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인즉슨, 젠하이져 HD238의 사운드에 불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HD238의 감상기에도 적어놓았듯, 오픈형인 HD238은 소리가 완전히 밖으로 다 새어나가는, 그냥 귀에다 스피커를 달고 다니는 듯한 형태인지라 아웃도어형임에도 불구하고 외출할 때 쓰기가 영 불편했습니다. 바깥 소리가 거침없이 다 들어오는 탓에 볼륨을 좀 높여야 하는데, 거침없이 들어온다는 건 거침없이 나간다는 뜻이기도 해서 제가 바깥 소리가 안 들어올 정도로 볼륨을 올리면 버스나 전철의 옆사람은 그걸 다 듣게 되는······ 양식 있는 현대인←으로서 바깥에서는 사용하기 좀 힘든 헤드폰이었던 것이죠.

 그러한 연유로, 저의 두 번째 헤드폰은 반드시 밀폐형이어야만 했습니다.

 라고 해도 사실 별로 고민 안 했는데, 제가 젠하이져 다음으로 좋아하는 브랜드가 AKG입니다. (좋아할만한 이유가 뭐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이미지가 제 안에서 좋습니다) AKG의 10만원대 밀폐형 헤드폰 하면, 역시 K450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K450을 주문했는데······, 했는데,


품절의_흔적.jpg
아놔 품절됐으면 올려놓질 말란 말이야. (...)

 주문하고 나니 물건 없다며 취소되기를 반복한 끝에, 전화까지 해서 물건 있냐고 확인절차까지 마치고 거기서 딱 1개 (!) 남았다는 K450을 겨우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거 왜 이렇게 인기가 좋은 거야······.



실로 우여곡절 끝에 구입한 K450.




위아래 종이 지퍼를 뜯어내고 개봉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들어있는 파우치는 하드케이스. 헤드폰의 접이식 구조가 휴대를 굉장히 용이하게 만들어줍니다.
HD238도 휴대성이 아주 나쁜 건 아니지만, K450과는 비교할 수 없죠.




휴대를 용이하게 해주는 또 하나의 이유: 케이블이 분리형입니다.

 하지만 분리형이라고 해도 저렇게 단자에 튀어나온 부분이 있어서 일단 꽂은 후 90도 돌려주면 완전히 고정되어 빠지지 않기 때문에 확실히 고정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리형이 좋은데, 대개의 이어폰/헤드폰 고장은 케이블 단선이기 때문에 고장나도 케이블만 구하면 되는 이런 형식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헤드폰 하우징에 그릴이 보이는데, 저건 단지 디자인을 위한 것이며 (뜯어본 어느 사람의 말에 의하면) 내부는 확실하게 막혀 있는 밀폐형이라고 하더군요.




착용샷: 이거 헤드폰 크기가 상당히 작습니다. 저거 헤드밴드 조절을 거의 끝까지 다 늘린 겁니다.
머리가 많이 크신 분이라면 이 헤드폰을 사용하는 데 애로사항이 꽃필 지도······.


 착용감은 약간 조이지만 불편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이어패드도 촉감이 썩 괜찮은데, 밀폐형이기 때문에 유닛을 귀에 붙여보면 진공처럼 달라붙는 감각이 듭니다.

 그리고 음 성향은······ 기본적으로 올라운드형이긴 한데, 고음보다는 저음 쪽이 좀 더 강합니다. (비교대상은 HD238입니다) HD238이 오픈형이었던 만큼 공간감이 비교적 넓은 편이었다면 K450은 훨씬 좁은 공간에서 울린다는 느낌이고요. 저음도 좀 더 웅웅거리는 감이 듭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향만 따진다면 음 자체는 HD238 쪽이 더 편안합니다만, 전철에서는 도저히 못 듣는다는 치명적인 문제 (...) 및 최고의 휴대성이 K450을 HD238과 함께 쓰도록 만들어줍니다. 집에서는 HD238, 바깥에서는 K450이라는 느낌으로 돌릴 듯 싶네요.

 저항값이 둘 다 32옴인데 K450이 HD238보다 훨씬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밀폐형이라 소리가 갇혀서 대부분이 다 귀로 들어오기 때문이려나. 소리가 갇힌다니 하는 말인데, 차음성 자체는 꽤 괜찮습니다. 이걸 쓰면 바깥 소리 자체가 좀 막혀서 잘 안 들리고, 한꺼풀 정도 너머에서 소리가 넘어오는 느낌입니다.

