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글루를 밸리를 통해 순회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그런 사람이 꽤 있으리란 걸 알기 때문입니다. 모처럼 '새 글이 떴구나!' 싶어서 찾아갔는데 있는 게 한줄글이라거나 하면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죠. 한줄글이 꼭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블로그 특성상 한줄글을 자주 올리는 것보다는 이야깃거리를 모아서 한 번에 쏟아내는 게 더 보기 편하잖습니까? 결국 저는 글을 올린다는 행위에 뭔가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차피 글을 올리는 김에, 최근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간략히 적어나 볼까 합니다.


1. 글쓰기 : 드림워커에다 19일에 연재개시를 공언했기 때문에 그 때까지 어쨌든 연재가 가능하도록 애쓰는 중입니다. 오늘 보니 드림워커 접속이 안 되어서 '앗싸, 못 들어와서 못 올렸습니다'라는 핑계를 준비할까 생각중이었는데 알고 보니 단순 도메인 불량이었더군요. 그래서 실은 접속이 되고 있습니다. 핑계를 써먹을 만한 상황이 아니라 더없이 안타깝습니다. 피할 길이 없네요그려. 19일까지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겠군요. 그래도 19일이 23시 59분까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이번 글은 출판사에 좀 찔러 볼 생각입니다.

2. 바이올린 : 월요일에 연습을 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세 시간을 했습니다. 사실 이것 자체로는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즐겁다는 뜻이니 좋습니다만, 위에 써 놓은 '19일까지 연재 개시하겠습니다'가 문젭니다. 이렇게 시간을 들이다가는 글을 19일까지 개시할 수가 없어요. 아, 물론 그 날 올릴 분량 자체야 예저녁에 썼지만 저는 에피소드 하나를 다 써야 글을 올리는 사람이라서. (사실 챕터 제목도 일단 챕터 다 쓰고 정합니다) 여하간 다음 주부터는 연습해야겠죠.

3. 소라게 : 예전에 길렀던 애완동물입니다만, 초딩애들 다 그렇듯이 처음에만 예뻐하다가 나중의 무관심으로 죽였죠. 이번에 다시 기르기로 했습니다. 딸기 소라게 큰 거 하나, 화이트와 러그 소라게 중간으로 하나씩, 그리고 러그 또 한 마리 작은 녀석. 온도와 습도가 생활 환경에 중요한 녀석들입니다. 이것저것 환경 맞추고 필요한 걸 맞추느라 초반 자금이 조금 들어갔습니다만, 여하간 (적어도 아직까지는) 잘 살아주고 있어서 기쁩니다. 다만 문제는 이놈들이 야행성이라 낮에는 자다가 밤에 부스럭거립니다. 저도 늦게 자는 편입니다만 자다가 이 녀석들 소리에 가끔 깼어요. 요즘에는 이 소리에 익숙해졌는지 잘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만. (사실, 당구장에서 알바할 때도 그 다마 부딪히는 딱 딱 소리에도 개의치않고 잤으니 뭐)

4. 신발 : 나이키 에어 쇼우리를 샀습니다. 원래 날렵한 디자인 + 무게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가벼움 + 잘 미끄러지지 않는 마찰력 + 그렇다고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 신발을 원하기 때문에 시장표는 만족할 래야 만족하질 못하는 사람이지요. 항상 신발을 메이커의 러닝화에서 구합니다. 굳이 말하라면 스프린트화죠. 예전에 샀던 나이키 에어 카타나가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 이후 매장엘 가도 마음에 드는 모델이 없어 몇년이나 방황했습니다만 드디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을 찾아냈습니다. 딱 좋습니다, 딱 좋아요.

이게 4년 전 오늘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3월 18일이었군요) 구입한
에어 카타나. 팔만 오천원짜리였습니다.


그리고 이게 금요일에 구입한 에어 쇼우리입니다.
이쪽은 칠만 구천원.


에어 카타나의 사진을 제대로 찍어 둔 게 없기 때문에 그 때 그렸던 일기의 그림으로 대체했습니다. 사실 그 때 산 에어 카타나가 워낙 디자인으로도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이번 에어 쇼우리는 그것보다는 덜 마음에 듭니다만, 그래도 요 몇 년간 다른 메이커의 러닝화 (아디다스와 리복)만 신어 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히 마음에 듭니다.

