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 드로잉
마이크 마테시 지음, 박성은 옮김/비즈앤비즈

 이 책이 무엇인고 하면,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ㅡ라고만 적으면 좀 성의가 없는 말이 되겠지요. (...) 좀 더 자세히 말하면, 그림을 역동적으로, 힘 있게, 무게가 실리도록 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어떤 사물을 묘사함에 있어, 단지 외양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물이 가지고 있는 역동성 (이 책에서는 포스 force라고 그걸 설명하는데, 사실 적합한 국어 단어를 못 찾겠습니다. 역동성? 무게감? 힘?)을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지요.

 그게 대체 어떤 내용들이냐······ 를 설명할라치면 책 내용에서 설명하는 걸 여기서 그냥 설명하는 꼴이기 때문에, 이런 책은 한 권쯤 사는 게 좋다는 의미에서 내용을 다 설명하지는 않고 일단 목차만 옮겨보겠습니다 (사실, 왼쪽에 있는 표지만 보셔도 어떤 감각으로 그림을 그리라고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감을 잡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제 1장: 인체를 제대로 보기
포스 파악하기 / 인체의 주요 특징 / 방향 포스: 시작, 중간, 그리고 끝 / 적용 포스 / 리듬의 행로 / 리듬의 롤러코스터 / 포스의 주요 포인트

제 2장: 포스 있는 형태

원근법: 각도의 드라마 / 1점, 2점, 3점 투시 / 4점 투시 / 구조 / 표면선 / 포스 다듬기 / 공간개념 / 오버랩과 탄젠트 / 크기와 단축법 / 포스 있는 형태 실습

제 3장: 포스 있는 모양
실루엣 / 포스 있는 모양 / 포스 있는 모양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 모양의 해부학 / 직감 믿어보기 / 포스 있는 모양의 주요 포인트

제 4장: 옷의 표현
선의 질감이 드러나다 / 직물의 기능과 형태 / 모양의 다양성 / 포스 있는 질감의 주요 포인트

제 5장: 현장 보고
생생한 스토리텔링 / 내면의 생각, 외적인 직감 / 한 사람으로 상황 연출하기 / 여러 순간들 / 관계 / 군중 / 르포르타주 주요 포인트

제 6장: 동물 드로잉
비교해부학 / 동물원 가기 / 단순화된 물개 / 척행동물 / 지행동물 / 발굽보행 동물 / 영장류 / 새 / 동물 드로잉의 주요 포인트


 원래 이 책은 제가 그림을 좀 그리는 모 양에게 해부학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을 때 해부학보다 먼저 이런 책이 도움이 될 거라며 추천받았던 책인데, 읽고 나서 그림을 종종 그리며 그 때 그 조언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해부학적 지식이나 묘사는 물론 중요한 것이지만 (그래서 이걸 읽고 나서 해부학 책도 사 읽었지만), 세부적인 묘사보다 먼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힘의 흐름을 아는 것이며 그림 그릴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지요. 생명력으로 말하자면, 세부묘사는 굉장히 잘 되어 있지만 어딘가 평면적이고 힘이 없어 보이는 그림보다는 묘사가 오히려 정밀하지 않더라도 그림에 힘이 있고 무게가 있으며 생동감이 있는 그림이 생명력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런 연유로, 그림을 좀 더 잘 그리고픈 그림 초보자 여러분들께 추천합니다. 더불어 제가 이 책 읽기를 마치고 제 그림에 여기서 배운 걸 적용하기 시작한 건 금년 6월 이후의 일로, 카테고리 오리지널/그림 (클릭하면 이동합니다)에서 제 그림을 살펴보시면 그 전과 후에 다소 변화가 생겨났음을 아실 수 있으실 듯합니다.
Posted by Neissy

 장염에서 어느 정도 살아나서 소념두를 해보니 다리에 힘이 없는 게 느껴집니다. 장염 걸리면 몸이 삭는다더니 그 말이 정녕 사실이었구나..! 예전에 손에 6주 기브스 했다가 푸니 손이 말도 안 되는 가동력 및 형편없는 악력을 보여주었던 때만큼 충격이진 않지만 이것 참 슬픈 일이네요. 매일같이 최고치로 수련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이라도 계속 올라가도록 해왔건만. 이래서 몸관리는 평소 제대로 해야 했던 것인데 누굴 탓하리.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오늘부터 다시 수련 재개합니다. 어차피 쿵푸란 한두 달로 쌓는 건 아니지. 후우.

