임과도 같아집니다. 업데이트가 끝이 없는 게임이랄지, 계속해가며 레벨을 올리는 맛이 삼삼하네요.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