덧붙여 신발 설명서의 취급 주의사항에 재미있는 항목이 있더군요: "착화전 발톱이 길거나 짧으면 운동 및 보행시 부상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라니, 발톱까지 신경 쓰는 이런 세심함이 참 놀랍군요. 아니면 비바 아메리카, 누군가가 신발 때문에 발톱을 다쳤다며 소송을 건 일이라도 있었을지도. (...)


오늘 포스트는 이 정도로 마쳐 보죠. 사실은 맨 위의 문단 하나만 올리고 말 포스트였는데 결국 보니 꽤 많이 썼네요. 이것도 병이야, 병.
Posted by Neissy
손도 나은 김에 (라기보다 정직히 말하면 글쓰다 머리 아파서) 한 번 그려 보았습니다.

이 아가씨가 바로 기프트의 히로인, 에이레네 키르헨펠 양



이건 채색 버전



물론 사용 도구는 오로지 마우스였음을 밝혀 둡니다. 덕분에 그리는 데 시간 좀 들었지요. (...) 사실 채색 버전도 나름대로 마음에 들긴 하는데, 채색하기 전에 느끼던 '그 삘'이 아니라서 이거 참.. 그래도 오랫동안 그림 안 그린 거에 비해서는 그리 결과물이 나쁘지 않아서 그럭저럭 만족입니다.

※ 07-03-15 19:40 수정: 스케치와 채색을 조금 고쳤기 때문에 그림을 다시 올렸습니다.
Posted by Neissy
과학자들, '나쁜 기억'만 골라 지우기 성공했다


나쁜 기억만 골라 지워 주는 시대 열린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기억은 있다. 그러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떨쳐버리려 애 쓸수록 더 끈질기게 머릿속을 맴도는 것이 나쁜 기억의 속성이다.

11일 네이처 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뉴욕대학교의 조셉 드루 교수 등 연구팀은 쥐들에게 공포의 기억 두 가지를 심어주었다. 두 가지 톤의 음악을 들려주는 동안 전기 충격을 줘서 그 음악들을 무서워하게 만든 것.

그런데 절반의 쥐에 제한적 기억 상실을 유발하는 특정 약물을 주입한 채 공포의 음악 중 하나를 듣게 했다. 그 결과 이 쥐들은 약물의 영향 아래에서 들었던 음악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또 다른 음악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는 점이 특별히 주목할 대목이다. 과학자들은 다른 기억을 놔둔 채 하나의 기억을 지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약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조셉 드루 교수 등은 다른 기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특정 기억에만 간섭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고 싶어 했고 그 실험에 성공한 것이다.

드루 교수의 이번 실험은 뇌의 편도(amygdala)의 기능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무서운 기억이 생성될 때 편도 속 뉴런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는데, 이번 실험에서는 약물 투여 쥐의 경우 그 상호작용 수준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포의 기억과 공포에 떠는 반응 사이의 연결을 끊는 것이 아니라 무서운 기억을 실제로 지울 수 있음을 보여준 이번 실험 결과에 대해 한 과학자는 미래 정신과 치료의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라 평가했다.

이번 논문은 ‘네이처 신경과학 ’에 실렸다.

이나무 기자 (저작권자 팝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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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드 님의 이글루에서 나쁜 기억을 골라 지운다고?.. 라는 포스트를 보고 기사를 찾아보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이미 갖고 있는 기억 중에서 좋지 않은 기억만 골라서 제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 같지만, (적어도 기사 내용만으로는) 자세히 살펴 보면 이야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이것이 아직 사람이 아닌 쥐에게 실험한 내용이라는 건 둘째치고, 이 나쁜 기억이라는 게 통상 말하는 나쁜 기억과는 좀 다릅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나쁜 기억이란, '음악을 들려주는 동안 전기 충격을 줘서 그 음악들을 무서워하게 만든 것'을 말합니다. 이건 그 음악 자체가 공포라기보다 음악이 들리면 전기 충격이 오는 걸 알게 되어 두려워하게 되는 일종의 학습효과입니다. 그리고 '제한적 기억 상실을 유발하는 특정 약물을 주입한 채 공포의 음악 중 하나를 듣게' 하는 것으로써 이 음악이 더 이상 두렵지 않게 했다는데, 이건 다른 의미로 생각해 보면 음악이 들릴 때에 충격이 찾아온다는 학습효과를 상실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기억은 어떤 의미에서는 학습입니다. 그러나 저 경우의 공포의 기억이란 파블로프의 개에서 보여준 것 같은 아주 기초적인 학습이로군요. 실제 인간의 심리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만한 기억은 저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약물을 주입한 채 그 상황 (예시에서는 음악)을 반복하되 공포 (예시에서는 전기 충격)는 반복되지 않는 상황을 다시 만들어내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건 저 실험을 한 과학자들도 잘 알고 있겠지요.