 다리 이야기인데, 도장에서 연환충권을 할 때 가끔 사부님이 연환충권을 치는 타점에 손바닥을 대고 이쪽을 향해 밀고 들어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 경우 (저를 비롯한 초심자들은) 상체가 젖혀지지 않으려고 팔꿈치를 굽히면서 치게 되는데, 그러면 사부님은 "팔꿈치를 펴세요"라고 하시죠. 밀고 들어오는 손바닥을 (이쪽의 팔꿈치를 쭉 뻗으며) 쳐서 밀어내려면 필요한 것은 상체의 힘이 아니라 하체의 쳐올려주는 힘이라는 걸 그럴 때 확실하게 느끼게 됩니다. 상대의 손바닥도 못 밀어내는 펀치가 상대의 몸을 쳐내고 쓰러뜨릴 수 있을 리 없는 법이죠. 그래서 그런 식으로 하체에 힘 확실하게 주고 연환충권을 하면 또 금방 지치게 되는데..! ..아무튼 갈 길이 멀긴 멉니다. 영춘권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걸 당연히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지만, 뭐 목표를 분명하게 두면 둘수록 그걸 더 잘 이룰 수 있는 법이니까.. 아무튼 몸 만들기의 기본은 하체입니다, 하체.
Posted by Neissy

 제 상태가 어떠하였는가에 대해 조금쯤 궁금해하시는 분도 있을 줄로 생각되므로 좀 적어봅니다.

 발단은 목요일 저녁부터였습니다. 저녁을 먹고 트림이 좀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때는 별 이상을 못 느꼈습니다만 점점 뭔가 안 좋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빈도도 점점 많아지고 속도 점점 부글거리기 시작했고요. 안 좋았어요.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안 좋다는 사실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죠. 그리고 자정이 될 무렵에는 속이 확실히 더부룩하고, 얹힌 느낌이 나더랍니다. '이런, 체했나?' 싶어서 일부러 토해볼까 했지만 먹은 게 아까워서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ㅡ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이 때 토했어야 옳았습니다만.

 어쨌거나 몸 상태가 안 좋다 싶었으므로 자정이 되는 시점에서 일단 냅다 잠자리로 이동. 잠들면 안 아프다! 잠들면 아픔도 잊는 법이지! 이 목요일 자정으로부터 금요일 아침에 이르기까지, 반은 잠들고 반은 열에 들끓는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전에 식중독(이라고 생각한 증상에 시달렸던) 때와도 비슷했군요. 구역질 - 설사 - 고열 (물을 마셔도 잠시 후 입술이 마를 정도의) 등. 하지만 이번은 예전에 아팠던 때와는 달라서 그럭저럭 참을 만은 했습니다. (그땐 말 그대로 하루가 날아갔었죠) 숨이 가빴고 열이 올라 힘들긴 했지만 어쨌거나 아침이 되어서는 학교에 출근할 수는 있을 만큼은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 갔는데, 가는 것만으로 (가는 데 1시간 30분이니까) 사실 겨우 모아둔 체력을 다 소모해버렸습니다. 원래 내렸어야 할 정류장에서 내리지 못해서 돌아서 가는 바람에 더 늦게 가버렸다거나 하는 사소한 에피소드는 그렇다 치고, 여하간 뭘 할 만한 힘이 없었습니다. 금요일이라 거의 교수님들이 안 나오시는 날이라 일이 별로 없어 다행이었죠. 그나저나 학교에 나가기는 했고 일이 별로 없다 쳐도, 그렇게 숨을 골골대면서 저녁 6시까지 있어야 한다니 참 암담한 일이더군요. 의자에 앉아 존다고 해도 침대에 누워 있을 때와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서, 몸 자체가 계속 뻐근했습니다. 목 뒤와 어깨가 쑤신다고 한달까 뭐랄까.

