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것만 하고 있는데도 요즘 집에서 수련 한 번 제대로 하면 2시간은 가볍게 걸립니다. 피곤할 때는 이 2시간이 상당히 부담스러우므로 피곤할 때용 30분짜리 메뉴도 있는데, 이건 뭐랄까 향상시키기보다는 말 그대로 잊어먹지 말라고 해주는 메뉴에 가까워서······. 물론 진짜로 몸 상태가 안 좋을 때는 소념두만 하고 잡니다만. (개인적으로 적고 있는 수련기 HWP에는, 소념두만 한 날은 수련한 날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보통은 소념두를 좀 하고 난 후 연환충권도 치고 기본 방어기술 및 충권 및 보법 등을 조합한 기술들도 조금씩 해두는데, 도장에 간 처음 2개월까지는 배운 것만 해도 비교적 여유가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가 않아요. 배운 것들이 점점 많아져서, 그걸 능숙하게 사용하고자 (도장에 1주 2회밖에 못 가니까, 집에서 수련 안 해두면 능숙해지기 힘듭니다) 연습을 하려면 하루 2시간으로는 이제 어림도 없습니다. 근데 2시간 이상을 영춘권 수련에 들일 수 있느냐? 하면 실제로 시간상으로도 체력상으로도 무리가 좀 있어요. 2시간쯤 끝내고 나면 시야가 이상하게 예민해지면서 가벼운 구토감을 느끼는, 반탈진 상태까지 이르고 있으니까요. 그야 뭐 이상적인 건 계속 쭉 해서 2시간따윈 껌으로 먹고 계속 시간을 들여서 3시간이고 4시간이고 하는 겁니다만 내가 본업이 영춘권이 아니니까······.

 따라서, 시간을 이제 슬슬 효율적으로 써야겠습니다. 해야 하는 기본 기술 /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기술 / 미숙해서 더 익숙해져야 도장 진도에 맞게 갈 수 있는 기술······ 등으로 나눠서, 이걸 하루에 나눠서 하든지 아니면 하루는 이걸 하고 하루는 저걸 하는 식으로 일주일 개념으로 돌아가며 수련하든지.

 그러고보면 러닝 같은 기초체력 단련도 좀 해야 할 거 같은데 이런 것도 일단 하려면 30분-1시간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거고, 영춘권 하기만도 벅찬데 이걸 다시 재개를 할 수 있으려나 없으려나. 기초근력단련이야 하는 데 시간 별로 안 드니까 부담없이 계속 하고 있긴 합니다마는.


 덧. 오늘 같이 도장 갔다 온 날은 집에서 또 수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집에서 하는 날은 일/월/화/목/금.

Posted by Neissy

 저녁을 먹고 후식으로 복숭아를 먹은 뒤 냉장고를 열어보니 아까 사온 콜라가 있고 전에 사둔 우유가 보였다. 이걸 사놓은지 꽤 오래됐지 싶어서 유통기한을 확인해보니 14일까지.

 "이거 유통기한 14일까진데? 오늘이 며칠이죠?"

 "몰라?" 어머니가 대답하신다.

 "이쪽에서는 달력이 안 보여서." 부엌에서 거실 쪽으로 이동해 거실에 걸린 달력을 보고 내가 말했다. "오늘이 10일인가?"

 "에엥?"

 거실에 누워 TV를 보고 있던 여동생이 이쪽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내가 달력을 보고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17일이지. 이거 우유 유통기한이 14일까진데 사나흘은 괜찮겠지 뭐. 내일 먹어도 될거야."

 "안되지!" 어머니가 말했다. "먹을려면 오늘 먹어야지!"

 "아 근데 되게 배불러서. 지금 먹기가 좀."

 그렇게 말하며 거실 테이블에 우유를 내려놓으니 그 우유를 들어본 어머니가 무게에 놀란다. 그야 거의 먹은 적이 없는 우유니까. 약간 멋적게 내가 말했다.

 "그거 운동하고 단백질 보급하려고 사놓은 거거든요. 근데 이번주에 몸이 별로 안좋아서 운동을 별로 못했더니. 아 그래."

 문득 나는 며칠 전 산 핫초코 분말이 생각났다.

 "코코아 좀 만들까요. 드실래요? 야 너도 먹을거?"
 "아니 난 엄마 꺼 좀 뺏어먹을래."

 동생이 답하니 어머니는 동생을 한대 가볍게 친다. "내껄 왜먹어 니가." 히죽거리며 내가 묻는다.

 "그래서 만들어 말어?"
 "반잔만~!"




그런 것입니다



 후기.