이건 MIB에 나오는 기억제거기와는 다릅니다. 인간의 기억 영역을 찾아내 그 중에서 불필요한 부분을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어 버리는 어떠한 학습효과를 상황 재현에서 상실시키는 방법입니다. 그러니 세뇌에 악용될 수 있다거나 좋은 기억도 없앨 수 있다거나 하는 건 이 실험을 보고 도출할 수 있는 우려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싶군요. 사실 저로서는 이게 몸의 반사적인 반응을 제거하는 일로 보일 뿐, 정말 '기억'에 손대는 건지에는 글쎄요입니다. 음악이 들릴 때 전기충격이 찾아와 음악을 무서워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이를테면 살인을 눈앞에서 봤다거나 강간을 당했다거나 하는 '기억'을 저 방법으로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리고 덧붙여 저 '약물'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제한적 기억 상실을 유발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는 뇌에 손상을 가하는 것이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거 당연히 부작용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결론은, 이번에도 기사 제목이 낚시다? (...)
Posted by Neissy

창가의 토토
구로야나기 테츠코 지음, 김난주 옮김, 이와사키 치히로 그림/프로메테우스

이 책을 언제, 그리고 어떤 이유로 샀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이와사키 치히로 씨의 그림이 예뻐서 끌렸던 것만은 기억이 납니다만, 뭐, 문득 집어들어 보고 마음에 들었겠지요. 이 책은 구로야나기 테츠코 씨의 어린 시절을 그 당시 토토 (테츠코 씨의 어릴 때 이름이랄까)의 시선에 지금 다시 알게 된 시선을 합쳐 풀어 나간 글입니다. 치히로 씨의 예쁘고 포근한 그림과 어울려, 따스한 시점의 서술이 어떤 의미에서는 동화처럼 편하게 느껴지지요.

토토는 이를테면 주의산만한 아이입니다. 호기심이 많기 때문에 가만히 있지 못하죠. 그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는 더 이상 이 아이를 다른 아이와 공부시킬 수 없다고 말하고, 그래서 토토의 어머니는 일종의 대안 학교라고 할 수 있는 도모에 학원에 들어가게 됩니다.

도모에 학원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약점보다 장점을 깨우쳐 주고 학생 각자의 재능을 존중하며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옳은가를 가르쳐 주길 원하는 고바야시 교장 선생님이 있는 학교였습니다. 그곳에서 토토를 비롯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배우고, 우정을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할 일을 책임감 있게 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나게 됩니다. 지성과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인성을 키워 주는 학교였지요.

다만, 그저, 옛날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려 하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는 의문이 듭니다. 초등학생부터 이미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자신의 아이가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요즘에 있어서는 더더욱 말이죠. 학교는 그저 지식을 가르치는 곳이며, 평가는 성적순입니다. 명문고라고 말하는 고등학교에 도서실 하나 없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입니다. (도서실 없는 명문고는 제 경험입니다. 정말 실망했었죠) 학생 각자 각자의 재능을 피워 주는 곳이 아니라 갖춰진 규격에 맞게 학생들을 만들어가고 그러지 못하는 학생은 내쳐버리는 곳이 우리 나라의 학교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망가지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친구를 폭행하고 자이언트 스윙을 날리고 심지어 파묻었다는 요즘 중학생. 그들이 그렇게 된 게 정말로 그들이 나빠서일까요. <창가의 토토>의 학교는 정말로 꿈처럼 느껴집니다.
Posted by Neissy