 그런데 웬일로 아주 다행인 일이 있었습니다. 금요일에 잘 나오시지 않으시지만 가끔 나오는 어느 교수님이,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학회실에 들렀다가 다 죽어가는 제 모습을 보시고는 일찍 조퇴하라고 절차를 밟아주신 것이지요. 그때는 전 장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체한 것 같다고 하긴 했었습니다만 확실히 그 때의 제 모습은 누가 봐도 좀 아파 보이긴 했을 겁니다. 일단 숨부터 가빴으니. 뭐 그런 연유로 집에 가서 쉴 수 있게 되었는데ㅡ 정말 다행이었지요.

 집에 돌아와, 사혈이라고 몸을 침으로 따고 부항으로 혈전 뽑는 게 있는데 그걸 했죠. 체한 거라면, 낮에 이걸 하고 나면 저녁에는 뭘 먹어도 좋을 정도로까지 회복됩니다. 그런데 그러고 잤는데 밤에 일어나도 몸이 영 안 좋더군요. 그 시점에서 이건 아무래도 체한 게 아니라는 게 분명했습니다. 뭔가 다른 거였는데, 여기서 비로소 저는 식중독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음, 머리가 좋아야 몸이 고생을 안 한다던 옛말도 있는데 참 뭐랄까.

 아무튼 굶고 자고 폭풍설사하며 이틀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갔다ㅡ 는 스토리면 참 좋겠습니다만, 이날은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그게 뭔고 하니: 친구 결혼식 참석. 교회에서는 하나뿐인 동갑내기 친구(♂)의 결혼식이었던지라 참석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여 참석하러 가는데.. 차에서 난방을 하고 시끌시끌한 소리 때문에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토할 뻔했습니다. 몸이 왜 이렇게 맛이 간 거야.. 하고 저주받은 육체를 한탄하며 결혼식에 참석. 축하하고 사진찍고. 고기초밥이 가득한 파라다이스를 눈앞에 두고 전복죽이나 먹었습니다. 정확히는 전복죽을 빙자한 계란죽이었다 싶습니다만. 초밥도 좀 먹어봤습니다만 도저히 속에서 안 받아줘서 눈물을 머금고 단념.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병원 들르고, 장염 진단 받고, 약 받고, 약 먹고 스프 먹고 자고 포카리 스웨트 마시고 .. 등을 반복하며 어제까지를 보냈습니다. (뭐, 예배 정도는 참석했습니다만 원래 하던 성가대 등은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빠졌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되어서야.

 점심이 되기 전, 일이 있어 들렀던 도서관에서 얻어온 꽈배기를 시험삼아 먹어보았는데 구역질이 안 나더군요. 옳거니 이렇다면 가능성이 있겠어. 하고 점심에는 기분 좋게 곰탕을 먹었습니다. 그걸 먹은 게 낮 12시 경이었는데, 오랜만에 식사다운 식사를 해서 그런지 이 글을 적는 4시 30분 즈음까지도 더부룩하니 배가 부르네요. 죽이나 국이나 스프 같은 거야 물론 음식은 음식이지만 식사다운 식사는 아니잖아요?

 물론 지금 배가 더부룩한 건 곰탕도 곰탕이지만 그걸 먹고 나서 후식으로 해치운



더블 쿼터 파운더 치즈 버거
아니 저 이거 진짜 환장하게 먹고 싶었어요
오늘 학교 오는데 누가 전철 맞은편에서 무가지 읽는데 그 무가지 1면 광고가 이 버거였음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양배추가 안 들어 있는 건 아쉽지만 두꺼운 패티와 그 패티가 두 겹이라는 점 그리고 치즈맛도 제법 잘 어우러지면서 한 입 베어물면 육중한 쇠고기 향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야채 부족의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누가 뭐래도 이건 고기 중시 버거지요. 음. 맛있었어요.


 그러니까 저는 여러분도 오늘 저녁엔 가서 햄버거라도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오호호.
Posted by Neissy

 어제 하루종일 앓았습니다. 체한 줄 알았는데 너무 안 낫더군요.

 오늘 친구 결혼식이라 일어나 다녀오고 다녀오는 길에 병원 들렀습니다. 주사 맞고 약 받았습니다.

 좀 나아지긴 했는데 일어나 있으면 머리가 멍하고 누우면 구역질나는 건 여전하네요.

 아 체력 깎인다..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