 여하간, 결국 사버렸네요, 밀폐형 헤드폰.
Posted by Neissy

 중심에서부터 중심으로.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내 중심을 지킨다.

 비단 영춘권만이 아니라 다른 어떤 일들에 있어서도 해당되는 원리가 아닐까.
Posted by Neissy

 앨범 사면 주는 브로마이드가 세 장.
 여동생이 들어와 소시 브로마이드를 보며 말했다.

 "오빠는 소시를 좋아하는구나."
 "아녀, 그냥 노래가 좋아서."
 "요즘 노래 별로던데?"
 "그건 그렇긴 한데."
 "노래도 별론데 왜사ㅋ"
 "그, 그것은!"
 "오빠는 소시 이미지를 좋아하는거야."
 "아, 아냐, 아니라고!"
 "소시 이쁘지. 나도 좋아해."
 "으윽, 난 소덕이 아니야!"

 동생은 풋 비웃었다.


 ······좀 전에 있었던 실화. (먼산)
Posted by Neissy

 참신한 설정이 아니다. 좋은 문체도 아니다. 탁월한 묘사력도, 생동감 있는 인물조차도 1순위는 아니다. 글을 쓸 때 정말 필요한 것은, 그 글이 보여주는 '이야기'가 독자의 마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감동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로지 작가 자신의 내면, 삶, 인생을 보는 시각으로부터만 나온다. 그것이 재료다. 처음에 열거한 모든 것들은 그저 양념이다. 재료를 맛나게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양념이 쓰레기 수준이라면 좋은 재료가 망가질 수 있으나 그렇다해도 그것은 먹을 수 있다. 그러나 재료 자체가 쓰레기라면 아무리 양념을 퍼부어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때 돌았던 이야기처럼, 똥맛 카레는 먹을 수 있어도 카레맛 똥은 먹을 수 없다.

 좋다. 나는 지금 플롯에 매달리고 있다. 좀 더 좋은 설정을 가지고, 교묘한 짜임새와 제법 괜찮은 반전을 내어보려하고 있다. 물론 나 자신이 알고 있다. 그것은 양념이다. 잘 못 만드는 양념으로 괜히 재료를 버리는 것보다는 그보다는 덜 고급스럽더라도 내가 잘 만드는 양념으로 재료를 잘 살려내는 것이 낫다. 어쩌면 나는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는지 모른다. 사실 언제나 그렇다. 어깨에 힘을 뺐다고 생각해도, '어깨에 힘을 빼야지'라고 생각할 때는 항상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탐정은 죽지 않는다>가 별로 팔리지야 않았지만 평은 좋았기에 그 이상을 보여주겠다고 너무 힘을 넣고 있다. 그 결과 1년이 지나 11월 중순이 다 되도록 플롯을 완성하지 못했다. 좀 더······ 내가 잘 쓸 수 있는 방식으로 가보는 게 좋을듯싶다. 하루이틀을 끙끙대는 정도가 아니라 몇 개월을 끙끙대는 것이라면 이건 내 능력 이상의 물건을 내가 시도하려 한다는 뜻이다. 적어도, 지금 수준에서는 도전하기 좀 벅찼다는 뜻이겠지. 앞차기가 안되는 사람이 날아차기가 될 리 있나.

 나는 내 글이 '장르'문학보다는 장르'문학'으로 받아지길 바란다. 지금 읽고 십 년 뒤에 읽으면 '이거 그땐 참 재미있었는데······'라는 반응이 나오는 게 아니라 '지금 읽어도 좋네'라는 반응이 나오길 원한다. 그런 글을 원한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지 않은가 싶다. 안 되는 반전에 목매달 게 아니다. 애당초 나 자신이 반전이 쩔어주는 걸 봐도 '흠 그렇군' 하고 마는 사람인데.

 ······뭐 이러니저러니 말했지만 적들에게 너무 빈틈이 없게 만들어놔서 고생인게지. 좀 더 빈틈을 만들어서 수월하게 파고들어갈 수 있도록 해봐야겠다. 증거가 나올 구석을 너무 없애버렸어, 아무리 봐도.
Posted by Neiss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