 어머니 "내거랑 선미거랑 다른게 뭐야?"
 나 "양이요."
 아버지 "양 다르네."
 나 "아버지도 좀 만들어드릴까요?"
 아버지 "아니 난 안 먹어."
 동생 "이거 맛있다~!"



 뭐 그런 풍경입니다. 내년 1월 8일이면 결혼할 여동생을 두고 이런 풍경도 이제 얼마 못 보겠지 싶어 적어둡니다. 그야 뭐 부모님하고 저 셋이서만 있어도 나름 이래저래 재미있게 지낼 겁니다마는.
Posted by Neissy

[PC] 문명5

취미생활/게임 2010. 10. 16. 16:52


순순히 리플을 단다면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Posted by Neissy

기초

영춘권/수련단상 2010. 10. 14. 01:13

사진은 며칠 전 학과실에서 찍은 것


 오늘은 드디어 도장에서 소념두를 끝까지 배웠습니다. 이 투로의 내용들을 실제로 쓸 수 있게 되기까지는 부단한 수련이 필요하고 또 실제로 도장에서도 투로의 식 하나하나를 여러가지 상황에 적용하도록 2인 1조로 수련합니다만, 어쨌거나 가장 기본이 되는 투로를 끝까지 배웠다는 건 뭔가 사람을 뿌듯하게 만듭니다. (3개월이 조금 안 걸렸네요)

 소념두는 기초죠. 그리고 기초는 가장 중요합니다. 기초가 중요하단 건 고급 기술을 익히기 위해서 밟아야 할 토대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고급 기술로 올라가도 결국 기초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수학의 기초인 사칙연산을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할 줄 알아야 고급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게 되는 것과 비슷하달까요. 그리고 소념두는, 도장에서 같이 수련하던 분과 그런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것만으로도 (물론 형 하나하나를 제대로 그리고 반사적으로 바로바로 쓸 줄 안다는 전제에서입니다만) 싸울 때 써먹을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가르친다는 건, 그게 가장 중요하고 핵심이라는 겁니다. 이걸 간과하면 어떤 무술을 배워도 결국 보기에만 화려하고 실제로 쓰지는 못하는 화권수퇴의 무술이 되어버립니다.

 이제 겨우 소념두를 배운, 잘날 것도 특별히 없는 인간이 기초를 강조하는 이유? 음, 전에 다른 무술을 조금 배웠을 때 -사실 제대로 깊이 있게 파고들질 못했습니다만- 그걸 아는 사람들에 대한 시범이나 대련 등에서 적용하며 느낀 게 아 정말 난 기초가 부족하구나 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보법이 안 됐죠. 보법 수련은 사실 재미가 덜한 편이기 때문에 수련이 소홀하기 쉬운데, 강한 하체와 올바른 보법은 움직임의 핵심이며 겨루었을 때 버티는 토대이고 펀치의 발사대입니다. 이게 부족하면 뭘 해도 제대로 나가질 않아요. 결국 그런 걸 느꼈기 때문에 영춘권 도장에 나가면서는 꾸준히 집에서도 보법을 수련하고 있는 것이고요.

 기초 이야기를 강조하는 이유 또 한 가지는, 사실 오후에 유학 관련으로 학교에 들렀다가 학과실로 찾아온 후배를 만났는데 이 친구가 검도를 배워서 무술 이야기로 나름 죽이 맞아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검도의 경우, 빠른 머리치기를 반복해서 시키는 것이 단지 빠르게 치는 것만이 아니라 그렇게 하면서도 동작이 흐트러지지 않는가를 스스로 점검해야 하는 건데 그러지 않고 대충 하는 사람들이 많다더군요. 빨리 타격대부터 치고 싶어하고, 기초 말고 화려한 기술을 원하고요. 그런 건 그런 걸 배울 만한 시기가 되면 배울 수 있게 됩니다. 지금 가르쳐주는 게 있다면 지금 그게 나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가르쳐주는 겁니다. 그걸 열심히 해야지요.

 기초가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를 꾸준히 계속 해서 숙달하는 것은 뜻밖에 어렵습니다. 잘 티가 나지 않고 지루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기초를 소홀히 해서 대가가 될 수 있는 일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가 흔들리지 않는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고급 기술을 배우더라도, 기초를 꾸준히 계속할 작정입니다. 나중에 심교나 표지 등의 투로를 배우고 그걸 능숙하게 할 수 있게 되더라도, 언제 어떤 때라도 가장 잘하는 건 아마 소념두가 될 겁니다.

 ······그 소념두를 바로 오늘 다 배웠단 말이죠. 으흐하하하하. 신났네 신났어.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